중국 대학, ‘대이불강’(大而不强)에서 ‘우대우강’(又大又强)으로

▲ 박종배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한·중·일 3국 ‘CAMPUS’ 프로그램 교류협력

중국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일 뿐만 아니라 교육 방면에서도 가장 긴밀한 관계에 있는 나라의 하나이다. 이는 최근의 유학생 통계를 통해서 쉽게 확인된다. 예컨대 2015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는 전체 외국인 유학생 91,332명 중 중국 출신이 52,266명으로 57%라는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그리고 2014년 중국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377,054명 중 한국 학생은 62,923명으로 출신 국가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단연 1위이다. 2위 미국이 24,203명, 3위 태국이 21,296명, 4위 러시아가 17,202명인 것을 보면, 한국 유학생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중국은 이미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 교류 상대국이 됐다.

서울에서 개최된 제1회 한·중·일 교육장관 회의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의 고등교육 분야 교류·협력이 더욱 활발해 질 것임을 예고하는 중요한 선언이 채택됐다. 그것은 바로 2011년부터 시범적으로 진행되어 온 ‘CAMPUS(Collective Action for Mobility Program of University Students) Asia’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시행해 한·중·일 3국 사이의 고등교육 분야 교류·협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은 한·중·일 3국의 대학생들이 세 나라의 대학을 오가며 교육과정을 이수하여 학점 및 공동·복수 학위를 취득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한·중·일 3국 대학생의 교류 확대를 넘어 유럽연합(EU)의 볼로냐 프로세스(Bologna Process)와 같은 역내 국가들 사이의 고등교육 통합 노력으로 발전할지는 미지수이다.

동아시아 3국 사이에는 유럽연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역사적, 언어적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중국을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가까운 나라로 만들 것임은 틀림없다. 바야흐로 고등교육 분야에서도 우리나라와 중국이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교류와 협력의 파트너가 되어 가고 있는데, 밀접해지는 관계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이해의 심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 중국 베이징대학은 2006년 이후 매년 국제문화제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대학의 국제화를 표방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각국 나라의 인재를 중국에서 양성하고 있다는 의도가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김규범의 中國要理 중>


‘유대향강(由大向强)', “규모확대 넘어 역량강화”

중국의 고등교육 개혁은 1985년의 ‘중공 중앙의 교육체제 개혁에 관한 결정(中共中央關于敎育體制改革的決定)’에서 시작하여 3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가까이는 2010년에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국가 중장기 교육개혁 및 발전규획 강요(國家中長期敎育改革和發展規劃綱要)(2010-2020)’가 현 단계 고등교육 개혁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국가 중장기 교육 개혁 및 발전 규획 강요’(이하 ‘교육규획강요’)는 ‘2020년까지 교육 현대화의 대체적 실현과 학습형 사회의 대체적 형성, 인력자원 강국 행렬 진입’을 전략 목표로 삼고 있다.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2009년에 24.2%를 기록한 순 입학률을 2015년 36.0%, 2020년에는 40.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주요 목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지난해 2015년은 교육규획강요 시행 5주년이자 제12차 5개년 계획(2011-2015)(이하 ‘12·5’)이 마무리된 해로서, 지난 5년간의 교육규획강요 실시 성과에 대한 정리와 평가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 중 고등교육 분야의 성과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시아먼대학(廈門大學) 고등교육의 질 협동·혁신 센터(高等敎育質量協同創新中心)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고등교육 개혁 발전 상황을 중심으로 평가 보고서를 작성했다. 최근 중국 고등교육학회에서는 시아먼대학 평가팀의 이 평가결과를 취쩐위안(瞿振元) 고등교육학회장의 특별기고문과 함께 학회지 ‘중국 고등교육 연구(中國高敎硏究)’ (2016년 제1기, 월간)에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교육규획강요 실시 이후 지난 5년간 중국 고등교육의 개혁성과는 ‘유대향강(由大向强, 요우따시앙치앙)’, 즉 ‘대(大, 따)에서 강(强, 치앙)으로’라는 말로 요약되고 있다. 규모의 확대를 넘어 역량의 강화를 통해 진정한 고등교육 강국의 실현을 위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주요 성과지표를 중심으로 중국 고등교육 개혁 동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규모 면에서 중국의 고등교육은 세계 최정상급으로 성장했다. 예컨대 2014년 중국의 고등교육기관 재학생 수는 3,559만 명으로 세계 1위를 자랑하며, 각급 대학 숫자는 2,824개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그리고 고등교육 순 입학률은 37.5%를 기록하여 교육규획강요의 단계 목표인 ‘2015년, 36%’를 조기에 달성했다. 물론 이 수치는 2012년 세계은행(WB)에서 발표한 OECD 회원국 평균인 70.8%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세계 평균 32.1%는 물론 국민소득 중상위권 국가 평균 33.9%를 넘어선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순 입학률이 2009년의 24.2%에서 불과 5년 만에 37.5%로 상승한 것은 중국 고등교육의 대중화가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규모의 성장과 함께 고등교육의 핵심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가 프로젝트도 적극 추진됐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 일류 대학 및 학과(학문분야) 건설 프로젝트인 985공정(39개 대학)과 211공정(112개 대학)이 계속 추진되어 12·5 기간(2011-2015) 동안 985공정에 총 335억 위안(환율 180원 기준, 한화 6조 3백억 원 상당)의 중앙재정이 투입되었다. 211공정 제3기 사업(2008-2011)에는 100억 위안이 지원되었다. 그리고 2011년에는 985공정과 211공정의 연속선상에서 고등교육 기관의 혁신 능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국가 프로젝트로 ‘2011계획’이 시작됐다.

2011계획은 인재와 학과(학문분야), 과학연구가 삼위일체가 된 혁신 능력 제고를 핵심 목표로 삼고 있으며, 첨단 자연과학과 철학·사회과학, 공학·기술학과, 지역발전의 4개 유형으로 나누어 대학과 연구기관, 학술기구, 정부, 기업체 등의 긴밀한 협력 하에 추진되고 있다. 2013년 14개, 2014년 24개 등 38개의 협동·혁신 센터(協同創新中心)가 선정되어 20여 억 위안의 재정이 투입되었다. 이와 함께 특색 중점학과 건설 프로그램도 추진되어 75개 대학의 14개 1급 중점학과와 115개 2급 중점학과에 약 20억 위안의 자금이 지원됐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재정 지원 사업은 양과 질 두 측면 모두에서 대학의 연구 능력을 상당히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2014년 중국 과학기술 논문 통계>를 보면, 2013년 과학논문인용색인(SCI) 수록 중국 과학기술 논문은 총 231,400편으로 5년 연속 세계 2위를 기록했다. 1위 미국이 470,500편으로 27.5%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중국은 2012년보다 1.4%p 상승한 13.5%를 차지했다. 중국인이 제1저자로 발표한 논문은 2012년보다 23.9% 증가한 204,100편으로 이 또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기록이다. 2013년의 SCI 논문 발표 주체를 보면 대학이 168,908편으로 전체의 82.77%를 차지해 연구 역량 면에서 기업이나 연구기관을 압도했다.

SCI 논문 피인용 횟수에서 중국은 2013년에 세계 4위를 기록하였으며, 2013년 세계 각 학문분야에서 영향력 계수(impact factor)가 가장 높은 150종의 학술지에 실린 중국 학자의 논문은 총 5,119편이었다. 논문의 질적 수준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의 대학 순위평가 기관인 QS의 2015년 세계 대학 평가 순위에서 58개의 중국 대학이 400위권 안에 진입하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한 것은 중국 대학의 이러한 연구 능력 향상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상하이·뉴욕대 등 4곳 합작대학 총 643개 본과 프로그램 증가

본과 교학 공정(本科敎學工程)을 비롯해 지난 5년간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본과(학부) 교학 공정은 질 표준의 수립, 전공 구조개선, 인재배양 모델 혁신, 학생 실천·혁신역량 제고 등에 중점을 두고 추진됐다. 이와 관련해 92개 본과 전공 교육의 질에 관한 국가표준이 제정됐으며, 각 대학의 교육의 질에 관한 보고서를 상시 공개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대학 교육 관련 정보공개는 2011년에 39개의 985공정 대학부터 시작해 2012년에는 211공정 대학으로, 2013년부터는 전국의 모든 국·공립 일반대학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공학·의학 등의 분야에서는 전공 교육 인증제도가 강화됐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공학교육 인증 전공영역은 10개에서 14개로, 연도인증 전공의 수는 30개에서 138개로 늘어났다. 2015년까지 인증을 통과한 공학 전공의 수는 51개 대학 75개에서 106개 대학 318개로 증가하였는데, 대부분의 985공정 및 211공정 대학이 인증에 참여했다. 2012년에는 공학 교육 국제인증을 위해 워싱턴 어코드(Washington Accord) 가입 준비도 마쳤다. 한편 대학교육 시스템 혁신과 관련해서는 최근의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1,000개의 명품 온라인 공개강좌(MOOC)와 5,000개의 자료 공유 강좌를 개발해 전국의 대학생과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중국 정부와 대학의 노력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60개의 211공정 대학에서 발표한 2013년 교육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전임교원의 교육에 대한 학생 만족도는 88.6%를 기록했다. 교수진(92.5%)과 교수 전공수준(90.5%)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수업의 질(89.47%)에 대한 만족도도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중국 고등교육 학생 정보망(中國高等敎育學生信息網)에서 1,139개 대학의 학생 만족도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학생들의 만족도 평균치는 5점 만점에 4.09점으로 나타났다. 985공정 대학과 211공정 대학은 각각 4.58점과 4.32점으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였다. 227개 대학의 2014년도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의 취업 지도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도 ‘매우 만족’과 ‘만족’이 87.92%를 기록했으며, 985공정 대학의 경우 만족도가 93.24%에 달했다. 전임교수의 학부 강의 담당 비율(2013년, 국·공립 일반대학 기준 85%)을 높이는 등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전체적으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칭화대가 지난 2011년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고 해서 중국이 떠들썩했다. 5만여명의 국내외 동문들이 모교를 찾았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당시 중국 최고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6명(후진타오(호금도) 주석, 우방궈(오방국) 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온가보) 총리, 자칭린(가경림)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시진핑(습근평) 국가부주석, 리커창(이극강) 부총리)이 동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외(中外) 합작 대학설립·운영과 같은 고등교육 국제 교류 및 협력 방면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예컨대 지난 5년 동안 상하이(上海)에 화동사범대학(華東師範大學)과 미국의 뉴욕대학(New York University)이 합작한 상하이뉴욕대학(NYU Shanghai)이, 쿤산(昆山)에는 우한대학(武漢大學)과 미국의 듀크대학(Duke University)이 합작한 쿤산듀크대학(Duke Kunshan University)이 설립되는 등 4곳의 중외 합작 대학이 신설된 것을 포함해 총 643개의 본과, 즉 4년제 학력 이상의 중외 합작 대학 및 교육 프로그램이 증가했다. 2003년에 중외 합작 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조례(中華人民共和國中外合作辦學條例, Regulations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on Chinese-Foreign Cooperation in Running Schools)가 제정된 이후 중외 합작교육 기구 및 프로그램이 속속 생겨나 2016년 현재 중국에는 총 62개의 4년제 학력의 중외 합작 대학 및 894개의 합작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중국 대학의 해외 진출 또한 활발히 이루어져 지난 5년 동안 시아먼대학(廈門大學) 말레이시아 분교와 라오스 쑤조우대학(蘇州大學) 등 4개 기구, 98개 프로그램이 해외에 신설됐다. 중국 경내에 외국 명문대학의 분교나 우수 교육 프로그램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중국 대학의 역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사회·대학 새로운 관계 맺기 시도

‘성과주의’는 교육혁신의 걸림돌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2010년 교육규획강요 실시 이후 지난 5년간 중국의 고등교육은 양적·질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대이불강(大而不强, 따알부치앙)’, 즉 크기만 하고 강하지는 않았던 중국 고등교육이 이제 점점 ‘우대우강(又大又强, 요우따요우치앙)’, 즉 크고 강한 모습을 갖추어 가는 느낌이다. 물론 중국이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바와 같은 고등교육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중서부 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고 고등교육의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나, 누구나 공평하게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대학 입시·선발 제도를 개혁하는 것과 같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나아가 화중과기대학(華中科技大學) 짱잉치앙(張應强) 교수의 주장처럼 정부가 이러저러한 재정 지원 사업을 통해 주도해 가는 지금의 현안 중심의 땜질식 고등교육 개혁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이 진정한 고등교육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의 이념과 제도, 대학 관리 체제 및 관리 능력의 현대화와 같은 보다 근본적 차원의 총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정부와 대학, 사회가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관(管, 관리), 판(辦, 운영), 평(評, 평가)의 분리 문제인데, 대체로 ‘정부의 거시적 관리, 대학의 자율적 운영, 사회의 광범위한 참여’라는 쪽으로 방향이 설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대학·사회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한 고등교육 체제의 혁신이 중국 고등교육 현대화의 관건이라는 데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도의 중앙집권적 행정 체제가 고등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현 상황이 단기간에 쉽게 바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눈앞의 문제 해결이나 조급한 성과주의에 매달릴 경우 고등교육 체제의 혁신이나 대학교육의 현대화는 매우 요원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향후 중국이 진정한 고등교육 강국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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