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생존 위해 수도권 진입" vs 지자체 "지원만 받고 먹튀"

Uslinel승인2016.06.0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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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대 북서울 캠퍼스

지방대, 생존 위해 수도권 캠퍼스 설립 '러시'…지자체들 저지 '총력' 2010년 이후 13개 대학 이전 추진…"현실 인정하고 상생 방안 찾아야"

"국가 정책에 대한 철학도 소신도 없는 국회의 한 단면을 봤다."

19대 국회 임기 만료가 임박한 지난달 16일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에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미군 공여구역 지원법) 개정안 심의가 보류된 직후 충북 제천시는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개정안은 수도권 소재 대학에 한해 미군기지 공여지역 이전이 가능하도록 하고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은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방대학이 수도권으로 옮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발의된 법안이었다.

제천 세명대는 옛 캠프 콜번 자리인 경기 하남시 미군 공여지에 제2캠퍼스 설립을 적극 추진 중인 반면, 제천시는 이를 막기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개정안은 19대 국회와 함께 운명을 다했지만 제천시는 20대 국회에서 개정안 통과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입성을 통해 생존과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지방대와 그나마 유일한 지역경제 활력소라며 떠나려는 대학을 사력을 다해 붙잡으려는 지방자치단체 간 '전쟁'과도 같은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in) 수도권'이 살 길"…지방대 지방 탈출 봇물

수도권 이전을 추진해 온 대학은 2010년 이후에만 13곳에 달한다. 이중 6개 대학은 이미 이전을 마쳤고, 2곳은 교육부로부터 위치 변경 계획 승인을 받아 이전 절차만 남겨뒀다. 3곳은 이전 작업을 중단했거나 취소했고, 2곳은 이전 작업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다.

경북 영주에 본교를 둔 동양대는 지난달 27일 경기도 동두천 캠프 캐슬 부지에 북서울캠퍼스를 개교했다. 2개 단과대학과 2개 대학원으로 구성된 북서울캠퍼스는 4개 학부 1천600명의 학생이 공부하게 된다.
 

▲ 중부대 고양 캠퍼스

충남 금산의 중부대도 지난해 고양시에 24개 학과 규모의 캠퍼스를 개교했고, 강원도 고성에 본교가 있는 경동대는 2014년 경기도 양주에 5개 학과로 구성된 캠퍼스 문을 열었다. 의정부에 캠퍼스 설립을 추진하는 대전 을지대는 지난해 위치 변경 계획 승인을 받고 2018년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서영대(광주광역시 북구)와 청운대(충남 홍성), 예원예술대(전북 임실)는 2013∼2014년 각각 경기도 파주와 인천광역시, 양주시로 캠퍼스 이전을 완료했다. 제천 세명대는 하남, 경북 경산 대경대는 남양주에 각각 캠퍼스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전북 익산에 있는 원광대의 평택 이전설도 끊이지 않는다. 수도권 이전을 추진하던 한려대(전남 광양)와 광양보건대(전남 광양), 침례신학대(대전)는 학내외 사정으로 이전 작업을 중단하거나 계획 자체를 취소했다.

"대학도 살아야" vs "지역경제 타격…지원받더니 먹튀"

지방대의 수도권 캠퍼스 설립을 두고 학교 쪽과 지자체 간 기싸움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다. 그만큼 양측 모두 사정이 절박한 탓이다.

대학으로서는 학령 인구 감소 등으로 구조조정 압력이 거세지면서 생존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수도권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자체는 어려운 환경에서 온갖 지원을 해줬는데 이제 와서 수도권 탈출을 꾀하는 것은 혼자만 살겠다고 '먹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대표적 사례가 제천시와 세명대의 갈등이다. 세명대는 하남에 보건계열과 한방·웰빙학과를 중심으로 특성화한 제2캠퍼스를 조성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하지만, 제천시는 수도권 캠퍼스가 설립되면 중심축이 옮겨져 지역에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강력히 반대한다.

제천시는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는 세명대의 이전을 막기 위해 강온 전략을 구사해왔다. 10년간 세명대 학생 3명을 제천시 공무원으로 특별채용키로 하는가 하면 각종 장학금도 아낌없이 퍼준다.

제천시는 각종 지원과 설득에도 학교 쪽이 이전 방침을 굽히지 않자 미군 공여구역 지원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수도권 이전을 막기 위한 헌법소원까지 냈다.
 

▲ 2011년 '청운대 이전 반대 홍성군민대책위원회' 홍성군민들이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충남 홍성군의 유일한 4년제 대학인 청운대 인천 도화지구 제2캠퍼스 설립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원광대 김도종 총장은 지난 1월 익산시의회에서 "평택시를 비롯한 수도권의 여러 지자체가 원광대 유치를 원한다"는 발언을 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경동대 본교가 있는 강원도 고성에서도 지난해 양주캠퍼스로 학교 전체가 이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중부대는 지난해 3월 고양캠퍼스를 개교하면서 학내 갈등을 빚기도 했다. 금산캠퍼스 학생들이 고양캠퍼스에서 수업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고양에 방까지 얻었지만 수강이 허용되지 않자 학생과 학부모들이 항의 시위에 나섰던 것이다.

충북 영동대는 교명을 'U1(유원)대학교'로 바꾸는 문제를 두고 지역사회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개명 작업이 대학의 거점을 올해 개교한 아산캠퍼스로 옮기려는 수순이라고 우려한 지역 주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교명 교체 반대에 나섰다.

영동군이 그동안 150억 원대의 국민체육센터와 기업지원센터 건립을 지원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밀어줬는데 단물만 쏙 빼먹고 떠나려고 하느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현실 인정하고 상생 위한 접점 찾아야"

생존을 좇아 수도권 진출을 꾀하는 대학과 지역경제에 미칠 타격과 파장을 우려하는 지자체간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첨예하게 대립한다고 해결책이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냉정하게 머리를 맞대고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 믿음을 쌓은 뒤 협력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두천에 캠퍼스를 설립한 동양대가 모범 사례로 꼽힌다. 동양대는 2012년부터 경기도 동두천시로 캠퍼스 이전을 추진, 최근 북서울캠퍼스를 개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경북 영주에서 매년 신입생 1천60명을 선발했지만 올해부터는 영주 본교에서는 660명만 선발하고 나머지는 북서울 캠퍼스에서 모집한다.

영주 시민들로 구성된 '동양대 이전 반대 범시민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세종시를 찾아 환경부 앞에서 북서울캠퍼스 조성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이 때문에 애초 지난 3월 개교 예정이던 북서울 캠퍼스 조성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캠퍼스 이전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지역사회와 학교 측이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 공존할 수 있는 '신의 한수'를 찾아냈다. 대학 측은 캠퍼스 이전으로 유휴 공간이 생긴 영주캠퍼스에 경량합금융복합기술센터와 산림약용자원연구소를 유치했다.

영주시는 경량합금융복합기술센터를 주축으로 한 '경량 알루미늄소재 기반구축사업'에 나섰다.이 사업은 자동차와 항공기 부품소재 시험 생산, 제품 평가용 장비 구축 및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2020년까지 총 사업비 200억 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다.

동양대는 또 외국인 유학생 유치 강화, 시민 평생학습, 공무원·농민·상공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영주캠퍼스 활성화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진 영주시 풍기읍장은 "지난해 초까지는 캠퍼스 이전에 대한 반발이 컸지만 학령인구와 입학 자원 감소 등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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