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기업판촉에 자리 내준 대학축제

연예인 출연료 2~3억대 지출…예산 부족하면 기업판촉 유치 U's Line 대학사회팀l승인2016.05.22 00:5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대학축제는 기업들의 제품 판촉장이 된 지 오래다. 연예인 출연료가 부족하면 총학생회는 기업부스 대여료를 받아 채우기도 한다.

[U's Line 대학사회팀]대학축제가 유명 연예인의 출연 일색의 콘서트로, 축제기간 대학 캠퍼스는 기업의 마케팅 현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공연을 앞둔 대학캠퍼스는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인기 가수들이 등장하다보니 공연장에 들어가는 것조차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 연세대 축제기간에 펼쳐지는 연예인 출연 콘서트 입장권은 정가의 7배가 넘는 암표까지 판매됐다. 공연 시작 전 연세대 중앙도서관과 행사장 앞에서는 출연 연예인 팬들이 직접 현금을 보여주며 흥정하는 씁쓸한 진풍경도 연출됐다.

‘대학축제가 연예인 콘서트장으로 전락했다’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이 연예인 초청 행사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축제 입장권이 중고거래사이트를 통해 웬만한 유명 가수 콘서트 입장권 가격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와 이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장당 5만 원부터 20만 원까지 티켓을 웃돈에 판매한다는 글로 도배됐다. 비싼 가격에 티켓을 사겠다는 사람들도 넘쳤다.

유명 연예들이 나오다 보니 축제비용이 늘어나 주최 측은 부족한 비용을 기업협찬으로 채워 축제기간 대학캠퍼스는 각 기업들의 제품 판촉장으로 전락된다. 최근 홍익대 총학생회는 축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정문에 대형 영화 현수막을 걸어 논란이 됐다.

대학생 고유의 문화가 사라진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연예인 초청 행사가 이제는 대학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연예인 콘서트가 없으면 학생들의 축제참여율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총학생회 측의 고민이다. 자리를 꿰찼다는 비판과 반성에도 아랑곳 않고 상업화에 찌든 대학 축제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대학생들의 고유문화 실종에서 기인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 대학축제 연예인 출연 콘서트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최근 연세대 축제에서 연예인 콘서트는 원래 가격의 7배가 넘는 암표가 나돌기도 했다. 사진은 중고거래사이트에서 웃돈이 붙어 매매가 되는 티켓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전국 140개 4년제 대학이 연예인 초청에 지불한 비용은 58억여 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대학 축제 소요 비용(174억원)의 30%를 차지한다. 아이돌 한 팀이 축제에서 3~4곡의 노래를 부르는 섭외비용은 2000만~3000만 원에 달한다. 각 대학은 가수를 적게는 한 팀에서 많게는 십여 팀까지 섭외해 축제를 기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총학생회는 몇 억씩 들여 연예인을 초청해 축제를 벌이는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까? 보통 축제 비용의 50~70%는 학생회비나 대학본부의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기업 후원금으로 채운다. 총학생회는 몇 만 원짜리 광고비부터 수백만 원의 기업 부스 자릿세를 통해 축제 비용을 마련한다.

대학축제에서 기업 부스를 운영하는 곳은 화장품 회사나 통신사, 의류업체 등이다. 보통 기업들이 내는 자릿세는 하루에 10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이 넘는다. 이틀 동안 600만 원의 자릿세를 낸 기업들은 단순 홍보로 만족하지 못한다. 총학생회와 협의해 가장 좋은 목에 자리를 잡고, 경품 이벤트로 사람을 끌어 모아 통신사 변경이나 화장품 판매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대학생들의 의식 또한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해 서울여대에서 발생했다.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축제 기간 중 학교 내에 걸려있던 청소노동자들의 현수막이 축제에 방해가 된다며 철거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서울여대 학보사는 총학생회의 청소노동자 현수막 철거를 비판하는 졸업생들의 성명서를 게재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간 교수는 ‘성명서를 실을 경우 발행을 허가하지 않겠다’며 위협했고, 학보사는 백지 발행으로 맞섰다.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청소노동자의 현수막을 철거했던 가장 큰 이유는 대학축제가 내부 행사가 아닌 외부인들이 오는 행사로 변했기 때문이다. 대학축제가 학생들의 순수한 축제가 아닌 상업성으로 물들어, 독재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대학 학보사의 백지 발행까지도 불러 온 것이다.

유명 아이돌 가수가 출연해야 학생들이 몰리고, 기업부스가 잘돼야 기업으로부터 돈을 더 많이 받아낼 수 있는 장사판 구조가 오늘날 대한민국 대학 축제의 현실이다.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로 지친 대학생들이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고 동아리나 학과 선후배 간의 친목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대학 축제다. 그러나 대학축제에 학생은 없고, 오로지 연예인과 연예인 섭외만 하면 훌륭한 대학축제가 될 것이라고 믿는 총학생회와 기업들의 문화적 한탕주의만이 존재하고 있다.


U's Line 대학사회팀  editor@usline.kr
<저작권자 © U'slin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유스라인  |  서울 아01588  |  등록일자 : 2011년 4월 2일  |  발행인 : 박병수  |  편집인 : 박병수  |  주소 :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 109길 67-4 (잠원동 10-31)
발행일자 : 2011년 10월 3일  |  전화번호 : 02-2275-2495  |  메일 : news@usline.kr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하늬
Copyright © 2020 U'sl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