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등급 대학은 줄이고, 최하위 E등급은 정원 그대로 유지

 

[U's Line 왕진화 기자]현 정부의 재정지원을 미끼로 한 정원감축 정책이 부실대학을 정리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대학들은 오히려 정원을 줄이고 있는 반면, 최하위 E등급 대학은 재정지원을 포기하고 정원조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192곳의 최근 4년간 입학정원(정원 내 기준)을 비교한 결과 지난해 교육부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34개교 중 29개교(85%)가 정원을 감축한 반면, E등급을 받은 6곳중 절반인 3곳은 정원을 한 명도 줄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A등급을 받은 대학은 입학정원을 4년간 3800여 명 줄인 반면, 최하위 E등급 부실대학은 입학 정원을 1024명 줄이는 데 그쳤다.

A등급 대학 연세대는 입학정원을 91명 줄였고, 고려대 74명, 성균관대 171명, 한양대 105명을 감축했다. 또 전남대 349명, 전북대 249명, 충북대 236명 등 거점 국립대들도 입학정원을 큰 폭으로 줄였다.

반면 E등급을 받은 대학 6곳 중 대구외대, 루터대, 서울기독대는 정원을 한 명도 줄이지 않았고, 신경대 11명, 한중대 130명, 서남대가 883명을 줄였다. 서남대는 2013년 당시 이홍하 이사장이 1000억원대 교비 횡령혐의로 구속되면서 입학정원을 대폭 줄였지만 이를 제외하면 E등급 대학 5곳의 입학 정원 감축은 141명에 불과하다. 신경대, 서남대 모두 사학대도(私學大盜)라 불리는 이홍하가 설립한 대학들이다.

교육부는 D등급 대학에 입학 정원을 10%씩 줄이라고 했지만 평균 7.95%를 줄이는 데 그쳤다. E등급 대학은 15% 정원 감축을 권고받았지만 6곳 중 3곳이 아직 한 명도 줄이지 않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 수가 곧 등록금, 대학 수입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부실 대학들은 정부 지원 안 받고 정원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정부 평가에서 A·B·C등급을 받은 대학 126곳은 2017학년도 입학 정원을 2013학년도 대비 1만6350명 줄였다. 반면 D·E등급을 받은 부실 대학 32곳은 4228명을 줄였다. 중상위권 대학(A·B·C등급)에서 줄인 인원이 전체 감축 인원의 80%를 차지한다.

부실대학들의 미온적인 구조조정은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이 부실대학을 퇴출시키기 보다는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 정원감축을 유도하는 방식이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지원하려는 대학들은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정원을 줄였지만 부실대학들은 재정지원사업 선정 가망성이 없어 정부의 예산지원을 포기한 채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대 정원을 강제로 줄일 수 있도록 한 '대학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은 부실대의 법인해산에 따른 재산환원여부를 놓고 여·야간 의견이 달라 지난 2년간 국회에서 계류하다 지난 19일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대학 정원 16만명 감축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부실 대학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56만명 수준이었던 전국의 대학 입학 정원을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16만명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이 같은 계획에 따라 문을 닫은 부실 대학은 지금까지 한 곳도 없다.

오히려 경쟁력 있는 상위권 대학들까지 모든 대학이 조금씩 정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 부실대학들이 연명(延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경영부실 대학 6곳을 퇴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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