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내정률 95% 넘어 부활입증

 

▲ 일본 경기가 회복되면서 문과가 부활하고 있다. 한국의 수능시험과 같은 '센터시험'에서 문과 응시생의 수가 급증하는 등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센터시험을 보고 나온 학생들.

[U's Line 김재원 기자] 박근혜 정부가 대졸자 취업난 주원인으로 전공과 일자리의 미스매칭이라고 규정하고 취업률이 높은 공학계열 위주로 학과를 개편하겠다는 정책에 일침을 가하는 소식이 옆 나라 일본에서 건너왔다. 일본 총리 아베 신조의 양적완화 경제정책으로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면서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회복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대입 응시생들의 문과지원부활이다.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6~17일 이틀간 일본 전역에서 치러진 일본 대학입시인 ‘센터시험’(センター試験·센따시켄)에서 인문·사회계 학과의 인기가 이공계 학과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런 문과부활 바람은 ‘아베노믹스’(아베의 경제정책을 부르는 말)가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나타나는 시기와 괘를 같이 하고 있다. 지난해 2015학년도 1월 대입시험에서 문과 응시생수가 크게 증가했고, 지난해 11월 일본 대표적인 재수 대입학원 ‘가와이주쿠’가 발표한 전국 모의고사 응시생에서도 문과의 부활은 예감됐다.

올해 ‘센터시험’에서 이공계의 공대 98%, 의대 95%, 약대 87% 등 치대와 간호대를 제외한 모든 학과에서 응시생이 전년대비(100% 기준) 모두 줄은 반면, 사회·국제대 101%, 법학·정치대 107%로 늘었다. 또한 가와이주쿠 모의고사에서 이공계 자연대·농대 98%, 공대·의대·약대가 전년도와 동일한 수치를 유지한 반면 국립대 인문대 106%, 사회·국제대 111%, 법학·정치대 109%, 경상대 110% 등 대부분 문과 전공이 전년대비 크게 늘어났다.

일본 교육계에서는 문과의 부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아베노믹스’에 따른 경기회복이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직후 취업률이 높은 이공계 학과로 대거 몰렸던 학생들이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인문·사회계 채용을 늘리자 취업우선 한 전공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일본 교육그룹 가이세이(開成)는 지난 5년간 인문·사회계 대졸자의 취업내정률(졸업 전에 기업으로부터 채용되는 비율)은 91%에서 96.5%로 꾸준히 상승했으나 이공계의 경우 95.2%에서 97.2%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가와이주쿠 도미사와 히로카즈 부장은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5~2016학년도 대입 응시생들은 대학전공을 선택하는 고교 1·2학년 때 일본 경기회복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대입 응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에 대한 불안 보다는 성취중심의 전공선택으로 변화됐다는 분석이다.

경기회복에 따른 문과부활 이외에도 입시제도 개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2015년도 입시부터 이공계 과목의 시험범위가 2배로 늘고, 이공계에서 인문계로 중도전환이 힘들게 되자 학생들이 이공계 지원을 주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일본 문부과학성은 2~3년 전부터 기업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학문을 육성한다는 취지의 이공계 육성방침을 전국 86개 국립대학으로 내려 보내 이를 독려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와 같이 문과의 인기가 다시 급상승하자 인문·사회계 학과 축소·통폐합 정책추진에 명분을 잃어버린 상황이다.

국립 이와테(岩手) 대학은 문부성의 인문·사회계 학과 축소·통폐합 권고를 받아들여 2016년 4월부터 인문사회과학부 내 학과를 4개에서 2개로 줄이기로 결정하고 올해 정원을 지난해 대비 10% 줄였지만 지난해 11월 치러진 가와이주쿠 모의고사에서 이와테 대학 인문·사회계 학부 지원자가 지난해 대비 32%나 늘어나 대학당국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데스크칼럼] 옆 나라의 고등교육정책도 못 살피는 '허둥지둥 정부'

2015년 청년실업률은 9.2%로 집계되고 있지만 실제 체감률은 30%를 넘는다는 소리가 들린다. 2000년 이래 최악의 수치다. 청년고용 절벽에 대한 경고음이 요란하다. 대학 졸업생 56% 정도가 취업을 하고 있는데 이는 4대 보험에 가입한 아르바이트 같은 임시직 일자리까지 포함된 수치다. 이웃 일본에서는 아베 정권이 밀어붙인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로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작년 대학졸업생의 90% 가까이가 취업을 하고 있다. 우리와 크게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청년 일자리 생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일까? 멀리는 역대 정권들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경제 정책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비중으로 지적된다. 가까이는 사회 여러 분야의 개혁이 정체돼 낡은 질서가 새로운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른 규제혁파, 각종 연금개혁 같은 공공개혁도 시급하다는 설명이 늘 따라다닌다.

교육개혁이 교육개혁만으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개혁은 경제정책이다. 경기가 수년째 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과 일자리가 미스매칭 돼 대졸 취업난을 일으키고 있다는 박근혜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은 피상적이며, 핵심이 아니라는 것을 일본 경제가 알려주고 있다.

20일 대통령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또다시 이공계열 육성위주의 고등교육 정책을 강조했다. 대통령, 교육부 모두 참으로 불통이며, 옆 나라의 상황을 잠시 주시하기만 하더라도 매년 2000여억원을 들여 이공계를 살리겠다는 ‘프라임사업’(PRIME)의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으로 헤아려진다. “해보고 안 되면 말지~”라는 자세로 했다가는 프라임사업은 제2의 4대강사업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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