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인천대 법대 교수)

▲ 백원기 대한법과대학대학교수회장

지금 절대다수 국민이 사시폐지를 반대한다. 로스쿨 제도를 시행한 결과 기대에 비해 너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누구냐에 따라 입학·졸업이 결정되고, 어떤 유력 로펌에 합격하고 유명 대기업에 입사하는지가 결정되는 '부의 대물림 제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이 계속 누적되어 왔기 때문에 사시에 대해 다시 신뢰감을 갖게 되고 사시가 재조명받게 된 것이다. 법학 교육의 발전과 다양한 인재 발굴 측면에서 로스쿨 제도는 사시에 비해 나아진 점이 전혀 없다. 기초 이론부터 정통 법이론을 실무에 적용하는 교육을 하기까지 3년이란 기간은 너무 짧다. '고시 낭인' 주장이 있는데, 3년간 1억원 이상의 큰 투자를 해서도 변호사 시험에 불합격한 '로스쿨 낭인'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제도의 병존을 통해 법률 소비자인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일과 일본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해 실패했으나 대륙법의 모국인 프랑스는 국립사법관학교에서 사법관을, 변호사회에서 변호사를 따로 뽑는 두 제도를, 양자의 유착을 막기 위해 병행하고 있다. 우리도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를, 사법시험을 통해 사법관을 각각 선발하면 된다. 민간직인 전자는 대한변호사협회 연수원에서, 공직인 후자는 사법연수원에서 각각 교육하면 된다.

이제 사시 존치 여부는 '대한민국의 장래에 관한 문제'가 됐다. 절대다수 국민은 '공정한 시험 제도이며 누구든 인재로 등용될 수 있는 창구'인 사시를 존치해 법학교육과 법조인 선발에서도 사회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예리하게 지켜보며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