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대학원신문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상명대 교수) 인터뷰

 

▲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장(사진·상명대 영어교육학과 교수)은 "교육부의 현재 각종 대학평가는 중장기적인 교육정책 수행에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 숫자 맞추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부산대의 한 교수가 총장직선제 폐지에 반대하며 투신해 숨진 사건이 있었다. 당초 대학본부가 총장직선제 폐지의 한 근거로 내세운 것은 교육부의 ‘권고 조치’였다. 한편 같은 달 발표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서 고려대 세종캠퍼스가 ‘D+’등급을 받아 정원 감축을 권고 받으면서 학생들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비단 부산대나 고려대만이 아니라 전국의 대학들이 교육부의 평가와 관련해 홍역을 앓고 있다. 학과 통폐합, 학과 구조조정에서 총장 선출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교육부의 ‘대학평가’는 과연 ‘고등교육의 질 개선’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 소장(상명대 교수)과 함께 교육부의 대학평가, 이에 근거한 ‘대학구조조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스로의 책임을 대학에 묻고 있는 교육부

교육부는 지난해, 출산율 감소와 이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해 대학 입학 정원 56만 명을 2023년까지 40만 명으로 조정하겠다는 정책을 입안했다. 동시에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2016년까지 입학 정원 4만 명을 감축할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박거용 소장에 따르면 학령인구에 비해 대학의 입학 정원이 많은 것은 애초에 교육부의 실책에서 비롯된 문제이다.

“교육부는 고등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말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사실 지금의 대학 평가는 그 결과를 행정·재정적 지원과 연계해서 대학을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것입니다. 그 근거로 입학정원을 문제 삼지만, 입학정원 문제는 1995년에 시행된 소위 5·31 교육개혁에서 시작된 것이에요. 이것 역시 평가와 지원을 연계해서 소위 대학의 경쟁력을 기르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죠. 문제는 이 시기의 평가의 경우 오히려 ‘정원 자율화’를 목표로 내세웠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단견인 것이, 인구 통계를 잠깐만 들여다보아도 이후 추세가 어떻게 될지를 알 수 있었을 텐데 대학 설립 준칙주의, 입학 정원 자율화를 내세워 대학 수가 오히려 크게 증가해 버렸단 말이죠. 제가 여러 번 얘기하는 것이지만, 그 시기부터 교육부가 하는 ‘대학 평가’란 고등교육에 대한 ‘철학’은 없고 입학 정원이 늘어나면 줄이고 줄면 늘린다는 ‘숫자 맞추기’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봅니다.”

박거용 소장의 말에 따르면 교육부는 결국 스스로 초래한 문제의 책임을 대학에게 묻고 있는 셈이다. 물론 5·31 교육개혁과 관련해 지금의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이지만, 현 정부 역시 그 해결 방법으로 ‘숫자 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철학의 부재(不在)’를 보여준다.

‘교육의 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평가 기준

교육부가 내세운 계획에 따라 시행되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A등급으로 평가된 대학에 대해서는 자율적인 정원 감축을, B~E 등급으로 평가된 대학에 대해서는 3~15%의 정원 감축을 ‘권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교육부는 이미 대학 특성화 사업(CK), 학부교육선도사업(ACE) 등 재정지원사업과 정원 감축 계획을 연계해서 대학들로부터 4만1943명을 감축할 것을 약속 받았고, 올해 시행된 평가를 통해 5439명을 추가 감축하도록 권고했다. 어쨌든 대학 평가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면 그것은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교육부는 이번 평가에서 정량적인 부분 외에 정성적인 부분까지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정량적인 부분에 치우쳐져 있어요. 정량적인 부분에서 대표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이 취업률입니다. 물론 대학이 취업과 무관할 수는 없지요. 당연히 관련성이 있지만, 일자리는 정부, 혹은 기업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 대학이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마치 학교가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곳인 양 평가 지표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말 정성적인 부분을 평가한다면 ‘교육의 질’과 관련된 부분이 평가지표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사립대학 법인의 재단 운영이죠. 그러나 최근 전 총장의 비리 문제로 곤욕을 치른 중앙대가 ‘A’ 등급을 받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재단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또 교육의 질과 관련해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 전임교원 확보율에 대한 평가인데, 현재 평가에서는 전체 대학의 평균 수준만 맞추면 이 부분에서 만점을 받게 되어 있어요. 진정으로 정성적인 부분을 평가해서 정원 감축을 권고하려면 전임교원을 100% 확보하지 않은 채로 그 이상의 신입생을 받는 학교에 그러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진정한 ‘고등교육의 질 개선’을 위하여

▲ 박 소장은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의 중요한 목표중 하나가 지역균형발전"이라고

박거용 소장은 이와 같은 현실을 “칼자루를 쥐고 있으면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제대로 된 철학과 전망을 가지고 있다면, 정부와 교육부가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진정으로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한 평가와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면, 현재 대학들이 안고 있는 다음과 같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는 지역별 균형 발전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이 서울·경기권에 몰려 있고 학생들은 점점 서울로 몰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지방의 대학은 지역균형발전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정책이 마련되어야겠죠.

둘째는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비율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대학에서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80%인데, 이는 세계적으로 볼 때 가장 높은 수준이에요. 국·공립대학의 비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은 단순히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문적인 기능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 분담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취업률’을 기준으로 학과 통폐합을 진행할 때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이 기초 학문, 혹은 순수 학문 관련 학과들이잖아요? 국·공립대학을 늘려 사립대학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기초 학문, 혹은 굉장히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최첨단 과학 연구 등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지요. 셋째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교육의 ‘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개혁이 단기적으로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소위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이라는 ‘프라임사업’의 시행을 예고한 바 있죠. 3년간 2천362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에요. 그런데 그 평가기준이 사실상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와 다를 게 없습니다. 5·31 교육개혁을 언급하면서도 강조했지만, 이와 같은 계획을 세우고 시행할 때 중요한 것은 ‘사회수요’나 ‘숫자 맞추기’가 아니에요. 그보다도 고등교육에 대한 장기적인 ‘교육정책’과 ‘학문정책’이 마련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 출처 : 고려대 대학원신문 인터뷰 : 김태완, 문장원 기자 / 정 리 : 문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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