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실업이 경제대란 IMF 때보다도 심각하다는 경고가 나오자 정부는 부랴부랴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재탕, 장미빛 시나리오와 같은 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기업과 손잡고 2017년까지 2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청년고용 실업해소 종합대책’을 27일 발표했다. IMF 때보다도 더 심각하다는 청년실업이 현 정부 경제정책의 아킬레스 건으로 등장해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일자리 20만개 창출 정책이 부지불식간에 나왔다. 그러나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턱 없이 부족한 일자리”, “중·장년층을 공격하는 청년 실업대책”이라는 쓴 소리는 여지없이 쏟아졌다.

일자리 21만개 만든다고 비정규직으로?

이번에 2017년까지 21만개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부문은 ▲공공부문 5만3000명 신규채용(교육 분야, 보건 분야, 공공기관, 공무원 등) ▲민간부문 5만5000명 해외취업 및 신규채용, 7만5000명 청년인턴, 2만명 직업훈련, 3만 명 일·학습 병행제이다. 정규직 신규채용은 8만8000명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돼 나머지 12만5000명(청년인턴, 직업훈련, 일·학습병행제)의 경우 정규직 채용이나 장기근속을 장담할 수 없는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닌 상황이다. 이 또한 정부의 발표대로 다 됐을 때 이야기이다.

또한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발표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10년째 계속 돼 온 일이다. 최근 10년 동안 정부는 거의 해마다 청년대책을 발표해 왔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늘리고 신규채용 규모를 줄였다. 이번에도 정부가 기업과 손잡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이를 보증할 방법은 없다.

또한 정부의 일자리 창출방법에는 통과되지 못한 법안을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름으로 내건 내용도 눈에 띤다. 청년 일자리를 위해 의료·교육영리화·학교 옆 호텔법을 통과시켜 청년들이 선호하는 서비스업 고용창출을 하겠다는 것이다. 서비스산업기본발전법, 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개정), 의료법(개정) 등 4개 법안이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네 개 법안은 의료·교육 영리화 논란, ‘학교 옆 호텔법’ 논란 등에 휩싸여 왔던 것들이다.

임금피크제, 윗돌 빼서 밑돌 막겠다?

▲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임금피크제로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는 것은 윗돌 빼서 밑돌 막는다는 식이며, 기죽어 있는 청년층 보고 힘없는 중장년층을 공격하라"는 말도 안 되는 대책이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확산으로 청년 고용 창출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임금피크제는 이번 종합대책에 포함됐지만, 새롭게 발표된 대책은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노동 분야 전문가들은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청년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계가 임금피크제에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정년을 아무리 늘려도 정년을 다 채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과연 청년 신규채용이 늘어날까? 정부가 기업에 강제할 수도 없으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낮춰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금도 소득이 적은데 임금을 깎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는 임금피크제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내년부터 300명 이상 근무하는 기업들의 정년을 만60세로 연장하는 법이 시행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정부와 재계의 주장은 예전 같았으면 퇴직했을 노동자가 정년연장에 따라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계속 근무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진다는 점, 임금피크제를 통해 줄어든 인건비를 청년 고용 확대에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도 회사가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노동조합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노조 동의가 없어도 민간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노동계와의 한 판싸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삭감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바꾸려면 노조 조합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임금 피크제’는 ‘임금 피크’를 정점으로 임금이 일정기간에 순차적으로 낮아지도록 하는 제도이다.

파견규제 합리화, ‘장그래 양산’ 합리화?

정부가 청년고용 대책에 포함시킨 것 중에는 ‘파견규제 합리화’가 있다. 이 또한 새로운 고용대책이 아니다. 정부가 기존에 추진해왔던 것들 중 하나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내용들이다. 정부는 이 법이 ‘장그래 방지법’이라고 주장했지만, 한편에서는 ‘장그래 양산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포함된다. ▲기간제 근로기간 2년에서 4년으로 확대 ▲32개로 제한된 파견근로 허용 대상 업종을 확대 ▲55세 이상 고령자 및 고소득 전문직도 파견근로 대상으로 허용 등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기업규모가 클수록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을 많이 사용하고 현대자동차에서 나타났듯 상당수가 불법파견 시비에 휘말려 있다”며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파견을 확대하고 불법파견 논란을 해결하려는 재벌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취업 잘 되는 학과만 밀어 준다’는 이상한 대학구조개혁

정부는 산업 현장에서 부족한 인재를 충분히 양성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학교와 현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 학과구조조정을 밀어 붙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학과 통폐합, 학부 및 단과대 신설, 정원조정을 선도하는 대학에게는 평균 50억∼200억원, 최대 3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학과 개편, 정원조정을 돕기 위해 세부전공별 중장기(5·10년) 인력수급 전망을 10월 말까지 대학에 제시할 계획이다. 전과, 복수전공 등 학생의 학습선택권을 보장하고 연계전공 다양화, 취업연계과정 도입 등으로 교육을 내실화하는 방안도 병행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올 12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의 세부 추진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인문·사회학과 기초학문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기초학문이 무너지면 응용학문도 발전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줄 곧 제기돼 왔다. “기초학문 없이 장사하는 학과, 기술을 만들어내는 학과만이 존재하는 대학은 인재가 아니라 로봇을 졸업시키는 것”이라는 비유도 등장하고 있다.

교육부가 산업계의 요구에 떠밀려 고등교육의 역할을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교육부는 사정이 이렇다보니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인문계 학과를 줄이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인문학종합 진흥방안’이라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근시안적인 학과구조조정은 추후 쓰나미가 돼 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 청년실업은 단순한 실업과는 달리 중장기적인 국가동력 저하와 맞물려 있다.

해외로 죄다 청년이 취업하면 대한민국은 어쩌라고?

‘청년 해외취업’은 청년 일자리 창출의 단골메뉴다. 특히 이번에는 박 대통령의 중동순방 후 첫 기자회견에서 “한국 청년들이여, 중동으로 가라!”는 명령(?)이 떨어진 마당이라 당연히 포함될 줄 알았다. 그러나 좀 더 세부적인 계획이 나올 줄 알았지만 “해외취업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이 고작이다.

그동안 정부는 청년 해외취업을 위해 ▲정부는 오는 8월부터 고용노동부와 외교부 등 관련부처와 함께 '해외 청년일자리 협의체'를 운영 ▲현지에서 해외취업을 지원하는 창구인 'K-Move 센터'를 5곳 추가로 설치해 해외 취업 알선 대상을 연간 1천500명으로 확대 ▲청년고용플러스센터를 중심으로 대학생 해외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관련규제를 개선해 민간에서 알선하는 해외취업자도 연간 3천 명으로 확대 등을 밝혔지만 이뤘다 성과가 나온 경우는 없다.

정부는 이번에 “해외취업이 유망한 선진국과 중동, 중남미, 동남아 신흥국 등 총 15개 국가별로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세우고 자격·비자 등 진출 장벽을 완화해 2년 뒤에는 연간 2천 명을 해외로 내보낼 방침”이라고 했지만 현장의 현실은 임금은 중소기업 수준에 대부분은 비정규직일 뿐이고, 사기업인 일부 연수업체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가 그동안 수백억 원의 세금을 쏟아 부었던 청년 해외취업 지원사업에서 거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보고나서 청년 일자리 메뉴에다 포함시켜도 시켰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고용디딤돌’ 목표는 대기업? “중소기업이 더 좋다며?”

이번 대책에 ‘고용디딤돌’이라는 정책이 있다.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갈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아준다는 의미다. 대기업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협력업체 등에서 근무할 인턴을 모집하고 자체적으로 또는 협력업체를 활용해 3개월간의 직무교육을 진행한 뒤 협력업체에서 3개월간의 인턴 근무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어 대기업은 인턴 근무를 끝낸 청년들이 협력업체를 포함한 중소·벤처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알선한다. 대기업은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에 인턴 급여 및 교육비를 보조해 협력업체의 부담을 덜어준다. 청년들이 인턴을 수료할 경우 경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정서가 제공된다. 대기업은 중소·벤처기업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채용 시 우대한다.

정부는 30대그룹이 모두 참여할 경우 2년간 5만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구상은 ‘장밋빛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취업을 알선한다’, ‘채용 시 우대한다’는 내용이 과연 얼마나 실제 취업효과로 이어질지 정부의 말로는 알 수가 없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이 같은 계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속 또한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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