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스승의 날 교육관련 재판을 하게 돼 심경이 참담하다' 토로

▲ 15일 서울지검으로 출두하는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에게 학생 2명이 스승의 날이라해서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 2명 학생은 건축학과 08학번, 11학번인 것으로 알려졌다.

[U's Line 김재원 기자] 올해 5월15일, ‘스승의 날’에 한국 대학은 유난히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몇 달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중앙대와 광운대 두 사립대의 이사장 비리의혹과 관련 1명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로 소환되고, 또 한명은 실형 징역형을 받았다.

우선 오전 9시 40분께 박용성 중앙대 전 이사장(전 두산중공업 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출두를 했다. 박 전 이사장이 대학 이사장의 교육자 신분이라는 것은 서울지검 입구에 들어서면서 뚜렷이 드러났다.

중앙대 남·녀 대학생 2명이 스승의 날을 맞아 박 전 이사장에게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고 “이사장님 힘내세요.”라는 피켓을 들어맞았다. 학생들이 카네이션을 달아준 장소가 지검청사 로비입구가 아니라 고색이 멋스러운 대학본관 입구였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순간이었다.

박 전 회장은 2011~2012년 박범훈(67·구속)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교육부에 압력을 넣어 중앙대의 역점 사업을 해결해 달라”는 취지로 청탁하고 금전적 이득을 제공한 뇌물 공여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이날 박 전 회장을 상대로 2011년 3월 박 전 수석 측이 서울 중구 소재 두산타워 상가를 분양받는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조사했다. 검찰은 임대 분양 시기가 아니었는데도 두산 측이 ‘특별분양’을 통해 박 전 수석 부인에게 상가 2채를 3억3000만원에 분양해 줬고, 이들 부부가 5년간 7000만원 안팎의 임대 소득을 올렸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박 전 수석이 두산 측에서 받은 수백만원어치의 상품권도 뇌물 성격이 있다고 보고 박 전 회장 차원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와 박 전 회장이 이사장 재직 때인 2008년부터 최근까지 100억원대 학교 발전기금을 교비 회계가 아닌 재단 회계로 빼돌린 혐의(업무상 배임·사립학교법 위반)를 받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이날 오전 9시40분께 검찰에 출석하면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달 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해 중앙대 관계자들에게 “원한다면 목을 쳐주겠다”는 등의 e메일을 보낸 사실이 논란이 되자 이사장직과 두산중공업 회장직에서 자진사퇴했다.

 

▲ 조무성 전 광운대 이사장은 15일 스승의 날에 징역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날 재판장은 "스승의 날에 교육관련 재판을 하게 돼 심경이 참담하다"고 밝히면서 교육의 신성함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15일 같은 날 오전 10시에는 조무성 전 광운대 이사장과 그의 부인 이 모씨, 광운대문화관장 유 모씨, 대학법인 사무처장 배 모씨, 광운공고 김 모 교장 등 관계자들 5명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과 배임죄 혐의 등으로 서울북부지법에서 선고가 예정됐다.

이날 형사13부 이효두 재판장이 501호 법정에 들어서자 방청석과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전체 기립해 재판장에 대한 예를 갖췄지만 유독 조무성 전 이사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기립하지 못한 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앞선 다른 사건의 선고가 끝나고 바로 광운대 관계자들의 5명 선고가 이어졌다.<참조 : 5월15일 본지 보도 조무성 전 광운대 이사장 징역 5년 선고 …"죄질 불량 법정구속">

이효두 재판장은 이런 말을 먼저 꺼냈다. “스승의 날인 15일에 공교롭게 교육관련 재판을 하게 돼 심히 재판장 심경도 참담하다”며 피고들에 대한 교육자 신분임을 분명히 인식시켰다.

이어 재판장은 “학교는 무릇 깨끗하고 청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교사채용과 비리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학교재정을 어렵게 만들고, 이와 동시에 교육의 첨령을 훼손했다”며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이날 선고 법정에서는 배임죄로 구속 기소됐던 조무성 전 이사장의 부인 이모 씨는 계속 흐느끼며 울었다. 재판장은 조무성 전 이사장에게 선고 전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다. 조 전 이사장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며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조무성 피고인은 노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이지만 예전부터 벌여온 비리와 횡령이 2011년 복귀 이후에도 이어졌고, 이에 대해 초지일관 변명으로 일관하고 다른 피고인들에게 죄를 떠넘기는 모습까지 보여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고, 15일자로 법정 구속시켰다.

재판부가 언급한 ‘예전부터 벌여 온 비리와 횡령’은 조 전 이사장은 지난 1993년 광운대에 대거 부정입학으로 70여억 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피했던 사건을 말한다. 그러다 지난 2011년 조무성 전 이사장은 학교 구성원의 반발과 저항 속에서도 MB정부의 비리재단을 모두 복귀시키는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 과정에서 이사장으로 복귀해 만3년 만에 2014년 12월 23일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죄와 배임죄로 기소됐다.

이날 법정에서는 조무성 전 이사장의 자녀로 보이는 여성이 선고에 대해 “잘못된 재판”이라며 법정에서 울면서 반발해 지법 관계자의 제재를 받는 등 소란으로 이어졌다. 참으로 소란스러웠던 2015년 스승의 날이었다.

본지 U's Line 편집국 사회부 기자들은 이날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과 도봉동 서울북부지법으로 나뉘어져 취재를 했다. 평소 같으면 스승의 날 행사장에 가 있을 기자들이 교육자라 지칭되는 법인 이사장들의 의혹과 범법으로 검찰과 법정에서 스승의 날을 맞았던 것이다. 많은 언론들은 전직 두 대학법인 이사장의 검찰소환과 실형 선고 보도를 스승의 날 행사 대신으로 내보내야만 했던 우울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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