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립학교답게 총장,이사장은 자비와 포용 정신 발휘해야

▲ 동국대 사태가 5개월을 맞고 있는 가운데 불교 종립학교를 이끄는 종단과 총장이 학교사태를 대하는 자세가 너무 속세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국대 학생들은 5개월째 ‘표절 총장’, ‘종단 총장선거 개입’을 주장하며 동국대 18대 총장으로 취임한 보광스님(한태식)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 학교 김건중 총학생회 부회장의 말대로 “5개월간 분신과 투신 빼고는 다 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학생들의 요구는 줄기찼다.

또한 최장훈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이 학교 내 만해광장 조명탑에 올라 고공시위를 시작한 지도 37일째다. 조명탑 아래에서는 이 학교 불교학과(81학번) 동문이 단식농성중이다. 또한 교수협의회 교수들은 릴레이 단식과 천막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수장 보광스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또한 이를 지지한 세력과 종단의 조계종 자승스님은 현 사태를 어느 정도 심각하게 보는지 정말 궁금하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까지 가도 다른 입장이 나오질 않는 것을 보니 대략 의중을 알 것 같긴 하나 솔직히 걱정스럽다. “이러다가 뭔 일이 터지는 거 아니냐?”는 불길한 생각이 엄습한다. 직접적인 관계자가 아닌 취재하는 신문사의 관계자가 보기에도 참으로 위태롭다.

현 상황은 이대로는 종결이 나질 않는다. 분명, 접점이 있어야 한다. 그 접점은 ‘양보’나 ‘타협’이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싶지 않다. 이 사태를 일으킨 직접적인 장본인에게 원인이 있다. 동국대 관계자라면 다 안다. 잘잘못을 떠나서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은 원인제공이라는 이유로 큰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큰 화를 부르기 전에 원점부터 총장 선출절차를 다시 진행하고, 구성원들의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불교 종립학교 동국대가 보여 줄 수 있는 실제적인 ‘자비’와 ‘포용’이다.

극한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동국대 사태는 총장 보광스님, 학교법인 이사장 일면스님이 서둘러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총장이고 뭐고, 이사장이고 뭐고...” 그게 필요한 상황이 아닌 큰 사회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총장도, 이사장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만다. 혹, 총장과 이사장이 그런 위험한 상황까지 예상하면서 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또한 동국대에는 학생만, 교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원과 총동창회라는 또 다른 주체가 있다. 이 4주체가 현 사태를 슬기롭게 넘기기 위한 공동모색을 해야 한다.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일 난다. 그런 자세는 정답이 아니다. 모범답안마저도 아니다. 모두가 침몰하는 상황이 된다. 재차 언급하지만 잘잘못을 떠나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자들이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

며칠 전 부처님 오신날 자승 총무원장은 봉축사에서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향한 노력을 아끼지 말 것"을 주문했다. 또한 "근엄함과 냉정함 권위와 분노보다는 아픈 가슴을 보듬어주고 축쳐진 어깨를 안아줄 수 있는 자애롭고 따뜻한 지도자가 많은 사회이기를 기도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말이 동국대에서 지금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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