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복직한 류승완 성균관대 연구원

<사진제공 : 경향신문>

[U's Line김재원 기자]대학의 학사 정책과 삼성 등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해고됐던 류승완(46) 전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강사가 최근 복직 소송에서 승소했다. 지난해 9월 류씨가 ‘품위 유지’ 및 ‘신의성실 원칙 준수’ 위반을 이유로 학교로부터 임용계약 해지를 당한 지 1년 남짓 만이다. 류씨는 2011년 가을학기에 맡기로 돼 있던 ‘동양사상입문’ 강의 배정이 갑자기 취소된 데 반발해 2년 가까이 1인시위를 벌였다.

그 뒤 류씨는 지난해 7월 성균관대 동양철학·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임용되면서 시위를 그만뒀지만, 성대 쪽은 류씨가 <한겨레>와 한 인터뷰(2013년 9월1일자 참조)에서 “성균관대 쪽과 협상 끝에 연구원 자리를 제의받고 최근 시위를 풀었다”고 한 것이 과장·왜곡됐다며 그를 해고했다. 성균관대는 “계약 주체가 연구소여서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임용 담당자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법률상 사용자는 성균관대이기 때문에 과장·왜곡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성균관대는 류씨가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한국 사회의 불합리한 금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해 연구원의 역할·책무와는 무관한 특정 기업 및 기업인에 대한 비판을 해 대학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해왔다. 성균관대는 삼성이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단체의 민주적 운영의 필요성과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 등을 일반적으로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대학 내에서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연구원 등이 언급하기에 부적절한 수준의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마용주)는 류씨가 학교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소송에서 “해고는 무효이며 류씨에게 복직할 때까지 매달 1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류씨는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아직 공식 복직통보를 받지 못했다. 이런 류 씨가 “기업이 대학을 지배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 자체가 가장 큰 돈벌이 공간이기 때문”이라며 “재단 입장에서는 폭리를 올리는 등록금뿐만 아니라 한 해 수천억원씩의 국고보조금, 대학운영·부속병원 세제혜택 등이 모두 돈벌이로 이어진다”고 한국 대학의 현주소를 질타했다. 류 씨는 2010~2012년 감사원이 적발한 성균관대의 에버랜드 투자 실패, 고려대의 고위험자산 투자 실패 등이 돈벌이를 노리는 기업화된 대학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류씨는 기업이 지식인과 학생을 길들여 기업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념적 밑그림을 그린다고 본다. 대학의 인사·재정·행정을 장악한 기업은 필요에 따라 학문 내용도 결정한다고 했다. 류씨는 ‘유교자본주의론’을 예로 들며 “한때는 유교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더니 어느 순간 유교 덕분에 자본주의가 성공했다는 담론이 유행했다. 자본주의적 노사관계에 유교적 가치를 끌어 쓰는 것이 유리하다는 자본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인문학 열풍이나 대학마다 개설된 CEO과정, 대학 건물의 공간 배치 역시 기업의 대학지배 현상을 보여준다.

류씨는 “일제강점기 대동아공영을 내세운 황도유학(皇道儒學)은 사람들을 동원하기 위한 인문학적 정비였는데, 지금 기업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치유와 힐링을 강조하는 인문학 열풍도 사람들이 경쟁을 더 잘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류씨는 “대학에서 이 같은 현상을 비판하면 감시와 처벌, 해고와 배제로 이어져 구성원들이 위축되고, 비판의식도 사라진다”며 “학문의 자유를 위해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씨는 해고 전 학교 측의 갑작스러운 강의 취소 통보에 반발해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시간강사의 교원지위를 박탈해 학교에 순응하도록 만드는 고등교육법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씨는 이번에 승소하기까지 경제적 어려움도 있었지만 동료들의 외면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류씨는 “같은 공간 안의 구성원들이 괜히 저랑 얽히지 않으려고 피하더라. 해고를 당한 이들의 사회적 고립감이 이런 것인가 느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류씨는 “많은 분들이 도와줬다. 많은 동료 강사들이 도와줬고, 학교에 나올 수 있게 불침번을 서가며 교직원들로부터 연구소 출입문을 지켜줬던 학생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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