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 2기를 이끌 성낙인 신임 총장. 그는 ▲분권형 대학운영 ▲책임 경영체제 도입 ▲연구 및 교육역량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U's Line 김아람 기자]성낙인 전 서울대 법과대학장(64)이 19일 서울대 제26대 총장 최종후보자로 선출된 가운데 그가선거에서 발표했던 공약에구성원들이 다시 들쳐보기 시작했다.

서울대 신임 총장은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법인화 2기 총장의 행보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총장은 서울대 첫 간선제 총장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서울대는 대학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2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했다. 법인화 2기를 맞는 서울대를 안정시키고 자율성을 실현할 리더를 뽑는 것이 이번 총장 선거의 쟁점이었다. 이를 위해 대학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이 후보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후문이다.

최근 선출된 진보교육감의 국공립대 통합 공약에 따라 서울대 폐지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신임 총장에게는 서울대의 위상을 지켜야 하는 임무도 주어졌다. 법인화를 하는 과정에서 이질화 된 학내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고 포용할 것인지도 신임 총장의 과제다.

성 후보는 이사회에 추천된 총장 후보자 3인 중 대외관계에서 강점을 가진 후보로 꼽혔다. 정부 기관과 국회,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경력도 높이 평가됐다. 반면 성 후보는 1980년부터 22년간 영남대에서 재직하다가 2002년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다른 후보들에 비해 서울대 재직기간이 짧다는 것이 감점요인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성 후보자는 ▲분권형 대학운영 ▲책임 경영체제 도입 ▲연구 및 교육역량 강화 등을 주요 정책으로 밝혔다. 성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법인 체제에 부합하는 거버넌스(행정) 체제를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법학자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하겠다는 얘기다.

총장의 집행권을 부총장과 학장에게 대폭 위임하는 분권형 운영체계에 의한 대학 운영도 제안했다. 단과대학과 전문대학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등 교직원의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체제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법인 재정 확보에 대한 공약으로는 국유재산 확보, 비과세를 위한 세법 개정, 효율적인 재정체계 확립 등을 내걸었다. 이로써 총장 임기 4년 동안 6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성 후보는 법인 설립 당시 서울대가 보유·관리하고 있던 국유재산을 확보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국립대학과 같은 수준의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별 법률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회계·간접비회계·발전기금회계 등을 연계한 종합재정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고도 했다.

교육·연구 부문에서는 기초학문과 보호학문, 융합학문을 양성해 지식 기반 사회를 선도하겠다고 공약했다. 성 후보는 서울대를 '미래 한국의 학문적 전진기지'라고 표현하며 기초·보호 학문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창의적 글로벌 인재의 양성, 교직원 지원 확대, 학생 복지 증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학 자원을 사회와 공유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입시 제도도 개혁하겠다고 했다. 서울대가 2020년에 세계 20위 대학, 2030년에 세계 10위 대학으로 부상하는 '2020-20프로젝트'도 제안했다.

한편 성 후보는 이날 오후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서울대 이사회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얻어 신임 총장 최종후보자로 선출됐다. 이사회는 신임 총장 선출을 위한 비공개 투표를 한 뒤 성 교수가 재적이사 15명의 과반인 8표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첫 투표에서 성 교수는 8표를 얻었고, 오세정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4표, 강태진 재료공학부 교수는 3표를 받았다.

그러나 앞서 총장에 지원한 여러 후보 중 3명을 추려내는 과정을 담당했던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의 결과와 이사회 결정이 달리 나온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총추위는 총추위원 30명의 평가 60%와 교직원 정책평가단 점수 40%를 합산해 오 교수를 1위, 성 후보자와 강 교수를 공동 2위로 선정했으며 이런 의견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교수협의회 이정재 회장은 "그동안의 총추위 활동이 무의미해졌다"며 "앞으로 교수사회와 협조, 이해를 바탕으로 대학을 운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50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성 후보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파리제2대학교에서 헌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남대 교수를 거쳐 1999년부터 서울대 법학대학·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성 후보는 ▲서울대 법대학장 ▲한국법학교수회장 ▲한국공법학회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장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교육개혁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법대에서 총장이 나온 것은 1995년 20대 이수성 총장 이후 19년 만이다. 법대 출신 총장으로는 이 전 총장 이외에 8대 신태환 총장, 9대 유기천 총장이 있다. 앞서 성 후보자는 2010년 25대 총장 선거에서 한차례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신임 총장은 교육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오는 7월 20일부터 4년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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