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죽전캠퍼스에 있는 치과병원 5~6층은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에는 올 하반기 한방암센터인 ‘넥시아글로벌의료센터(가칭 넥시아의료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단국대에는 의과대학은 있지만 한의대는 없다. 의대는 천안캠퍼스에 있다. 그런 단국대가 생뚱맞게 한방암센터를 개설하는 데는 한 한의사의 존재가 깊숙하게 드리워져 있다.

한의사 최원철(50). 지난해 말 단국대 특임부총장으로 전격 영입돼 주목을 받은 그는 넥시아의료센터를 이끌며 암환자를 상대로 자신의 의술을 펼치게 된다. 경희대 강동경희대병원 통합암센터장을 지내다 지난 연말 단국대로 자리를 옮긴 그는 한쪽에서는 ‘기적의 한의사’로 칭송받아온 반면, 또 다른 쪽으로부터는 ‘위험한 한의사’라는 오명을 들어온 논란의 의료인이다.

그의 존재가 대중에 깊숙이 각인된 것은 1999년 초. 1988년부터 인천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그가 말기암 환자들을 살려내고 있다는 얘기가 ‘암은 정복될 것인가’라는 KBS 특집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되면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의 병원은 암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그에 대한 비판도 그만큼 늘었다. 2006년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장을 맡았지만 그는 동료 한의사, 양의사와 숱한 소송전을 치러야 했다.

그를 ‘기적의 한의사’로 칭송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즐비하다. 그가 1996년부터 2013년 현재까지 치료한 말기암 환자는 모두 216명. 이 중 의학적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이상 생존자’가 119명에 이르고, 119명 중에서 ‘13년 이상 생존자’도 70명이나 된다. 이 수치는 그에 대한 보도를 최초로 한 KBS의 취재와 그가 거쳐온 강동경희대병원 통합암센터의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미국 암센터(National Cancer Institute)가 ‘어떠한 치료법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암(usually cannot be cured or controlled with treatment)’이라고 규정한 진행암(4기암) 환자를 살려냈다는 것 자체가 의학적으로 잘 설명이 되지 않는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가 암 환자들을 살려내는 비법은 옻나무에 있다. 그는 옻나무 진액(한약명 칠피, 건칠)에서 추출한 ‘넥시아(NEXIA·Next Intervention Agent)’라는 한방 항암제를 사용해 암환자들을 치료한다. 단국대 한방암센터에 붙은 ‘넥시아’라는 이름도 그가 만든 이 항암제에서 따온 것이다. 동료 의사들과 소송전을 치르며 한때 자살을 생각할 만큼 엄청난 시련을 겪어온 그는 앞으로 단국대 한방암센터에서 넥시아를 무기로 암과 본격적으로 싸워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행정직을 포함해 60명 규모(의사 9~11명)를 갖춘 넥시아의료센터는 오는 7월 문을 열 예정이다. 의료센터에는 입원환자를 위해 70~80 침상 규모의 병동이 별도로 마련된다. 그를 둘러싼 논란은 단국대가 그를 영입하면서 다시 가열되는 양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단국대에 넥시아의료센터 건립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의협은 공문에서 “현재까지 옻나무 추출물을 이용한 암 치료방법은 의학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을 뿐더러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임상시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간곡한 요구에도 불구, 계획을 추진해 암환자에게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강행한다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장협의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과 공조해 범의료계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 홍보팀 이범원씨는 “넥시아는 제대로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식약처 의약품 허가도 받지 않았는데 어떻게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느냐”며 “아무리 좋은 약도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 김태호 홍보이사는 “새로운 치료법이 제시되면 학문적 연구를 진행하는 게 당연한데 의학계에서 이를 처음부터 원천적으로 막는 듯이 보여 국민적 입장에서 안타깝다”며 “최원철 박사는 경희대에 있으면서도 넥시아로 충분한 연구성과를 냈고 치료 케이스를 쌓아왔기 때문에 당장 치료에 나서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임상시험과 식약처 허가를 문제 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의학은 수천 년간 쌓아온 기성처방이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면제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최원철 부총장을 만난 것은 지난 4월 29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에서 산속으로 30분가량 자동차를 몰고 간 곳에 있는 ‘대한암환우협회’에서였다. 이곳은 최 부총장이 치료한 말기암 환자 및 가족 70여명이 공동으로 만든 일종의 텃밭. 환자와 가족들은 이곳에서 직접 땀 흘려 먹거리를 키우고 재배한 농작물을 주변 사람들과 나눈다. 일부는 이곳에서 2㎞ 정도 떨어진 곳에 숙소를 마련해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최원철의 기적’에 대해 어렵지 않게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1996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이제현(30)씨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처음엔 폐렴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병세가 점점 악화되더니 하복부가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버지 이정호(62)씨는 기자에게 당시를 회고하며 “병원 권고에 따라 항암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폐에 물이 들어차 항암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의 생명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웠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2013년 현재, 이씨는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 연수를 하고 있다.

1996년 봄, 당시 두 살 아기였던 김은주양도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김양 역시 수개월 앞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 고3이 된 김양은 건강을 되찾아 대학입시에 전념하고 있다. 최원철 부총장이 치료한 환자 유형은 다양하다. 1998년 암 진단을 받은 지 13년째(2011년 기준·70세)인 정미자씨는 폐암이었고, 2006년 암 진단을 받은 지 5년째(2011년 기준·31세)인 민복기씨는 고환암이었다. 2004년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7년째(2011년 기준·71세) 살고 있는 김금자씨는 신장암이었다.

최 부총장은 “백혈병, 폐암, 신장암의 경우 상대적으로 치료 효과가 높다”고 했다. 그는 “아직까지 넥시아의 주사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며 “소화기관이 망가졌거나 잘라내서 약을 흡수하지 못하는 환자와, 항암치료를 두 차례 이상 거친 환자는 상대적으로 치료 효과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평생 싸워온 암에 대해 “급변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세포”라고 정의했다. “암의 대표적 원인은 증오입니다. 스트레스죠. 분노, 피로, 슬픔… 이런 것들이 모여서 암을 일으킵니다. 스트레스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직장에서의 마찰과 부부 사이의 갈등이에요. 하루에도 10시간 이상 마주하는 사람들과 불화가 생기면 마음속에 미움이 쌓여갑니다. 그게 암을 일으킵니다.”

그는 “스트레스나 증오의 실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서도 “전자현미경을 통해 혈액을 들여다보면 암의 원인이 보인다”고 말했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니, 혈액 내에 있는 생명물질이 병리적으로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입자는 바이러스 정도로, 40~150㎚m(나노밀리미터·1나노=1/10억) 정도의 미세한 크기입니다. 우리는 이것에 파루템(Parutem)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최 부총장은 “파루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최신 전자현미경 한 대의 가격이 약 17억원 정도 한다”면서 “단국대가 암 연구를 위해 이걸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 한의학에서 말하는 어혈에 파루템이 들어 있었다”며 “암의 원인은 결국 어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자현미경으로 환자의 혈액을 보면 일정한 운동성과 형태를 지닌 이중막의 작은 입자들이 나타납니다. 이게 한의학에서 말하는 어혈(瘀血)입니다. 어혈이란 ‘피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한의학에서는 ‘백병필어(百病必瘀)’라 해서 어혈을 만병의 근원으로 꼽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혈액검사를 할 때는 원심분리기로 피를 돌린 뒤 백혈구, 적혈구 등의 수치를 따집니다. 그러느라고 지금까지 어혈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던 거죠. 그런데 환자 혈액을 추출한 뒤 이를 5분 안에 컨포컬레이저 주사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어혈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혈액을 고정시켜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그 구조를 알 수 있습니다.”

최 부총장은 “이를 이용해 9단계로 암을 진단하는 어혈진단법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 방식을 활용하면 초기 암의 발생과정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며 “어혈의 DNA 유전자와 미세RNA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파루템이란 이름의 영문 서적으로 출간했다”고 했다.

그는 만병의 근원인 어혈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감염균이나 유전자적 요소를 제외하면 어혈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스트레스와 먹는 음식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식생활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새로운 먹거리 환경에 적응하려면 최소 10세대, 300년이 흘러야 합니다. 전통식품은 수백 년 이상의 세월을 거쳐 검증되고 적응된 것이죠. 하지만 항생제를 먹여 키운 물고기나, 농약을 주고 키운 식물,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인스턴트 식품 등은 그렇지 않습니다. 200년 전에는 오늘날처럼 암이 흔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엔 지금과 같은 먹거리를 먹지 않았어요. 공기도 맑았습니다. 사람들은 땀 흘려 일했습니다. 그리고 ‘규칙적이고 느리게’ 생활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시절로 한번 돌아가 보자는 가설을 세웠어요. 이곳(대한암환우협회)에선 전통식품을 먹고 땀 흘려 일합니다. 전원생활을 통해 스트레스 요인을 차단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 가설이 맞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항암제 넥시아의 기능에 대해 “잘못된 세포를 바로잡아 주는 기능을 한다”면서도 “암 환자에게 치료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의 역할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암은 인간이 문명과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해 생긴 병이기 때문에, 치료는 결국 환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약이나 식이요법 중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완치를 위해서는 어혈과 환경 스트레스를 동시에 잡아야 합니다.”

넥시아는 원래 연구 프로젝트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항암치료에 실패한 4기 암환자들에게 그 다음 치료, 즉 넥스트(next)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의 이름이 넥시아였다는 것이다.

“넥시아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전통 옻나무 수액 채취법인 화칠법(火漆法)을 이용해 알러지를 유발하는 독성물질을 제거한 뒤 끓이고 냉각시켜 캡슐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종양 치료에 옻나무를 가장 처음 사용한 나라입니다. 무려 2200년 전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500년 전에 쓰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세종 때 간행된 의약서), 의학입문(醫學入門·명나라 때의 한의학 서적), 동의보감(東醫寶鑑·광해 때 허준이 지은 의서) 등에 옻나무는 ‘어혈을 풀고 종양을 치료하는 약재’로 등장합니다.”

그는 “한의학에서는 구어성괴(久瘀成塊)라 해서 ‘어혈이 오래되면 종양이 생긴다’고 했다”고 말했다. “옻나무의 효능에 관한 기술은 13종에 걸친 한의서 모두에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오래된 어혈을 녹이고 피를 맑게 하며 오랫동안 먹으면 늙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옻나무를 치료에 이용하는 한의사는 경희의료원, 강동경희대병원 등에 소속된 15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한의사 숫자가 1만2700명이나 되는데 말이죠. 이유는 독성 때문입니다. 옻나무의 강한 독성을 제어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죠.”

그는 옻나무가 암을 치료하는 메커니즘과 관련해 체온을 강조했다. “동물이 죽었나 살았나를 구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체온입니다. 물고기 같은 동물은 수온이 0.1도만 달라져도 어족이 바뀝니다. 온도는 그만큼 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미국과 일본에서는 사람의 체온이 1도 낮아지면, 면역력이 2~10배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죠. 저는 여기에 동의합니다. 암도 마찬가지예요. 병이 진행될수록 암 환자의 체온은 낮아집니다. 한의학에서는 일찌감치 이 점을 파악해 궐냉(厥冷)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다면 암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약물의 요건이 드러나지요.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고, 어혈을 제거해 줘야 하며, 어혈에 포함돼 있는 오염물질을 배설해 주는 기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게 옻나무입니다. 넥시아는 옻나무에서 추출한 약물이에요. 경희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존 항암제의 단점인 탈모, 통증 등의 부작용은 물론 혈액검사를 통해서도 간장이나 신장 등에 끼치는 독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넥시아 한 알의 가격은 3만원. 중증 환자는 하루 두 알을 먹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환자는 한 알씩 먹으면 된다고 한다. 최 부총장은 “먹는 기간은 환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하지만 일반적으로 9개월은 먹어야 한다”고 했다. 한 달에 90만원(중증 환자는 180만원), 9개월에 810만원(중증 환자는 1620만원)이 약값으로 들어간다는 얘기다. 최 부총장은 “넥시아를 활용한 말기암 환자 치료 사례를 유럽종양의사협회 공식 저널인 종양학저널(Annals of Oncology)과 뉴잉글랜드 메디컬저널(New England Medical Journal) 등 해외 저명 학회지에 총 13차례에 걸쳐 논문으로 발표했다”고 했다. 그는 “넥시아와 한약은 국가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4기암이란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확진된 암’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신장에서 여러 개의 암이 발견됐다고 해도, 폐나 간장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면 이를 4기암으로 보지 않습니다. 미국 암센터(National Cancer Institute·www.cancer.org)는 진행암(4기암)에 대해 ‘어떠한 치료법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암(usually cannot be cured or controlled with treatment)’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치료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런 4기암 환자가 치료된 것이죠. 1차 양방치료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 중에서 5년 이상 생존자 119명, 13년 이상 생존자가 70명에 달한 겁니다.”

최 부총장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겪은 우리 의료 현실에 관한 것으로 이어졌다. “1999년 1월이었습니다. KBS가 ‘암은 정복될 것인가’라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송했어요. 한마디로 난리가 났습니다. 전화가 수천 통 걸려오는데…. 병원 업무가 온통 마비가 됐어요. 의학계에서는 넥시아를 놓고 한바탕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양방의사들뿐 아니라 일부 한의사들까지 넥시아를 비방했어요. 불법 의약품이다, 과학적이지 않다, 심지어는 넥시아가 독극물이라는 내용의 투서, 고발, 고소가 잇따랐습니다.”

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사기관에서 소환조사를 받은 것만 148차례”라며 “많은 날엔 하루에 3건의 소환장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이렇게 시달릴 바에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유언장을 썼어요. 그걸 놓고 집에서 나오는데 유명한 사람이 숨졌다는 뉴스가 나오더라고요. 순간 내가 죽으면 누가 알아줄까 싶은 생각이 들데요.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에 절망했습니다. 그런 상황인데, 환자들이 나섰어요. 버스 3대를 대절해 서울지방경찰청 앞으로 와서는 ‘최원철은 죄가 없다’ ‘최원철이 우리를 고쳤다’고 시위를 벌인 겁니다. 결국 무혐의로 종결이 됐지요. 그게 2001년의 일입니다.”

최 부총장은 “솔직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암환우협회 회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때 우연히 스님 한 분을 만났어요. 그 스님이 ‘관재수가 있는데 피하기 어렵다’면서 ‘봉사를 많이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10년 뒤에는 큰일이 생긴다’고 하는 겁니다. 그땐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10년 뒤에 정말 큰일이 생겼습니다. 2010년 11월 23일이예요. 강동경희대병원과 제가 무허가 약품을 불법으로 유통시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겁니다.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엄청난 요원을 투입했어요. 집요했습니다. 무려 9개월에 걸쳐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환자들이 나섰어요. 변호사 비용에 보태라면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준 겁니다. 임상시험약을 불법 유통한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되자 식약청 조사단은 넥시아의 포제(약효를 상승시키기 위한 한의학 가공방법)를 문제 삼고 나섰어요. 그렇게 23차례에 걸쳐 강동경희대병원 직원들과 교수들을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결국 혐의점이 없다면서 무혐의로 처리했습니다. 2011년 8월 19일이었습니다.”

그를 둘러싼 모든 비판과 논란이 검찰의 무혐의 처리로 일단락되자 ‘식약청이 무리하게 한방을 조사했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 사람들을 욕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의학계 권위자라는 사람들이 ‘넥시아=불법 의약품’이라고 말하는데, 수사관들이 어떻게 그걸 무시하겠습니까. 정작 문제가 있는 것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학계의 고질적 풍토입니다. 그 권위적인 시스템은 수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걸 절감했어요. 지난 연말 경희대를 사직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는 “단국대에서는 연구에 전념하겠다”면서 “단국대 넥시아의료센터에서 암 진단과 연구에 몰두, 4기암 환자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복지부는 ‘2012년도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서 2010년 한 해 동안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 20만2053명(남성 10만3014명, 여성 9만9039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전국 단위 암 통계가 처음 집계된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암 진단을 받고 생존(2011년 1월 1일 기준)해 있는 암 유병자는 96만654명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요. 저는 현재 암 환자 수가 35만명, 암 유병자는 130만명 정도로 추산합니다. 지금 같은 증가 속도라면 환자 가족을 포함해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1000만명에 달하는 날이 조만간 오게 됩니다.”

최 부총장은 “국가적 재앙인 암을 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우수한 항암제를 만들어 건강보험 지원을 해주면 환자들이 공짜로 치료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그걸 하겠다고 환자들과 약속했는데,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하게 돼서 미안하다”며 말을 맺었다.

<기사제공 :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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