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아이템은 생활 속에 있어요”

▲노광철씨는 지난 4월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서 인삼김치로 ‘이색김치 최강달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남자김치. 대학생김치. 생활의달인김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나오는 노광철(25∙건국대 전기공학과 3학년)씨의 연관 검색어다. 그는 창업 2년 만에 연 매출 6억 달성, 올해 15억원 매출을 바라보는어엿한 청년 사업가다.


짐치독은 온라인 김치판매 전문점으로 직접 운영하는 광주, 영암, 제주 등 직영농장과 지역농가들과의 계약재배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 짐치’는김치의사투리다. 포기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총각김치, 동치미, 석박지, 파김치, 갓김치, 부추김치, 오이소박이, 깻잎김치, 봄동겉절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색소∙MSG∙설탕 등의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사과∙배∙양파∙다시다∙명태∙마른새우∙표고버섯∙멸치∙황석어 등 천연조미료만 사용하고 있다. 재료로 사용되는 배추와 고추는 그의 아버지 고향인 함평에서 직접 재배하고 있다. 그야말로 웰빙음식의대표주자격이다.


‘생명의 밥상’차리고 싶어 사업 시작 … 3개월 간 5만원 벌어


한창 대학 중간고사 기간에 만난 노광철씨는 학점을 걱정하는 여느 대학생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놀기 좋아하는, 막연한 꿈만 꾸던 대학생이었어요. 학점은 당연히 바닥이었죠.” 노씨는 입대 후 인생 계획을 다시 세웠다. 부대도서관에서 신문을 구해 읽으면서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도 파악했다. 당시 2008년에는 유독 중국산 구더기 김치와 원산지를 속여 파는 음식과 같이 먹거리를 위협하는 뉴스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었던 때. 그는 음식문화를바꾸고‘, 생명의 밥상’을 차리고 싶다는 일념으로 ‘김치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제대를 1년 앞두고 부대도서관에서 김치에 관한 문헌을 모두 섭렵하고, 취사병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는 등 차근차근 사업을 준비해 나갔다. 제대 후 곧바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고 사업을시작했다. 그 시작은 당연히 고난의 연속이었다.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고 시작한 사업인데다가 홍보도 없는 제조업이라 3개월 동안 번 돈은 고작 5만원이 전부였다. 냉정한 현실에 부딪힌 노씨는 낮에는 과외,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무조건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명동∙서울역∙용산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무료시식회를 열고, 동문회 등을 다니면서 짐치독을 알렸다. 책을 통해 배운 경영이론만 알 뿐, 정작 맛있는 김치 맛을 낼 줄 몰랐던 것도 걸림돌이 됐다. 그는 본인만의 특별한 맛을 내기 위해 전라도 해안가의 맛 집을 찾아다니며 고심한 끝에 자신만의 김치 조리법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노광철씨는 첫 납품했던 김치를 잊을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교도소와 1톤짜리 갓김치 납품을 계약했지만, 2009년 폭설이 문제였다. 갓을 제배하던 농가들은 대부분 수확을 포기했고, 유일하게 갓이 나오는 농가 한곳을 찾았지만 수출용이라 판매가 안된다는 것. 노씨는 납품을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인부들을 끌고 밭에 있는 갓을 뽑게 했다. 두손두발 든 농가주인은 결국 기존 값의 두 배를 받고 그에게 갓을 넘겼다. 5일 동안 밤낮없이 갓김치를 담갔다. 납품은 무사히 마쳤지만 결과는 적자였다. 무리한 재료비가 원인이었다.

“ 나름준비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죠. 시중물가, 납품 동향 등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도 그일이 있고 난 후에 알게 됐거든요.”

이색김치로 일본·대만·미국 등 수출 ‘인기몰이’


김치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걸림돌은 역시‘나이’와‘성별’이었다. “남자가 김치를?” “고작 대학생이?” 란 사람들의 눈길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협회에 등록하기까지도 꽤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연예인 등 유명인이 주름 잡고 있는 김치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 노씨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도 이런이유였다.

“외국의 경우 대기업이나 저 같은 젊은이나 다 똑같이 봐 주시거든요. 그래서 평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싶어서 해외시장을 먼저 선택하게 됐고, 더 치중을 하고있는 것같아요.”

▲ 인삼김치

현재 짐치독은 일본, 대만, 미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 김치를 흉내낸 ‘기무치’가 시장에 만연해있어 평범한 김치로 일본을 겨냥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노 씨는 해결책을 다른 재료에서 찾았다. 인삼을 좋아하는 일본사람의 취향에 맞춰 인삼김치를 개발, 지금은 폭팔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샤브샤브를 즐기는 대만사람들을 겨냥해서 국물내기용 김치를 개발했고, 미국시장은 파프리카 김치를 시도했다.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다 보니 지난 4월, 그는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서 인삼김치로 ‘이색김치 최강달인’으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보기도했다.


‘미쿡’이란 상호를 내건 미국 매장의 경우 금융가가 즐비해있는 워싱턴 거리 한복판에 태극기를 달고 운영되고 있다. 오픈 후 한 번도 적자를 면한 적이 없지만, ‘한국’을 알리고 ‘김치’라는 단어를 알리고 싶다는게 노씨의 작은 바람이다.

'미쿡’은 항상 적자라 홍보용으로 남는 김치를 이용해 볶음밥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 우리가 나눠준 걸 먹어보고 김치볶음밥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김치볶음밥을 판매하진 않지만, 그럴 때마다 외국인들에게 김치를 조금이라도 알린것 같아서 왠지 뿌듯하죠.”


수익금 어린이재단 등 기부 “사회경험 수업료 내고파”


공기업에 근무하는 아버지, 현모양처 어머니 밑에서 자란 노광철씨는 고2때 전교 꼴등을 할 정도로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친구들이 비웃고 학교 선생님이 무시해도 그의 꿈은 오직 대통령이었다. 최고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의 꿈은 최고의 전문 경영인이다. 단, 김치가 아니라 지금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전기분야의 전문 경영인이다.

“ 김치사업은 제 인생의 과정일 뿐이에요. 새로운 경험과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라 실패를 두려워하지않았던것같아요.”


김치사업을 통해 배운 사회경험의 ‘수업료’를 내고 싶었다는 노 씨는 수익 전부를 선한 일에 쓰고 있다. 고아원∙양로원∙불우이웃 등을 시작으로 지금은‘초록우산’이라는 어린이 재단을 통해 기부 활동을 하고있다. “ 진심으로 고맙다”는 얘기를 처음으로 들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는 노씨. 그는 지난 5월에는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모교인 건국대와 근무했던 군부대에 각각 김치 80㎏과 50㎏을 전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6월엔 삼성화재와 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상호 공동 마케팅 등을 골자로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또 지난 해에는 남아공 지적장애인 월드컵 대표팀에 배추김치100㎏을 후원해 주목을 받았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노광철씨는 어느 때보다 바빠진다. 다가오는 김장철을 맞아 절임배추, 친환경 무농약 절임배추까지 판매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건조김치’라는 새로운 아이템도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수출용으로 제조될 건조김치는 식감, 풍미, 질감 등을 최대한으로 살려내 김치를 쉽게 접할 수 없는 해외 구매자들을 위한 제품이다.


수업 때문에 다시 학교로 들어가야 한다는 노씨. 열정과 패기로 가득한 그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혀줄 진정한 ‘CEO’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원지 기자 wonji82@usline.kr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