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방학 때마다 신문에 우후죽순처럼 실리는 광고가 있다. '00대학 초중등생 대상 영어 캠프 개설', 'ㅁㅁ대학 원어민 캠프 시작' 등등. 대학이 나서는 것이라 그런지 수강료도 만만치 않다. 적게는 1백여만 원에서 비싼 것은 4백만 원 가까운 것도 있다. 저도 얼마전까지 이런 대학 캠프에 자녀들을 참여시켰다. 특별한 효과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다만 방학 때 아빠, 엄마가 출근한 뒤 집에 혼자 남겨지는 사태를 막아야 했고, '노느니 대학 캠프에서 영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면 좋지 않겠냐'는 기대감에서였다.

그런데 이번 여름 방학 동안에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원들에 대한 집중 지도·점검을 펼쳐 이런 대학 캠프 11곳을 적발해 8곳을 고발하고 3곳을 수사의뢰했다. 불법 '무허가 교습소'라는 이유였다. 사실은 대학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설 학원이 대학의 건물을 빌려 운영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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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모든 대학 캠프는 '불법'이라고 교과부는 설명한다. 초중고생에게 교습을 하는 행위는 학원 영업이란다. 현행 학원법에서 모든 학원은 허가를 받은 장소에서만 교습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래서 대학에서의 학원영업은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대학은 대학생의 교육을 위한 시설물이기 때문에 초중고생의 교습을 위한 장소로는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 내가 아는 대학 캠프만도 30개가 넘는데 왜 11개만 적발된 것이죠?"

교과부는 캠프가 다 같은 캠프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일부 대학의 캠프는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후원을 받아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럴 경우 공익적 목적에 의한 행위이기 때문에 위법성 조각사유(실정법을 위반한 행위이기는 하지만 죄를 묻지 않는 사유)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교육 기관과 함께 캠프를 운영하면서 수강료도 비싸던데요?"

이에 대해 교과부는 사안의 경중을 따졌다고 답을 한다. 대학이 캠프의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용하는데 더 많이 개입했을 경우 정상을 참작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곳은 사설 교육기관이 대학의 건물만 빌려서 독자적으로 교육 과정을 운용했다는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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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적발된 학원 몇군데를 직접 찾아가봤다. 한 학원 책임자를 만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형평성이 없어 몹시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7년 전 영어 캠프 사업을 시작하면서 교과부에 직접 찾아가 법적 문제점에 대해 질의까지 했다고 한다. 그 당시 교과부 담당자는 "된다는 규정도 없지만, 안 된다는 규정도 없어 보이니까 알아서 추진하시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유명 대학의 캠퍼스를 빌려 6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캠프를 개설해왔는데 갑자기 이번 여름 방학 캠프가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적발된 캠프와 그렇지 않은 캠프의 차이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캠프는 대학이 더 깊히 관여해 사안이 다르다는데요?"

학원 측은 그런 캠프도 겉으로만 대학이 참여하는 것처럼 꾸몄지 실상은 사설 학원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 학원은 교과부에 물어봤단다. "만약 우리 캠프도 대학 측이 좀 더 교육과정 개설과 운용에 많이 개입한다면 법적으로 문제 없는 것이냐?" 교과부는 이에 대해 "대학에서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영어 교습을 하는 것은 무조건 불법"이라고 못을 박았다고 한다. "그러면 뭘 어찌해야 하죠?" 학원 측의 반문에 저도 대답이 막혔다. '남들이 면책을 받은 사유를 내가 하면 인정 받을 수 없다니' 조금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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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 적발되지 않은 캠프를 주관하는 사설 기관을 살펴봤다. 공교롭게도 00일보, ㅁㅁ일보, XX일보 등이 자회사로 세운 교육기관이 운영하는 곳이 상당수였다. 이들 국내 유력 일간지는 최근 교육 사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영어 캠프도 여러 대학과 함께 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곳들은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이다.

대학이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영어 사교육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동의한다. 설사 하더라도 수익사업이 아니라 재능 기부 차원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자녀에게 무료로 영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든지, 아니면 정말 대학이 스스로 나서서 영어 교육 과정을 실비로 운용해 사교육 기관들을 제어해줘야 한다. 백번 양보해서 '방학을 이용해 영어를 배우는 수요가 있는데 이들이 해외로 나가 외화를 쓰느니, 국내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를 인정해서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면 엄정한 기준과 원칙을 세우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해야한다.

힘 없고 빽 없는 학원들만 적발 당해 처벌을 받고 언론사가 개입돼 있으면 그냥 넘어가는 모양새가 돼서야 단속의 영이 서겠습니까? 그게 교육부가 할 짓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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