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제 버릇 개 못 준다’라는 말이 있다. 한번 몸에 밴 나쁜 습성은 쉽게 고치기 어렵다는 말이다. 최근 몇몇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제 버릇 개 못 준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입시부정 등 각종 비리에 연루돼 쫓겨났던 구재단 세력들이 학교로 돌아와 다시 부정을 저지르고 말썽을 일으키는 등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속담이 가장 적절한 표현인 듯 싶다.

1990년 당시 33억원대의 거액 부정입학 비리 당사자였던 이희순(설립자 부인) 한성대 이사장으로 또다시 70억원대의 교비를 유용해 교과부로부터 ‘주의’조치를 받았다는 소식이다. 학생들의 등록금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개인 쌈짓돈처럼 쓰는 대학이사장에게 과연 ‘교육철학’이 있기나 한 것일까? 또 그런 이사장에게 대학을 맡긴 교육과학기술부는 과연 ‘대학구조개혁’이니 ‘대학 선전화’를 운운할 자격이 있기나 한 것일까?

지난해 정이사체제 출범과 함께 비리 구재단 측 세력이 복귀한 대구대에서는 얼마전 심각한 폭력사태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2월 11일 이사회를 앞두고 구재단 측 이사가 대동한 사설 경호원들이 건물 진입을 위해 대학생들을 향해 전기 충격기를 휘두르고 욕설을 퍼붓는 등 ‘조폭’수준의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학생들 얼굴에 침을 뱉고 ‘다 죽여버리겠다’는 욕설을 내 뱉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사설경호원들이 동원해 물리력을 행사한다는 게 대학구성원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형태를 보면서 대구대 구성원들은 ‘저 사람들은 안되겠구나’ 하는 판단을 굳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한 적도 없었고, 학교 발전을 위해 설득력 있는 비전도 없이 단지 ‘17년의 한을 풀어야 겠다’는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대구대(영광학원)는 지난해 17년만에 재단 정상화를 이뤄냈지만 구재단 측 인사들과 학교 측 인사들의 갈등으로 아직까지 이사장을 선출하지 못해 사실상 분규가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정상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었기 때문이다.

대구대뿐만 아니다. 조선대 역시 최근 총장 선출방식을 놓고 이사회와 대학자치운영협회 간의 마찰로 총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상지대와 동덕여대, 세종대 등도 구 재단 세력들이 학교를 장악하면서 연구와 교육에 몰두해야할 교수와 학생을 시위현장으로 내몰고 있다.

MB정부는 집권 중반이후 국정 운영의 핵심기조로 공정사회 실현을 주창해 왔다. 특히 비리척결을 강조해왔다. 교과부는 대학구조개혁의 일환으로 대학을 손아귀에 움켜지고 몇몇 비리사학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퇴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뒤로는 사학 비로로 퇴출됐던 사학들을 속속 복귀시키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MB정부에 ‘사학바로세우기’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애초부터 잘못된 ‘기대’였는지 모른다.

이렇다보니 2005년 만들었다가 2007년 ‘개악’된 사학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19대 총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있다. 제대로 된 교육개혁을 이룰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어느 정당인지 유권자들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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