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을 줄이는 획기적인 정책이다”, “이제 미국 교육정책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밀어 붙인 이명박-이주호 이씨 형제의 지난날 대입 입학사정관제의 평가를 학생활동기록부 식으로 옮긴다면 “과감한 추진력은 있는 반장이나 일에 대한 예측력과 준비가 많이 부족해 번번히 급우들에게 신뢰를 잃는 편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벌써부터 주요 대학들은 2013년 입학사정관제 입시를 위한 다양한 캠프 개최준비에 부산하다. 이는 입학사정관제가 대학입시에서 수시전형의 15%를 차지해 어느덧 입시전형의 주요 축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는 대학에 쏟아 부었던 물량지원 장려책이 약발이 먹혔음이 여실히 입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 모집비율이 늘면 늘수록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한 시선은 비례해서 늘어나고 있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모르겠다.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호언장담 입학사정관제 출사표는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입시비리의 주범으로 낙인 돼 수험 관계자들의 분노와 위화감을 조장하는 입시제도가 돼버려 교육당국은 이제 입학사정관제의 본래 취지는 잊은 지 오래고 이에 대한 입시비리를 막는데 급급하다. 이 현실을 교육당국도 감지했는지 급기야는 입학사정관 비리가 드러나는 대학에 정원감축 등 고강도 제재를 가하겠다는 엄포성 정책만을 발표하며 새로운 한 해의 입시를 맞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입학사정관제 속도 조절론’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특혜시비나 비리가 개입할 개연성에 우려를 계속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을 미국식 선진교육 스타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과감한 추진력의 반장과 담임의 묘한 짝짝쿵에 주변 급우들은 발만 구르고 있다.


한편 이런 엄포를 교과부는 대학들이 무서운 징계로 받아들일 것으로 예측하지만 지난 2007년 교육 당국은 당시 수도권 10여개 대학의 편입학 부정의혹을 실태 조사해 65건을 적발하고도 대부분 기관경고 등에 그쳤고 정원감축 등과 같은 강력 제재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것을 대학은 너무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입학사정관 전형이 크로스 체크를 통해 비리가 개입될 여지를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교육당국은 부르짖어 왔다. 하지만 개인비리나 조직적인 입시 부정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이 먼저 자발적 감시기능이 강화하지 않은 상태에선 이 제도의 부실화를 막기란 요원하다.


입학사정관제로 사교육을 막겠다는 교과부의 야심찬 호언장담은 이미 실종된 지 오래다. 이 통에 국민들의 신뢰도 함께 실종됐다. 그 내용을 수치로 살펴보면 사교육 근절과 공교육 활성화를 부르짖었던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1년 6개월이 흐른 2009년도 상반기까지 강남의 사설학원이 120%나 증가하고 전국적으로 학원수가 12.25%나 늘었다. 엄청난 사교육 기관을 양산함으로써 보기 좋게 정책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그 결과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교육 확대의 주범은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국제중 설립, 자사고 설립, 일제고사, 고교선택제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 나라를 망국으로 끌고 가는 현행범’으로까지 몰린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근절에 대한 기대와 정책 실망감은 이제 현 정부에서는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다.


MB 정권 이후 사교육기관 수의 증가추이를 분석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부유층의 사교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그 영향이 전국적인 확산됐다는 점은 충격적이다.특히 서울의 경우 이 기간 동안 강남구의 입시학원 증가는 120.86%를 보였는데 강남학군에 속한 서초구의 경우도 74.22%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밖에도 송파구(27.29%)와 강동구(23.06%)도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며 서울 전체로는 16.98%의 증가세를 보여 전국 평균인 12.25%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사교육의 확산이 강남에서 시작되고 서울로 번지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MB 정부 이후 사교육의 확산은 계속 진행중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입시교육과 함께 사교육의 양대 축인 영어교육 역시 입시학원에 버금가는 증가세를 보여 강남구의 외국어학원은 105.22%가 늘었고 같은 강남학군인 서초구는 100%, 서울시 전체로는 32.36%, 전국적으로는 22.19%가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입시교습소(강의당 수강자가 9명 이하인 소규모 학원) 역시 강남구는 83.15% 증가했으며 서울은 41.30% 증가하고 전국적으로는 35.06%가 증가했다. 사교육 기관과 수요자들은 정부의 교육정책을 귀족교육의 전면화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것이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집권 이후 일관되게 학교 서열화와 사교육 확산을 불러 온 현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로 사교육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한 시행 당시와 증가한 사설학원수와 입시비리로까지 번진 입학사정관제를 2012년 새해 신년에 비교해 보면 정택 주무장관은 어떤 생각이 들지 많이 궁금하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학원수 증가 추이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 전체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말로만 주장하는 교육정책의 획기적 개선보다는 부작용을 양산하는 제도는 건드리지 말고 부족한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교육정책 추진이 오히려 ‘중간’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2013년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입시비리 근절과 사교육 억제책으로 마련된 그 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정책마련을 내놓아야 된다. “과감한 추진력은 있는 반장이나 예측력과 준비가 많이 부족해 번번히 급우들에게 신뢰를 잃는 반장”이라면 반장을 바꿔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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