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은퇴한 야구 선수 이종범의 별명은 '바람의 아들'이었다. 그만큼 빨랐다.그렇게 빠르고 영민함 이종범을 당시 대학 야구계에서 스카우트 전쟁이 붙었다. 결국 이종범은 건국대행을 선택했다.고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그에게 고려대나 연세대 등 야구 명문교의 스카우트를 뿌리치고건국대로 진학했는데, 이는 당시 건국대가 그와 함께 고교 동기 세 명의 동반 입학을 허락했기 때문이라고 벍혔다. 고대나 연대는 이종범만을 원했다. 그는 최근 한 방송사의 KBS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를 떠올리며 '학벌보다 친구와의 의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종범에게는 당연히 의리 맞다. 그러나 우리나라 체육계 상황에서는고질병인 끼워 넣기 입학의 전형적인 예를 말한 것이다.기량이 우수한 선수 하나에 평범한 선수 여럿을 끼워 넣어 진학시키는 방법이다. 그 와중에 대학과 고교, 학부모 간에 검은돈이 오가기도 한다. 해마다 부정 입학으로 수사 선상에 오르내리는 대학과 고교 체육 지도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문대성의 석·박사 학위 논문 표절도 마찬가지다.표절이 아닌 사실상 논문 대필로드러났지만그가 이 지경이 된데는 체육계 안팎의 안이한 연구 윤리도 크게 한몫했다. 그가 베낀 논문의 원저자는 "문대성이 자신의 논문을 인용해 준 게 되려 영광"이라 했고 체육계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문대성을 두둔했다. 한때 국민 영웅이었던 그는 그렇게 국민적 조롱거리가 됐다.

최근에는 고려대 체육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김연아도교생 실습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대학에서 제대로 공부는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나섰는지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한 대학교수는 이를 두고 "기업마케팅 같은 쇼"라고 비난했다. 사실 연중 대부분을 캐나다에서 머무는 그녀가 고려대에서 거의 수업을 듣지 않았다는 건 비밀도 아니다.

3년 전 김연아를 영입하기 위해 여러 대학들이 경쟁할 때 그녀가 고대를 선택한 건 마침 고대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와 학사 교류 협정을 맺고 있단 점이 감안됐다고 한다. 처음부터 고대에서 수학할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캐나다에서 얼마나 성실히 학업에 임했는진 모르겠으나 그럴 거면 애초 캐나다 쪽 학교로 진학하는 게 옳았을 것이다.

엘리트 체육의 관성에 젖어 학교 교육은 거추장스러운 걸로 치부해 온 게 우리 체육계의 현실이다. 승리라는 결과에 매몰돼 과정의 정당성이 무시돼 온 것도 엘리트 체육의 폐단이다. 끼워 넣기 입학, 학위 논문 표절, 출석 없는 대학 생활은 그 부산물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프 선수라는 타이거 우즈도 골프와 학업을 병행할 수 없어 시험 보고 들어간 스탠퍼드대를 중도에 포기한 바 있다. 운동도 공부도 결국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일진대 거짓 학위는 거짓 메달만큼 무의미하단 걸 우리 체육계는 왜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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