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깜짝 결혼식 뉴스가 세계로 퍼졌다. 주인공은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식장은 자기집 뒤뜰. 신부 프리실라 챈에게 준 반지는 작은 알 루비. 인생에 딱 한번 입는다는 조건 때문에 없는 이들도 무리하는 변변한 드레스도 없었다. 하객은 90여명만 불렀다. 식사는 동네 인근식당의 소박한 일식. 청첩장마저 돌리지 않아 빈손으로 왔던 손님들이 화들짝 놀랐다는 소식도 함께 보태졌다.

저커버그는 하버드대 시절 가난하고 외로웠던 인물로 알려졌다. 기업 공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지만 200억달러(22조원) 갑부가 된 만큼 온 세상사람 보란 듯 누구보다도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버드대에서 만났다는 중국계 신부 챈 역시 여성으로서 화려한 결혼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한껏 뽐내고 싶었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러나 최소의 하객만 초대하는 딱 한 번의 조촐한 결혼식을 선택했다.

저커버그 결혼식이 해외 뉴스가 돼 날아든 것은 통념과 관습을 깡그리 부정한 용감성에 있다. 기업공개를 하고 난 다음날이 그의 결혼식이었지만 페이스북이 기업공개를 하면 그의 손에 200억 달러 이상이 쥐어질 것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잽싼 입은 그를 일찌감치 억만장자로 만들어 놓은 지 오래다. 이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뉴스가 된 세상이다.

그랬던 그다. 억만장자로 성장한 페이스북의 창업자가 아주 성대히 결혼식을 했어도 손가락질 하는 이 없었을 것이고, 그 성대한 결혼식도 뉴스가 됐겠지 싶다. 그러나 그는 그가 몇 년 전 꺼내든 새로운 소통이 툴 '페이스북'(Facebook)을 보고 온 세상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던 그때처럼 그는 결혼식에서도 또다시 뭇 사람들의 상상을 깨부셨다. “이럴 수도 있는 거야~ 너무 놀라지 마, 세상의 통념아!”라고 말하는 듯이 말이다.

저커버그의 자연스런, 몸에 밴 통념 깨부수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글쎄다. 필자는 가장 확률 높은 근거로 ‘시기적절한 소통법’을 꺼내들고 싶다. 페이스북의 소통 근간은 “아는 사람끼리는 서로 통한다”는 전제하에 시작한다. 그런 전제로 사는 저커버그가 억만장자가 됐다해서 무지막지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그에게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관습이었을지 모른다. “다 아는 사람이 참석하는 결혼식인데 왜?”

그의 통념 깨부수기의 원천인 시기적절한 소통법에다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뿜어내는 교육’이라는 메뉴를 하나 더 추가한다. 그러려면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상당 부분 재건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수치적 성과, 상대적 평가, 연고성 인맥주의 등등이 한국의 저커버그를 탄생을 저지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 우리나라 결혼식은 특급호텔 결혼식이 재허용된 1999년 이후 13년 동안 예식비가 네 배나 늘었다고 한다. 호텔 결혼식을 치르자면 꽃값만 2000만원이상 들어 1억원은 간단히 넘는다는 마당이다. 이게 누구의 진행으로 저질러지는 관습인지 모르나 억만장자 저커버그 보면 놀랠 광경이다.

얼마 전 모 대학 총장의 자제 결혼식에 초대받아 참석했다. 예식장은 서울 시내에서도 꽤 알아주는 호텔이었다. 넘쳐나는 하객, 넘쳐나는 축의금. 신랑신부는 보이지도 않았다 넘쳐나는 모든 것에 묻혀서. 대학 총장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을 때 가끔 괜한 상상을 할 적이 있다. 혹, 꽃 피고, 나무가 우거진 대학 캠퍼스 옆 자그마한 뜰이 예식장은 아닐까하는. 나의 그런 상상은 한 번도 맞은 적 없다. 그러나 나의 괜한 생각에 동조해주는 대학총장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러곤 저커버그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싶다. “우리나라 대학총장님 중에도 너같이 통념과 관습을 부수는 용감한 분이 계시단다”라고.

<박병수 U's Line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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