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대학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김영삼 정부가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설립을 자율화한 후 4년제 대학만 배 가까이 증가했다. 50% 중반이었던 대학 진학률은 80% 가까이 왔다. 더욱이 저출산의 여파로 2017년부터는 대학 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보다 많아진다고 하니 어떤 식으로든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은 필요한 상황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가. 방법과 절차상의 합리성만 확보되면 만사 OK가 되는 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중요한 것은 가치의 문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식은 그야말로 대학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넣고 강한 자, 강한 대학만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그 강함의 가치가 무엇을 뜻하는지 봐야할 것이다.


무인도에 조난당한 상황에서 부족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난투극을 벌여도 강한 자만 식량을 갖도록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런 유의 이야기는 아무리 사악해도 힘이 세거나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으면 살아남는 것이고, 아무리 선량해도 무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으면 배제된다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조금 좋게 표현하면 매우 실용성으로만 판단하는 논리라고 해두자.


이런 상황에서는 대학들이 문제 삼고 있는 평가지표와 평가과정의 합리성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한다. 어떤 기준과 지표가 더 합리적이며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치면 대학에 내려지는 제재를 수긍할 수 있겠는가. 또 평가 지표를 아무리 개선해도 퇴출의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상대 평가를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비교하기 때문에 순위에서 밀릴 위험은 언제나 남아 있다. 따라서 대학들이 비판하고 촉구해야 할 것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평가지표와 절차만이 아니다. 대학들은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문제 제기에 앞장서야 한다.피나는 훈련을 통해 어떤 공이든 받아칠 수 있도록 실력을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무한경쟁과 승자 독식을 정당화하는 게임의 룰 자체를 문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학사회는 시대의 조류를 허겁지겁 좇아가기에 앞서 시대를 관망하고, 인간을 위하고, 사회공동체를 생각하는 인재를 만들어 내는 학문기관이라는 가치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 후손들에게 이런 말을 들을지 모른다 “대학가치 한 근에 얼마예요?”

<이 윤 교사 /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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