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치솟는데다 대학 나와도 취업 어려워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에 사는 에릭 첨블리(24). 2009년 고등학교 졸업 후 이스턴켄터키대에 다니며 보트업체에서 일한 그는 학업과 사업이 모두 지지부진하자 진로를 확 바꾸기로 결심했다. 우선 찾아간 곳은 공립 전문자격증 취득센터. 학비 3500달러(약 400만원)를 내고 두 달간 철도 수리 기술을 배운 그는 자격증을 따자마자 철도 수리공으로 취직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연봉 5만4000달러(약 6040만원)를 받는 핵심 인력이 됐다.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보안경영 관련 온라인 학사 과정도 밟고 있다. 첨블리는 “장래가 막막했던 시기에 전문자격증을 따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청년들 사이에 ‘자격증 취득 붐’이 일고 있다. 대학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데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개월~2년의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기술을 배워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전문자격증이 고졸자는 물론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학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10년 내 2년제 직업전문대학 졸업자를 500만명 더 배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미국인 3900만명이 총 1조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안고 산다. 대졸자의 절반 이상은 학력과 상관없는 단순노동을 하고 있다. WSJ는 암울한 현실의 탈출구로 전문자격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의 전문자격증 취득센터 수는 10만6000개에서 24만9000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시카고의 하퍼칼리지는 지난해 전문자격증 취득자의 80%가 취업에 성공했고, 50%는 희망 직장에 취업했다고 발표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2100명에게 자격증을 수여했다. 2011년 110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 스티븐 로즈 조지타운대 교수는 “전문자격증 제도는 중산층 가정의 고졸 청년들에게는 이상적”이라면서 “자격증이 없는 고졸자보다 연봉을 평균 20% 더 올려 받는다”고 말했다. 전문자격증 취득자가 즉시 취업하는 비율은 44%에 달한다.

자격증 취득 분야는 미용기술에서 항공기 정비까지 다양하다. 공립 취득센터의 평균 학비는 연 6780달러. 민간 센터는 연 1만9635달러를 받는다. 취업 후 연봉은 업종마다 천차만별이다. 항공정비 기술 자격증을 따면 평균 연봉이 6만6000달러부터다. 식품업 관련 자격증은 연봉 1만8000달러 이하에서 시작한다.

전문자격증의 강점이 가장 큰 분야는 컴퓨터정보통신이다. 이 분야의 전문자격증이 있는 고졸 남성은 2년제 대졸 남성과 4년제 대졸 남성에 비해 각각 72%, 54% 더 많은 돈을 번다. 여성은 격차가 더 컸다. <한국경제 7월 16일 보도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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