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거품 서서히 꺼지기 시작할 것

새삼스럽지만 이런 질문을 해보자. '우리가 대학에 다니는 이유는 뭘까?'라고 말이다. 게 중에는 고상한 대답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답들을 종합해 현실적인 결론을 내린다면 이렇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배워 취직해 사회로 나가는 것이다.

▶대학 졸업생들의 취직난은 비단 우리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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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거품, 빠질 것인가?

그렇다면 또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지식에만 국한된 것이라면, 대학 말고 다른 수단을 이용해 그에 준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되지 않겠는가? 그것도 세계적으로 내로라 하는 교수들로부터 말이다. 그렇다면 부모님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그런 수고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대학에 다니는 목적이 지식 습득에만 있지는 않다. 대학을 통해 지식 이상의 지혜를 쌓고, 새로운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정은 물론 좀 더 폭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비전과 안목을 기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졸업장 따기 노이로제는 부모를 가난으로 내몰고 학생들에게 빚으로 가득 찬 배낭만을 안긴다. 취업은 점점 어려워져만 가고 있어 나중에 괜찮은 직장을 얻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런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대학교육 투자가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일까? 대학교육의 거품이 이 정도로 부풀어 올라도 되는 것일까? 이를 위한 어떤 혁신적인 방법은 없을까?

다보스의 스타는 12세의 온라인 수강자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한 패널. 파키스탄 라호르(Lahore) 출신의 12세 소녀 하디자 니아지(Khadija Niazi)는 다보스 참석자들뿐만 아니라 연사들의 토론을 지켜보는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그녀는 온라인 교육만으로도 비싼 대학교육을 대신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선사했다. 사진은 세계 유명 혁신가들과 같이한 패널. pakalumi.com

구글 무인자동차 개발 책임자 서배스천 스런과 피터 노빅, 구글 리서치 책임자 같은 세계적인 혁신가들이 강의에 참석했다. 그녀의 강의는 다른 연사들만큼 언변이 풍부하고 창의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쟁쟁한 유명인사들에 못지 않게 청중들에게 혁신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내용으로 관심을 끌었다.

앞으로 물리학자가 꿈이라고 말하는 하디자에게 청중은 깊이 빠져들었다. 이 소녀의 강의가 끝나자 다음 선수로 빌 게이츠가 연단에 올라왔다. 그러나 하디자의 강의에 압도되었던 탓인지 청중들은 실망의 한숨을 쉬었다. 빌 게이츠의 강연은 별다른 감명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대시티'와 '코세라' 인기 끌고 있어

라호르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던 그녀는 10살 때 처음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처음에 접한 과목은 인공지능(AI)에 관한 것으로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그녀가 사용한 온라인 동영상은 ‘유대시티(Udascity)’다.

유대시티는 "교육은 무료여야 한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스탠포드 대학의 세바스챤 스런(Sebastian Thrun) 교수가 주축이 되어 다른 동료들과 공동으로 만든 온라인 대학이다. 강의 내용도 알차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자막도 제공된다.

유대시티와 쌍벽을 이루는 온라인 강좌가 있다. 2011년에 스탠퍼드의 컴퓨터공학과 대프니 콜러가 공동 설립한 온라인 교육 서비스 코세라'(Coursera)'는 현재 전 세계 33개 대학과 제휴를 맺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유명 대학의 214여 개 동영상 강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196개 국가에서 230만 여 명의 학생들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온라인 강좌를 ‘무크스(MOOCs)’라고 부른다. 대규모온라인강좌라는 뜻의 ‘Massive Open Online Courses’의 약자다.

뿐만이 아니다. 또 하나의 온라인 무료 대학이 준비중이다. 하버드 대학과 MIT가 공동으로 준비한 EDx 과정도 기대해볼만 하다. 지난해 5월부터 시험송출을 시작했는데 벌써 12만 명이나 몰려들었다.

많은 언론이 다보스에 초대된 파키스탄의 어린 소녀에 주목한 것은 이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 프로그램이 지구촌 곳곳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들, 스탠포드, 하버드, MIT, 예일, 프린스턴, 펜실바니아, 듀크 대학 등의 교수들이 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학의 문화 새롭게 바뀔 것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울산과기대(UNIST)와 KAIST, 포스텍 등이 팔을 걷어붙였다. UNIST는 코세라와 EDx 등을 활용한 'e에듀케이션 프로젝트' 에 착수했다. KAIST도 지난해 '에듀케이션3.0 프로그램' 을 도입해 올해 20개 과목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임진혁 UNIST 학술정보처장은 "기존 교육과는 완전히 다른 '뒤집힌 교육(flipped learning)' 개념이 들어온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모델이 없어 비관적인 시각도 있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처음엔 그렇지 않았느냐" 며 "단순한 교육의 사회적 기부 개념을 넘어 창의적 인재 양성의 새로운 교육모델이 도입됐다" 고 평가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앞으로의 교육은 많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이 하나의 사업 영역으로 인식되고, 교육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라 가난한 자를 더 가난하게 하고 부유한 자를 더 부유하게 하는 수단이 된 우리나라 현실에서 미국의 이러한 시도는 참으로 신선하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벌써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현상이 대학 교육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 고비용 저효율인 우리 대학들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나아가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 볼 일이다.

“방송통신대학 모델을 취하면 돼

일부 전문가들은 이 온라인 공개강좌 프로그램이 대학 문화를 바꾸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무크스' 선풍이 전 세계 대학들을 온라인으로 연결시켜, 결과적으로 대학 통폐합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갈지 모른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대학 교육에 있어 교수의 가장 큰 역할은 멘토의 역할인데 이 온라인 강의에서는 그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 운영하는 한국방송통신대학 모델을 잘 이용하면 결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보스에서 관심을 끌었던 하디자는 단순히 조숙한 신동이 아니다. 뛰어난 천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녀는 미래 교육의 상징이자 가능성을 열어 준 장본인이다.

콜러 같은 혁신가들이 고등교육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 강좌가 진정한 전통주의의 마지막 보루 하나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 존재 의의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온라인으로 그처럼 쉽게 유명 강좌를 들을 수 있다면 교수들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그 모든 의문들이 이제 어마어마하게 비싸진 학자금 문제와 더불어 표류하기 시작했다. 또 다시 적응하느냐? 사라지느냐의 문제가 대두됐다. 대학의 거품이 상당할 정도로 빠지면서 전통적인 대학의 모습은 사라질 것이다.

<기사제공 : 월리를 찾아라 블로그> http://chemnote47.blogspot.kr/2013/03/blog-post_94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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