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다 총장 "글로벌 인재양성, 대학 국제화"에 일본 정부·재계 빠르 동조

도쿄대가 5년뒤를 목표로 가을 입학으로 학제를 개편하려 하자 지금 일본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글로벌 대학으로 가는 길에 시급한 과제라며 찬성을 하는 쪽과 외국 유학생을 유치하고 이로인해 대학랭킹을 끌어올리려는 표피적인 글로벌 계획이라고 반대하는 등 반대의견이 팽팽히히 일고 있다. 특히 가을 입학에반대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슈는6개월간 갭을 메워야 하는 학부모의 추가부담은생각하지 않은 돈 많은 사람들만의 학제개편이라는 데 있다.·

지난 2월말 도쿄대 하마다 준이치 총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도쿄대는 5년 후 가을 입학으로 전면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라고 발표했다. 하마다 총장은 이어 세계 대학의 70% 이상이 실시하는 ‘9월 입학제’를 채택하면 “해외 유학생이도쿄대에 더 쉽게 유학을 유학할려 할 것이며, 반대로 도쿄대의 재학생은 학업의 일시적인 중단 없이해외 9월 학기에 맞춰 유학을 떠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가을 입학 전환을강력히 주장했다.

이 때 도쿄대 총장은다른 대학과의공동으로가을 입학을 검토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히고히토쓰바시 대학, 와세다 대학, 게이오 대학 등 12개 대학과 ‘가을입학제도협의회’를 발족할 예정이라는 구체적인계획을 밝혔다. 일본 정부와 재계도 도쿄대의 학제 개편 움직임에환영하고 나섰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도쿄 대학의 개혁을 적극 지지한다고 공식 표명했다. 각 부처에 대해 가을입학 도입에 필요한 법과 제도 변경을 검토해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재계의 총본산인 게이단렌(經團連: 경제단체연합회)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은 다음날도쿄대 총장의 발언에 빠른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 대학 랭킹에서 20위 이하로 밀려난 도쿄 대학의 대외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도쿄 대학의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가을입학 도입이 매우 시급한 과제다”라며일본 대학들의 가을 입학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가을 입학의 도입을 더 서둘러야한다는 도입시기까지 당기자고 주장했다.

일본 대학 재정적 어려움이속사정

일본내 시사지 <아에라>는일본 전역75개 대학 가운데 도쿄대의 가을입학 도입에 동조하는 대학은 1955년부터 가을입학을 이미 시행한 국제기독교대학 등 6개 대학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고, 7개 학부에 가을입학을 이미 도입한 와세다 대학 등 42개 대학은 추이를봐서 시행시기를 판단하겠다고 응답했다고보도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일본 정부나 재계외는 다르게 일본의 많은대학이가을입학 도입에 소극적이라는 것을시사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입학 시기를 봄에서 가을로바꿀 경우 도쿄대 응시자는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시산의 갭을 지적한다. 일본 전국의 초·중·고교가 일률적으로 졸업식을 3월 말에 치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도쿄 대학은 가을입학제 도입에 따른 6월간의 공백 기간을 ‘갭 텀(gap term)’이라고 규정하면서, 도쿄 대학 지원자는 그 기간에 단기 해외 어학연수나 자원봉사 활동 참가, 기업 인턴 근무 등을 하면서 입학에 대비하라고 권장한다.

그러나 가을입학 도입의반대의견에 가장 큰 힘이 실리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다. 한대학 관계자는 "갭이 생기는 시간에 해외 어학연수를 떠날 수 있는 학생은 돈 많은 집안의 자녀에 불과하다"면서 "입학 시기가 달라짐에 따라 학부모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전 지출은누가 부담할 것이냐"고반문했다.

또 야마구치 대학 관계자는 “갭 텀 기간 중에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신분이나 생활이 한없이 불안정해진다. 입학을 6개월이나 기다리는 동안 학력이 크게 떨어질 우려도 없지 않다”라고 부작용을 염려한다.

도쿄 대학 총장이 가을입학제 도입 계획이 힘이 실리는 대에는 일본 대학의 자존심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가을입학을 주장하는 하마다 도쿄대 총장의 슬로건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도쿄 대학의 국제화’와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슬로건에는 도쿄대의 밀리는 대학서열이 크게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지난해 영국의교육 잡지 가 학습 환경, 국제관,기술혁신, 연구량, 연구논문 인용 건수 등 5개 항목에 걸쳐 평가한 ‘세계 대학 랭킹’에서 일본 최고의 명문 대학인 도쿄 대학의 랭킹은 2010년 26위에서 30위로 밀려났다.

됴쿄대는 일본의 자존심이자일본 대학의 대표선수격이다. 그런 도쿄대의 서열이 계속 밀리자 일본사회의 조바심이 가시화된 수치로 빠르게 작동했다고 주장하는 사회학자들도 여럿있다. 게다가 일본 대학의국제화, 글로벌 등 슬로건보다 일본 대학들의 재정적인 어려움이 외국 유학생을 유치하게 만드는 진짜 속사정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교육잡지 발표에서 도쿄 대학과 쌍벽을 이루는 또 다른 국립대학인 교토 대학의 경우는 52위였다. 일본의 780개 대학 중 200위 안에 든 대학은 겨우 5개에 불과했다. 게다가 201위에서 400위 사이에 랭크된 대학도 11개에 그쳤다. 일본의 명문 사립대인 게이오 대학은 301~350위권에, 와세다 대학은 351~400위권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이 랭킹으로는 외국 유학생을 유치하기에도 어렵고 봄학기로는 받아들일 수 있지 못해 재정적인 어려움을 풀 수 있지 못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일본 교육학자들의 중론이다. 참고로 세계 대학 랭킹 1위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며, 그 뒤를 하버드 대학, 스탠퍼드 대학, 영국 옥스퍼드 대학, 미국 프린스턴 대학이 잇는다. 한국의 경우 포항공과대(포스텍)가 53위로 최고였으며, 서울대는 124위에 올랐다.

그래서 입학 시기를 국제적인 추세인 ‘9월’로 바꾸면 대학의 국제화가 진전되고글로벌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게 이 때문이다.

일본 대학생들 유학기피는 '사고의 문제' 지적

일본내 또다른 교육 전문가들은외국 유학생이 일본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 대학의 학기가 자기 나라 대학과 다를 뿐 아니라,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일본에 와서 최소한 6개월 이상 일본어를 따로 배워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을 해 왔다. 그래서 와세다 대처럼 해외 유학생이 영어만으로 수업을 듣고 졸업할 수 있는 과정을 설치하는 학교가 최근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추세다.

도쿄대도 올해 영어 수업 전문 코스를설치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에 대한 교과신설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도쿄대 학생들의 외국 유학 실적도 매우 부진한 편이다. 도쿄 대학 재학생이 외국에 교환 유학생으로 갈 수 있는 자리가 모두 276개인데, 현재 외국에 나가 있는 학생은 전체의 1.9%인 5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같은 외국 유학 기피 현상은 일본의 취직 시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일본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시기는 대학생이 졸업식을 마치는 봄철에 국한돼 있다. 만약 어떤 학생이 외국에 교환 유학생으로 갔다가 가을철에 귀국했다면 그 학생은다음 해 봄에 시작되는 취직 시즌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사회학자들은 "현재 일본 대학생들은 도전, 모험, 새로운 경험에 대한 의지 부족으로 외국 유학을 가지 않는 것"이라며 "만약 가을 학제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않다면 예전외국 유학을 가지 못해서 안달이 났던 당시 대학생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같은 봄학기를 하는 옆 나라 한국 대학생들의 외국 유학 붐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이냐"고 반론을 편다.

어쨌든도쿄대의 가을입학 학제로의 전환은 일존 사회의 화두다. 도쿄대는 이에따라 재계에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시기를 봄에서 가을로 미루어달라고 재계에 요청까지 해놓은 상태다. 정부에 대해서는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수의사, 약제사, 판검사, 변호사, 국가 공무원, 지방 공무원 등의 채용시험 날짜를 가을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육학자, 경제학자들은일본 780개 대학의 최고 정점에있는 도쿄대가 5년 뒤 입학시기를 가을로 바꾸게 되면 다른 대학도 결국받아들일 수 밖에는없을 것이라고말한다. 이들은 또 도쿄 대학의 학제 개편 여파는 비단 일본의 대학가에 그치는 얘기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각종 제도 개혁에 큰 파장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가을입학학제의 개편은 단지 옆 나라 일본만의 고민은 아닌 듯 싶다. 지난 3월 인천 송도에서 개강을 시작한 한국뉴욕주립대 김춘호 총장은 "한국뉴욕주립대는 외국 대학이라는 법적용의 예외성이 있다. 그래서 개교할 당시부터 가을 입학을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그가 가을학기를 고민하는 가장 큰이유는 역시 동아시아권 외국 유학생의 유치에 있다고 했다.

'글로벌 인재양성'이 필요하든'대학 국제화'가 급하든 가을입학의 검토는 사회 총체적인 점검이며 혹, 시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천천히, 꼼꼼히준비해나가야 하는과제다.봄에서 가을로 바꾸는 것이 학제이지만 대학 수능시험 듣기 영어시험 시간에 항공기 이륙 스케줄도 조정하는 이 나라임을 감안한다면 옆 나라가 한다해서 우리도 해야 한다는 동조론 보다는 주체적인 의견의 채집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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