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졸업생에게는 더 불리한 제도”불만

삼성그룹의 총·학장 추천제로 채용방식 개편 발표에 대해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서류전형의 부활로 명문대 위주의 채용방식으로 변질, 지방대 균형채용 여부, 총·학장 추천에 따른 부작용, 졸업생의 불리 등을 학생들은 제기했다.

삼성 채용제도 개편이 대학가를 술렁이게 하는 가장 큰 내용은 지원자 대부분이 SSAT(삼성직무적성검사)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서류전형에 통과한 지원자만이 SSAT에 응시할 수 있다. 한편 대학의 총장이나 학장에게 추천서를 받은 지원자는 바로 SSAT에 응시할 기회를 얻게 됐다. 지방거점대학을 중심으로 삼성이 대학을 직접 방문해 면담을 진행하고, 통과한 자에 한해 SSAT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포함됐다.

학생들을 가장 크게 우려하게 만드는 것은 서류전형 제도의 부활이다. 김정미 씨(23·여학생)는 "SSAT를 준비했던 사람들에게는 날벼락"이라며 "지방대, 비명문대 학생 입장에서는 서류를 통과할 수 있을지 부담이 되게 됐다"고 걱정했다. 그는 삼성의 서류전형 부활은 다른 대기업에게도 영향을 미춰 서류전형 비중을 높이거나, 스펙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윤민국 씨(26·남학생)씨도 "졸업한 취업준비생은 이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걱정했다. 윤 씨는 "삼성의 채용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파급이 크기 때문에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주는 것이 취업준비생들의 혼란을 덜 수 있는 배려"라고 제기했다.

최수현 씨(24·여학생)씨는 "서류전형 부활은 스펙이 더 강조된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게 일반 학생들의 입장"이라고 걱정했다. 최씨는 "채용방식 변경 전에는 최소 요건만 갖추면 SSAT를 볼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 기회조차 얻기 어렵게 됐으니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 그룹멤버들도 모두 불만을 해대고 있다"고 전했다.

충남 C대학 재학중인 전민효 씨(24·여학생)는 "스펙 없이 취업이 가능했던 것이 삼성의 SSAT 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취업의 길이 더 좁아질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반면 서류전형 제도 부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국민호 씨(24·남학생)는 "직무 관련 경험을 많이 보겠다는 것은 일정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로 추리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며 “그동안 SSAT에 너무 많은 응시자가 몰려 사설 학원까지 생겨난 것은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윤선 씨(25·여학생)도 "누구나 한 번 보려고 몰리는 경향으로 지나친 응시자가 생긴 것으로 사실"이라며 "SSAT 강사, 학원, 족집게 과외까지 생겨났기 때문에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SSAT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제도 변경에 대해 이해를 한다고 말했다.

"투명한 총·학장 추천제도 만들어져야"

총·학장 추천제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많았다. 삼성그룹은 전국 200여 개 대학의 총·학장으로부터 한 해 5000명 정도 인재를 추천받아 이들은 서류전형을 면제하고 SSAT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제도 변화를 알렸다.

진수희 씨(25·여학생)는 "총장과 학장의 추천제도는 비리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일반 학생들이 과연 그 제도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제가했다. 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투명하게 추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철 씨(26·남학생)는 "총장과 학장과 친분을 쌓는 것이 스펙이 되지 않겠냐"며 "대학추천으로 서류를 면제해주는 전형은 중앙대-두산그룹의 사례가 보여주듯 대학생들이 대학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명문대만 선발하겠다는 취지로 전락"… "대학은 삼성 손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찾아가는 열린채용'의 일환으로 지역거점대학에 연중 수시로 방문해 SSAT 응시 대상자를 발굴한다는 계획에 궁금증을 제기하는 취업준비생도 적지 않았다. 현정호 씨(25·남학생)는 "그 학교에 TO를 주는 기준이 뭔지 등 투명하고 제도화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채용 방식 변경을 놓고 이외에도 반응은 다양했다. 오국현 씨(2626·남학생)는 "그렇지 않아도 대학이 취업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이제 대학이 완전히 기업의 손 안에 넘어갔다"는 강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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