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아나운서 “아나운서 될 때까지 멘토해 줄 것”

[U's Line 김재원 윤태은 기자]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스포츠 캐스터로서, 동·하계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 양궁, 피겨, 골프 등 스포츠 방송을 시청하는 국민이면 누구나 들어본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 KBS 조건진 아나운서. 그리고 어려서부터 스포츠狂 으로 불리며 여성 스포츠 캐스터라는 하나의 꿈을 키워온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전공 황혜진 학생.

지난 3월, U's Line과의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던 조건진 아나운서와 황혜진 학생이 멘토와 멘티로서 직접 만남을 갖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번 만남을 통해 황혜진 학생은 “롤모델이었던 조건진 아나운서를 통해 그간 품고 있던 마음속의 질문에 현실적이고 명쾌한 답변을 받았을 뿐 아니라 따뜻한 조언까지 듣고, 꿈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조 아나운서 역시 “이렇게 한 가지 꿈을 갖고 꾸준히 달려온 학생을 만나, 매우 반갑고 놀라웠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만남을 통해 멘토링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막연히 꿈 꿔오던 꿈을 현실성 있게 확신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나아가 롤모델이 자신의 멘토가 된 이번 자리는 두 사람 모두에게 더욱 뜻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편집자>

황혜진 – 제 롤모델을 실제로 뵙고 나니 너무나 떨리고 영광스러워요. 저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스포츠 캐스터를 꿈꾸고 있어요. 스포츠 캐스터를 어려서부터 꿈 꿔왔지만 막상 어떠한 것이 직접적으로 필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조건진 – 캐스터가 되려면 스포츠 종목을 좋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와 함께 전문지식이 많아야 해요. 그리고 규칙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경기를 많이 봐야하고 본인 나름대로 경기를 기록해 자기만의 자료를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그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항상 습득해야 하죠. 스포츠 캐스터는 결국 자료 싸움이에요. 스포츠 중에 어떠한 종목을 가장 좋아하나요.

황혜진 – 아버지가 축구 열성 팬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축구와 가까워졌고. 축구를 가장 좋아하게 됐어요. 그리고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축구 경기를 열심히 보고 나아가 리그의 모든 경기들을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중학교 2학년부터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분석한 노트들이 양이 상당했습니다.

그렇게 스포츠 캐스터의 꿈은 시작됐습니다. 대학에 입학할 시기가 돼서도 축구 분석은 끊임없이 계속 해 왔고, 분석 자료들과 각종 토론대회에서 입상한 상장도 꽤 있어, 이를 통해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도 입학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와서는 스포츠 캐스터가 되기 위해 대학생 기자단 활동도 병행 했어요. 현재는 축구와 함께 농구와 배구 같은 다른 종목에도 흥미가 생겼어요.

조건진 – 경기 자료는 어디서 찾아서 보나요.

황혜진 – 처음에는 축구 전문 카페에서 찾았어요. 예를 들어 박지성 선수 팀이 축구 경기를 하는 날이면 축구카페에 출전하는 선수들 라인업이 나오는데, 박지성 선수가 출전 한다고 하면 아버지와 함께 그 경기를 유심히 봤죠. 그런 방법으로 오랫동안 축구를 보다 보니 선수들도 많이 알게 되고 경기 뛸 때 선수들 컨디션도 눈에 보이게 됐어요. 그렇게 경기와 선수들에 대해 분석 한 것을 수첩에 기록하면서 분석 자료가 쌓이게 됐고요. 그러다보니 저만의 정보가 쌓이게 되고 경기를 보는 능력이 생기게 된 거죠.

조건진 – 일반 사람들 중에도 스포츠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마니아가 많은데 본인은 그 집단에서 상·중·하로 표현한다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

황혜진 – 부끄럽지만 전문적인 지식은 ‘중·상’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비록 ‘상’까지는 가지 못하지만 저는 저만의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메리트는 우선,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집단에는 보통 남성이 많은데 저는 여성이라는 점과,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해 지금까지 꾸준히 보고 분석 한 열정이 있다는 점, 그리고 이 활동을 통해 대학까지 갔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지식은 중상이지만 열정은 최상이라 말하고 싶어요. 조건진 아나운서께서는 어려서부터 스포츠 캐스터가 되는 것이 꿈이셨나요.

조건진 - 처음부터는 아니에요. 사실 그 당시는 최소한 방송 경력이 10년 이상이 돼야 스포츠분야를 접근 할 수 있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바로 스포츠를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어요. 스포츠 아나운서는 대본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순발력에 의존해야 하는 부분이 커요. 때문에 신입 아나운서가 맡기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예전부터 스포츠를 좋아했고 황혜진 학생처럼 마니아였기 때문에 나에게 기회가 오면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죠. 그런데 나에게 기회가 빨리 오게 됐고 입사하고 5년 만에 스포츠 뉴스를 진행하게 됐어요. 비록 ‘오늘의 스포츠’와 같은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시작했지만 언젠간 캐스터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서히 준비했고 결국 캐스터가 됐죠.

황혜진 – 지금 여러 종목을 중계하고 계신데 상대적으로 다른 종목에 비해 잘 모르는 분야는 어떻게 중계하시나요.

조건진 – 어떤 종목이든 공부를 해야 해요. 그 종목에 대한 다양한 부분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죠. 또, 선수, 협회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들어야 해요. 이와 함께 끊임없이 연습도 해야 하죠. 혼자서 거울을 보며 말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실제 경기를 하는 경기장 구석에서 혼자 중계도 해보기도 하면서 열심히 연습해야 해요.

황혜진 –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종목을 중계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조건진 – 정말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죠. 한번은 스키중계를 야외에서 했어요. 겨울에 텐트를 쳐놓고 했는데 강풍 때문에 텐트를 고정해 놓은 폴이 넘어져 버렸어요. 하지만 계속해서 중계를 해야 하기에 진행 스텝들이 폴이 넘어지지 않게 잡은 상태에서 강풍을 그대로 맞으며 2시간 넘게 중계를 했었죠. 그리고 중계가 끝나고 일어서려 하니 두 다리가 얼어 한참을 걸음을 못 걸었던 적이 있었어요.

또,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는 양궁 중계를 했는데 영국이란 나라가 하루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날씨가 정말 궂은 곳이라 당시가 여름인데 매우 추웠었죠. 그런데 중계 현장에는 가림막이 없어, 햇빛은 정면으로 받고 있었지만 사실 몸은 매우 추웠어요.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오면서 비를 맞은 채로 중계를 진행 했었어요. 그래서 그 당시 중계했던 사진을 보면, 점퍼를 입고 그 위에 비닐 우비를 입고 있어요. 재미있는 차림이죠.

황혜진 – 저는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 캐스터를 꿈꾸면서 여러 경기를 보고 분석하기도 했고 결국 이런 점으로 대학까지 가게 됐는데 이런 특수한 점이 실제 아나운서 시험을 보는데 효과가 있을까요. 항상 걱정하고 고심하던 점이에요.

조건진 – 황혜진 학생의 그런 특수한 점은 충분히 장점이고 실제 이점으로 잘 발휘 될 거예요. 아마 지금까지 했던 활동들을 잘 정리해 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KBS의 스포츠 채널인 KBS N의 아나운서 시험은 실기 위주로 진행이 되는데 혜진 학생은, 노력은 물론 개성도 갖추고 있어서 충분히 도전 해 볼만 해요.

황혜진 – 앞으로 여자 스포츠캐스터의 전망은 어떻게 되나요.

조건진 – 여자도 스포츠 캐스터를 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봐요. 현재 여자들이 스포츠 캐스터로 자리 잡지 못한 데에는 가냘픈 목소리와 함께 체력적으로 남성보다 어느 정도 떨어지는 부분이 커요. 특히 축구 같은 경우에는 목소리 톤도 중요하거든요. 골을 넣었거나 슈팅을 하는 순간에는 특히 중요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는 없다고 봐요.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한다면 여자도 충분히 특유의 음성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피겨스케이팅이나 체조 같은 경우는 여성의 음성이 더 좋게 보일 수가 있거든요. 그리고 스포츠 중계가 아니더라도 현장의 리포터로서도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황혜진 – 대부분 아나운서들이 지방에서 경력 쌓고 지상파로 온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조건진 – 아뇨, 그런 법은 없어요. 하지만 요즘은 방송사가 많다보니 케이블에서 경험을 쌓고 입사하는 경우는 있어요.

황혜진 - 방송사마다 아나운서 이미지가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방송사마다 원하는 이미지가 있나요.

조건진 – 아니에요. 어떤 이미지를 정해 놓지는 않아요.

황혜진 – 실제 아나운서들은 경기 끝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그 인터뷰는 개인적으로 가는 것인가요.

조건진 – 개인적으로도 인터뷰하러 가기도 하고 스텝들하고도 함께 가기도 해요. 자기 편의에 따라서 진행하고 있어요.

기자 – 혜진 학생이 스포츠 캐스터가 되기 위해 한 길만 걸어왔는데, 직접 그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조건진 - 캐스터로서 여학생이 스포츠의 관심을 어렸을 때부터 관심 갖고 전문적으로 분석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워요. 사실 사회에는 프로 이상의 지식을 갖고 있는 마니아가 많고 혜진 학생도 그 마니아 중의 한 명인데 그 것을 잘 가꾸면 자기만의 강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혜진 학생은 스포츠 방송을 꿈꾸는 만큼 이 점을 계발하면 앞으로 스포츠 방송 쪽으로 오는데 굉장히 큰 이점이 될 거에요.

기자 – 앞으로 혜진 학생과 만남을 이어가며 계속 멘토링 해 주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조건진 – 물론이죠. 인터뷰가 끝나더라도 자주 연락하며 멘토링 해 줄 생각입니다.

기자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조건진 – 곧 2월 1일에 소치 동계올림픽 가는데 이번에 메인 중계를 맡은 종목은 피겨스케이팅이에요. 그래서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기자 – 황혜진 학생, 롤 모델을 직접 만나보니 기분이 어떤가요.

황혜진 – 조건진 아나운서 입장에서 저는 그냥 한 대학생일 뿐인데 형식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친근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조언해주셔서 만나기 전보다 지금이 더 떨려요. 이번 기회로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돼서 지금처럼 많은 조언을 듣고 싶어요.

기자 – 특히 오늘 인상 깊었던 점은.

황혜진 – 제가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스포츠를 보고 또 나름대로 분석 했던 것이 제 강점이라고 혼자 생각했었는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제 강점을 검증 받은 것 같아, 가장 인상 깊었어요. 사실 이제까지 했던 활동이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내가 잘 해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뿌듯해요.

그리고 조건진 아나운서님께 닮고 싶은 부분도 생겼습니다. 그 부분은 목소리에요. 방송으로 들을 때도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들으니 목소리가 더 좋으셔서 저도 발성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발성 연습을 계속 하면서 목소리를 가꿔야겠어요.

기자 - 조건진 아나운서가 롤 모델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황혜진 – 처음 조건진 아나운서를 축구 포털사이트를 통해 알게 됐어요. 그 당시 올림픽 중계 때 조건진 아나운서가 “보배야”라고 외친 사건이 있었는데 축구 게시판에서 너무 감동적이라는 글이 많이 나왔었어요. 저도 그 때 감동을 받아서 눈물을 흘렸었거든요. 그 것을 계기로 조건진 아나운서께 친근감을 갖게 되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더 깊이 알고 싶어 이곳저곳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찾으면 찾을수록 더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왜냐하면 원래 다니던 탄탄한 직업을 그만 두고 아나운서 시험을 봤다는 점, 그리고 단번에 합격 했다는 점을 알게 됐거든요. 사실 그렇게 안정적인 것을 버리고 불확실한 미래로 도전한다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저도 어려서부터 스포츠 캐스터를 준비하면서 너무 한우물만 파는 것은 아닌지, 남들처럼 대기업 스펙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었거든요.

그런데 조건진 아나운서의 도전기를 알게 되고, 저 분은 탄탄한 직업을 버리고 새 도전을 하시는데 난 아직 아무것도 도전해 보지 않고 두려워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고 더 이상 두려워하지도 조급해 하지도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기자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조건진 – 내년 2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중계를 맡았어요. 열심히 준비 중이예요.

황혜진 – 지금까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 왔다면 이제는 진짜로 해야 할 것을 공부 할 예정이에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발성연습부터 영어공부, 아나운서 시험공부를 할 거에요. 물론 스포츠도 계속 보면서요. 그리고 현재 3학년인데, 내년 4학년 때부터는 아나운서 공채시험 준비를 할 계획이에요.

기자 – 황혜진 학생, 이번 만남에 대한 소감은요.

황혜진 - 지난 2월 ‘월간 진로적성’과의 첫 번째 인터뷰 이후, 두 번째 인터뷰를 하게 됐네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제 롤모델이었던 KBS 조건진 아나운서가 멘토가 돼 주시게 됐습니다.

이번 만남은 저에게는 참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조건진 아나운서께서는 제가 그동안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해 명쾌히 대답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따뜻한 조언까지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이전부터 스포츠 캐스터에 관해 궁금한 점이 무척 많았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내가 그동안 노력해 쌓아온 결과물들이 실제 아나운서 시험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이에 대해 현실적인 답을 얻을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명쾌하게 해답을 받았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한 우물을 열심히 파왔으니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앞으로 조건진 아나운서님과 멘토-멘티 관계를 맺게 됐는데, 앞으로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 스포츠 캐스터라는 제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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