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으로 자살률 급증하는데··· 실업률은 2%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10월 고용동향’에 대해 그는 “신세대 용어를 빌려 실감나게 표현하자면 ‘고용대박’이 났다”며 마냥 즐거워 했다. “1년 전에 비해 인구는 45만4000명 늘었는데, 일자리가 이를 모두 흡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는 게 그가 마냥 기뻐한 근거다. 교수 출신답게 좀처럼 경제에 대해 단언을 하지 않는 그였지만 이날 만큼은 목소리에 자신감이 충천했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박 장관 설명이 사실이라면 10월 고용동향은 지표로 ‘Perfect’ 수준이다. 이 날 발표대로 실업률이라면 2002년 11월 이후 무려 9년 만에 2%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른바 경제학에서 실업률 3%는 ‘완전고용’ 상태를 뜻한다. 취업할 의사가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비자발적 실업’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니 고용천국이다. 자신이 일하기 싫어 생겨나는 자발적 실업 상태라는 말이다.


이 지표에 대해 경제학적 관점에서 따져보기 전에 우리 주변생활에서 산업현장에서 체감지수에 고용 현실을 대비해 보면 마냥 좋아하는 한 장관의 실업률 발표에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6.7%로 16.2%인 미국의 3분 1, 24.8%인 프랑스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다. 최근 한 조선업체의 고졸자 공채 경쟁률은 32대1이었다. 현대차의 기술 인턴직 경쟁률은 사상 최고인 100대1이었다.


여전히 일하고 싶어도 일이 없는 사람이 많고, 조금 괜찮은 일자리에는 지원자가 줄을 30m나 늘어서야만 하는 게 작금의 고용 현실이다. 그런데도 자발적 실업 상태를 빼고는 완전고용 상태라는 주무 장관의 제스처를 쇼맨십이라고 봐야 하는지, 고의적 정치행동이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늘 관습적 계량지수에 본인도 홀려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위기를 겪고, 2000년대 후반부터 두 차례의 금융위기가 닥쳤지만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2002년 이후 줄곧 3%대였다. 청년실업으로 젊은이들이 자살률은 천정부지로 솟는데 이 나라의 실업률은 영원한 2%대 타자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고용통계가 고용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의 고용통계는 국제노동기구(ILO) 국제기준을 준용해 작성되고 있지만 이를 너무 기계적으로 적용해 우리나라의 고용 특성과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설명이다.


ILO가 제시한 실업의 통계적 정의는 ▷지난주 1시간 이상의 일을 하지 않았을 것 ▷지난 4주 내 적극적 구직활동을 하였을 것 ▷지난주 일자리가 제시되었으면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다. 이 세가지 조건을 만족하면서도 일자리를 못 구한 사람만이 ‘실업자’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부합하지 못하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어 고용률ㆍ실업률 산정 과정에서 아예 빠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고용ㆍ취업 형태상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고시나 입사시험 형태로 취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실업 및 잠재실업’에 대한 연구에서 “시험 준비 및 결과 확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 4주내 응시 또는 확인’이라는 구직활동 기준은 매우 엄격한 잣대”라고 평가했다. 황 박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 같은 이유로 비경제활동인구로 파악된 인원이 지난해 62만5000명에 달했다.


취업 가능성을 따지는 기간을 ‘지난 한 주’로 한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경우는 기준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일이 있다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 통계에 반영하고 있다. <이계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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