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Line 사설

[사설]화 부를 대학구조개혁평가 전면 중단해야

평가의 기본이자, 핵심은 피평가자가 받아들이는 ‘타당성’ 담보다. 타당성이 결여된 평가라면 평가를 안 하는 것이 최고 상책이다. 만약 강행한다면 큰 후폭풍이 불어옴은 당연한 예상이자 귀결이다. 현재 교육부가 강행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일단 ‘타당성’을 잃었다. 여기서 타당성은 "평가를 왜 한다"는 취지를 말한다. 교육부가 내세우는 평가 배경은 인구구조의 변화로 대학 입학정원을 훨씬 밑돌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학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게 평가와법안마련의 취지다. 미리 대학 정원을 줄여 혼란을 막고 대학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하는 정책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목적중의 하나인 대학 경쟁력을 제고는 평가 항목에도, 법안어디에도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평가의 기준이 매우 자의적이라는 판단마저 든다. 대학 경쟁력의 제고는 교육과 연구에 크게 좌우된다. 그럼에도 이번 교육부의 평가지표를 보면 교육을 기능적으로, 평면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음이 다분하다. 학사관리, 취업률, 전임교원률로 교육환경을 가늠할 수 없다. 이는 이런 지표 값들이 좋아진다고 해서 교육환경이 개선됐다거나 대학경쟁력이 나아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서열을 알아보는 게 고작이다. 지극히 평면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교육환경 지표는 피교육자의 만족도를 체크하지 않을 수 없다. 고등교육을 받는 자의 만족도 요인은 참으로 다양하다. 또한 개선의 정도가 어떠한가도 중요하다. 피교육자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하는 것이 교육자의 연구노력과 능력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강행하는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지표에는 연구환경을 재는 지표는 전무하다. 교육환경과 매우 유관한 대목을 빼놓고 허둥지둥 정원감축에만 안달복달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한 이번 평가의 ‘공정성’ 담보 미흡도 평가를 전면 중단을 해야 하는 큰 이유다.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의 1단계 평가는 총점 60점에 정성평가가 18점이다. 전체 점수의 1/3에 육박한다. 정성평가는 주관적인 것을 얼마나 객관화시켰느냐가 관건이다. 정성평가의 완전한 객관화는 가능하지 않다. 대학의 운명을 가르는 이런 평가에 함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는 평가위원마저 피평가대학에서 선발해 공정성 시시비비는 더욱 문제가 크다.

끝으로, 대학구조개혁의 ‘합법성’이다. 대한민국은 시장원리를 큰 기준으로 삼는 자본주의 국가다. 자본주의는 말 그대로 자본의 흐름과 선택으로 시장질서가 유지되는 것을 사회질서 유지의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음을 뜻한다. 현 정부는 툭하면 “시장질서를 혼란시켜 국정혼란을 야기한 중한 범죄자”라며 시국사범들을 구속시켰다. 정부주도로 대학(법인)을 폐쇄시키고, 등록금 재정과 직결되는 정원감축을 강제적으로 줄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현 정부가 시장질서 혼란을 야기해 국정혼란을 부르는 것은 아닌지 교육부는 뒤돌아 볼 일이다.

교육부가 할 일은 대학이 교육과 연구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을 해주는 일이다. 대학 자율적인 환경을 꾸며주는 일이다. 특히 학령인구가 자꾸 줄어 지방대학들이 더 불리한 조건이라면 거점국립대학들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열악한 지방대학 교수들은 교육보다 졸업생들 취업알선과 신입생 유치를 위한 마케터로 전락했다. 또한 더 어려운 대학들은 재정난 때문에 교수들에게 기부금까지 종용하고 있다. 마치 구멍 난 입학정원을 채우는데 도깨비 방망이로 등장한 외국인 학생 유치는 외국인 학생의 수준도 검증하지 않은 채 무작위로 끌어오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대학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으로 타나날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대학 선택을 통해 대학구조개혁은 진행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공정하고, 합법적이다. 이제서라도 교육부는 평가가 미흡하다고 솔직해져야 한다. 솔직함이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을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세이며, 섣부른 대학구조개혁평가 지표나 조건으로 강행해 후폭풍을 맞지 않을 수 있는 옳은 선택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서둘러 솔직한 자세로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전면 중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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