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정치계로 확산

존치 찬성

"로스쿨에 가기 힘든 사람도 사시 볼 수 있게 해야"

국회 사시 유지 법안 잇따라

[U's Line 탐사보도팀] 현행 사법시험 제도가 2016년 마지막 1차 시험, 2017년 2차와 3차 시험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일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법시험 존치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법시험은 오는 2017년 폐지되고 법학전문대학(로스쿨) 졸업생만이 판사나 검사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2017년까지 사법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현행처럼 사법연수원을 거쳐 판사나 검사에 임용될 수 있지만 2017년 이후부터는 로스쿨 졸업자만이 변호사나 재판연구관, 검사보를 거쳐 법관이나 검사로 임용된다.

2009년 당시 충분한 논의나 여론수렴 없이 여야의 사학법 개정협상과 맞물려 전격적으로 통과된 로스쿨 제도. 7년차를 맞은 로스쿨 제도가 당초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결국 사법시험 존치 논란으로 옮겨 붙었다.

우선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측은 로스쿨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경제적 약자들이 법조인이 될 기회를 상실했다면서 '돈스쿨'이라고 지적한다. 또 사법시험으로 배출된 법조인도 사후 교육을 통해 다양한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상황에서 사시 존치에 불을 붙인 사람은 사시 존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지난 12일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하창우(사진 61·연수원 15기) 변호사다. 하 회장은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농부의 아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법시험은 존치돼야 한다"며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산하 '주력 부대'인 서울변호사회의 나승철 회장도 대표적 사시 존치론자로, 하 당선자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쿨 도입에 따른 변호사 수 급증과 법률시장 개방 등으로 변호사 업계의 불황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만 번째 변호사가 탄생한 가운데 현재 활동 중인 변호사만 1만4980명에 이르고 있다.

현행 로스쿨의 최대 공공의 적은 ‘고비용’이다. 따라서 “있는 자만이 갈 수 있는 길, 결국 경제적 약자는 갈 수 없는 길”이라는 사회 경제·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요골자다. 경제적 약자의 희망의 사다리였던 사시시험이 폐지되면서 이러한 일말의 희망조차 빼앗는 ‘있는 자들의 횡포’라는 것이다.

이러한 로스쿨의 고비용, 폐쇄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제기한 논문이 있다.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되기 위해선 사법시험보다 연평균 두 배의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입학금을 제외한 우리나라 연평균 로스쿨 등록금은 국립대는 1000만원대, 사립대는 2000만원 대에 이른다.

지난해 전북대 천도정(경영학) 교수와 중앙대 황인태(경영학)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법조인 선발제도별 법조계 진입유인 실증분석'에 따르면 로스쿨 진학을 준비한 시점부터 변호사가 되기까지 4.77년간 연평균 2217만여원, 총 1억579만여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사법시험은 시험 준비를 시작한 때부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까지 6.79년간 연평균 932만여원, 총 6333만여원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각 선발제도를 통한 변호사 자격 취득자들의 평균 연령과 수험 기간 등을 바탕으로 평균 학비·생활비·학원수강료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법조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사시 존치'를 위한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로스쿨과 병행하도록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김용남·노철래·함진규 의원 등 10명 역시 사시 유지를 골자로 한 법안을 이미 제출해둔 상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출신인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로스쿨에 가지 않아도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사실상의 사시 존치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들은 대체로 현행 사시 제도를 유지하면서 로스쿨과 병행하거나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해 법조인 진출 기회를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법안 발의 이외에 '사시 존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시 출신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홍준표(61) 경남지사도 '바람 잡기'에 나섰다. 사시 출신으로 검사로 근무했던 홍 지사는 13일 페이스북에 "사시 유지를 주장하는 변협 회장이 당선돼 참 반갑다"며 "사시를 통해 법조인을 선발해야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15일에도 "사시가 없었다면 고졸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었겠느냐"며 "법조 특권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로스쿨 제도가 희망의 사다리를 허물어버렸다"고도 했다.

<그래픽 출처 : 조선일보>

존치 반대

"법조계 분열·대립 조장… 소모적인 논쟁 양산할 뿐"

로스쿨 "폐지된 걸 왜…" 반발

반면 '사시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것 역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더 이상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 사다리'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변호사라는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단 한 번의 시험이 아니라 로스쿨 같은 정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미 폐지가 결정된 사시를 되살리는 것이 국력 낭비만 초래한다고 반론한다.

사시 제도가 유지될 경우 상대적 피해가 예상되는 로스쿨 등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 등은 사시 존치론을 비판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경북대 김창록 교수는 "사시 존치론은 낡은 제도에 매달리는 퇴행적 주장"이라 했다.

사시 출신인 박영수(63) 전 대검 중수부장은 이번 변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사시 존치론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법조인 선발 제도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 합격'으로 정리됐다"며 "'희망의 사다리'로서 사법시험을 존치시켜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는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로스쿨 제도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시 존치론은 사법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의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고, 소모적 논쟁거리를 양산할 뿐"이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기기도 했다.

차철순(63) 전 변협 부회장도 "최근 4년간 고졸 출신 사법시험 합격자는 한 명도 없었다. 로스쿨 제도의 초기 착오는 충분히 고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시 존치론이 힘을 얻을수록 로스쿨을 중심으로 한 반발도 격렬해지는 등 한바탕 '홍역'이 예상되고 있다.

서울 소재 로스쿨 2학년생인 차모(28)씨는 "사시가 존치될 경우 로스쿨 출신 법조인은 사시 출신에게 밀려 사실상 서자(庶子) 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며 "로스쿨생들은 변협 회장 당선자가 사회적 합의로 폐지가 결정된 사시를 부활시키자는 주장을 하는 데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관철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시 제도가 유지될 경우 상대적 피해가 예상되는 로스쿨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시 존치론을 반대하는 이들은 사법시험이 사법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의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고 사시 존치론은 소모적 논쟁거리만 양산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현행대로 사법시험이 유지될 경우 로스쿨 출신 법조인은 사시 출신에게 밀려 사실상 서자(庶子) 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법조인 선발 제도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 합격'으로 정리됐다"며 "희망의 사다리로서 사법시험을 존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로스쿨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선 목소리와 사시 존치론이 힘을 얻을수록 법조인 선발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로스쿨 2기의 정원 대비 법조인 취업률 현황'에 따르면 로스쿨 졸업생의 법조인으로의 취업률은 평균 42%에 불과했다.

‘파랑새’라는 네티즌은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학원에서 배우든지 로스쿨에서 배우든지 과외, 독학을 하든지 그건 각자 여건과 판단에 따를 일이다. 법 공부는 책만 있으면 된다. 의대처럼 실습이 절대적인 게 아니다. 이런 원칙은 배제하고 돈 있는 자녀들이 쉽게 따는 트랙을 만들기 위한 세팅이 로스쿨”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임당’이라는 네티즌은 “보다 전문적인 법조인을 양성하려고 만든 로스쿨 제도가 경제적인 약자들이 신분상승을 할 수 없는 기회가 없어진다는 이유로 제도에 대해 반대를 한다는 것은 로스쿨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지는 한국 자본주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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