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요란, 과제만 남겼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17일 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대학구조조정 한다더니 대학양극화 구조조장,

대입전형 간소화 한다더니 복잡화 확대일로…”

먼저 서남수 前 교육부장관의 이임사의 辨부터 훑어 보겠다.

[U's Line 박병수 기자]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17일 장관직에서 떠나면서 "정치적 과정을 거쳐 임명되거나 선출되는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은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서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교육과 정치는 모두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기 아주 쉽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일견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본질적으로 구현하기 쉽지 않은 가치"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럼에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장관은 "만약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원칙이 포기된다면 학교는 파당적 이해관계나 '정치 이념간의 전쟁터'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교육과 정치는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계와 정치권 모두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서 장관은 또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서 장관은 그 동안의 성과로 △자유학기제 진수 △선행교육 금지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 기반 △대입전형 간소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발 착수 △교과서 개발 체제 개선 작업 △대학 구조 개혁 청사진 제시 등 새 정부 교육 분야 국정과제 체계화를 꼽았다.

남은 과제로는 학생 안전 교육의 대폭 강화와 입시위주 교육 탈피를 지적하고, 이 같은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육부 공무원들에게 "여러분이 아니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며 "갈수록 힘들어지는 행정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해 온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서 장관이 이임사에서 자평한 성과와는 달리그의 1년3개월간 평가는 사뭇 달라진다

'박근혜 교육'의 첫 사령탑이었던 서남수 장관이 추진한 교육정책들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의 큰 방향이나 비전은 잘 보이지 않았고, 추진한 정책들도 현장과 괴리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다음 장관이 이끌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이 그만큼 갈 길도 멀다는 뜻이다.

경쟁력 있는 대학의 정원 줄이는 이상한 대학 구조조정

서 장관은 지난해 11월 새로운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대학을 5등급으로 평가해 최우수 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에 대해 강제로 정원을 줄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 위주로 구조조정을 했지만 부실대 5곳을 폐쇄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더 많은 대학으로 대상을 넓혀 정원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관련 법(대학 구조 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올 4월 재정 지원 사업에 입학 정원 감축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해 비판을 받았다. 5년간 정부 예산 1조2000억원이 지원되는 '특성화 대학 지원 사업'을 신청받으면서 입학 정원을 많이 줄이는 대학에 가산점을 주어 선정한 것이다. 결국 경쟁력 있는 대학들까지도 이 지원금을 받으려고 입학 정원을 줄이기로 해 "부실 대학은 가만 놔두고 왜 좋은 대학들까지 정원을 줄이라고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입학 정원을 못 채우는 소위 '부실대'는 사업 신청을 하지 않아, 정원을 줄일 필요가 없었다. 올 정부 들어 폐쇄된 부실대도 대학원 대학 1군데와 4년제 대학 1군데뿐이었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서 장관은 입학 정원을 어떻게든 양적으로 줄이려고 했는데, 너무나 소극적인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었다"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구조된 사람들이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바닥에서 치료를 받거나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의전용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다. 이후 무개념 '황제라면'이라는 질타를 받으며 사퇴요구를 받기도 했다.

더 복잡해진 대입 간소화 방안

서남수 장관은 지난해 8월 '대입 간소화 방안'을 내놓았다. 3000개에 이르는 대학의 전형 수를 줄여 학부모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였다. 교육부는 종전에 대학별로 평균 수시 5.2개, 정시 2.6개인 전형 방법 수를 수시 4개, 정시 2개 이내로 제한했다. 결과적으로 전형 방법 수는 대학별 평균 2014학년도 6.76개에서 2015학년도 4.15개로 줄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겉으로는 간소화됐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간소화된 게 아니다"고 얘기한다. 대학들이 학생부 종합 전형(옛 입학사정관 전형)을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지난해보다 1만6000명이나 늘어난 6만여명에 이른다. 학생부는 교과목 성적인 교과 영역과 동아리 활동이나 교내 대회 수상 실적 등을 말하는 비교과 영역으로 나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학생부 종합 전형은 교내 활동, 동아리 활동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마련해 놓은 특목고·자사고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대입 간소화 방안으로 입시 준비가 더 어려워졌다는 학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수학으로 대입 결판내는 '쉬운 영어' 정책

교육부는 올 2월 대통령 업무 보고 때 "수능 영어를 쉽게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영어 사교육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주문하자 이런 해결책을 제시했다. 입시 전문가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곧바로 우려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부가 영어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투자할 생각은 안 하고, 수능 영어를 쉽게 내는 임시변통 정책만 내놓는다" "영어가 쉬워지니 수학이나 과학이 중요해져 '사교육 풍선 효과'가 날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지난 6월 치른 수능 모의고사 때 영어 시험이 너무 쉬워 만점자가 쏟아지는 바람에 하나만 틀려도 2등급, 2개 틀리면 3등급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수능 한 과목이 쉬워지면 다른 과목에 부하가 걸리게 되어 있는데, 그런 부분을 간과하고 정책을 졸속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남수 장관을 둘러싸고 정치권·교육계에서 사퇴 압박이 이어지는 등'경질설'이 흘러나왔었다.

교육부가 지난해말 교학사 교과서논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누리과정 5시간 강제' 등 현장의 반발에도 정부 지침을 강행해'불통 행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는경질된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뒤를 잇는 게 서남수 장관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됐다.노무현 정권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지냈다는 이력으로박근혜 정부 교육수장으로 나름 파격적인 행보를 걷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그의 박근혜 정부의 1년3개월 행보는변죽만 울리고 과제만 남겼다는 평가쪽으로 무게의 바늘추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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