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대학위기 극복을 위한 제언<2> '고등교육정책, 전문가집단 의견수렴 반영 법제화'

허준 교수 “대학설립 준칙주의, 신자유주의 믿음의 오·남용”
시장주의 앞장 선 영국도 대학문제에는 시장주의 적용 안해
대학정책의 기본은 '공공성 원칙'...일본 자율화정책 대실패
"대학정책, 전문가 등 의견수렴 없는 집행은 있을 수 없는 일"

▲김영삼 대통령이 1997년 6월 2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자문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로부터 제4차 교육개혁안을 보고 받기 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한국 대학의 파행을 불러 온 대학설립준칙주의가 그 해 1997년에 시행됐다. 김 대통령(사진기준) 오른쪽 김종서 교육개혁위원장, 왼쪽 고건 국무총리.
▲김영삼 대통령이 1997년 6월 2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자문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로부터 제4차 교육개혁안을 보고 받기 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한국 대학의 파행을 불러 온 대학설립준칙주의가 그 해 1997년에 시행됐다. 김 대통령(사진기준) 오른쪽 김종서 교육개혁위원장, 왼쪽 고건 국무총리.

대학위기 극복을 위한 제언<2> 고등교육정책, 전문가집단 의견수렴 반영 법제화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 최소요건만 갖추면 대학설립을 가능하게 했던 '대학설립 준칙주의'는 박근혜 정부 첫 해에 서둘러 폐지됐다. 김영삼 문민정부 19955월 교육개혁위원회가 획일적인 학교 설립기준을 지양하고, 학교의 설립목적과 학교의 특성에 따라 학교 설립기준을 다양하게 규정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학교설립을 자유롭게 한다는 준칙주의가 제안됐다.

이듬해 7대학설립 운영규정이 제정·공포돼 일정 규모의 학생정원 시설을 확보해야 설립이 가능하도록 했던 대학설립 예고제는 교육의 다양성을 가로 막았다는 죄를 뒤집어 쓰고 쫓겨 났다. 대학설립준칙주의가 안방을 차지했다. 아직도 대학가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 1990년대 중반에 이미 2020년 이후 가파른 학령인구감소 예상과 경고가 나왔지만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주장한 시장·자유주의자들의 자율과 다양성의 미명 아래 추진된 막무가내 개혁이
어떻게 먹혔냐는 반문이다.

'대학설립 준칙주의’, IMF 발단과 맥 닿아

이에 대해 세계적인 시대환경에 대한 인식과 비판이 무절제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현재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시장자유주의에 기반한 국책연구를 담당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위원 자격으로 참여했고, ‘대학설립준칙 제정위원회위원으로 세부 추진사항을 결정하는 주요활동을 했다.

대학가에서는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대학정원 자율화 실패는 1996년 당시 문민정부가 추진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과 일맥상통한다고 해석한다. 그 방증으로 1980년대 미국과 영국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한 신자유주의는 문민정부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위한 민간주도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틀로 포장돼 비판없이 수용한 사건을 든다. 30년이 넘는 군사 독재정권의 경제 패러다임이던 국가주도 자본주의 발전국가 모델을 벗어 던지려던 시도였다고 당시 관계자들은 우기지만 철저한 준비 없고 흐름을 잘못 읽은 세계화, 무턱 댄 자본시장의 급진적 개방은 결국 1997IMF 국가적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준비 없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중심 개혁이 고등교육에 혁신이라는 미명으로 적용된 것이 대학설립 준칙주의대학정원 자율화이다. 따라서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관여했던 관계자들은 IMF 외환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대학가와 필자의 주장이다.

허준 교수 대학설립 준칙주의, 신자유주의 믿음의 오·남용

허준 연세대 교수는 대학설립 준칙주의 시행 몇 년후면 입학정원이 대학지원자보다 많아질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대학정원 자율화를 시도한 이유는 자유시장주의적 접근이 전체적인 교육의 질을 향상할 것이라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믿음의 오·남용(誤濫用), 선진국 미국과 일본의 대학정책 변화 무검토·무비판 답습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당시를 평가한다.

미국은 1981년 레이건 정부 출범이후 고등교육을 자유시장주의적 접근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진행됐다. 일본에서는 1991년 대학설치 기준 간소화가 시행되고 대학정원 규제가 완화되면서, 사립대 수와 대학 입학정원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일본에서 대학교육의 보편화와 시장원리에 기반한 대학간 경쟁이 시작됐던 것을 고려하면, 1995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 당시 교육개혁위원회에서 결정한 정책은 미국과 일본의 선진적인 국제화 조류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허준 교수는 덧붙이고 있다.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 대학진학률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 대학진학률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허준 교수가 강조하는 대목은 시장주의적 개혁론자들이 간과한 사실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전 세계에서 대학문제를 자유시장주의적 접근으로 해결하려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정도였으며, 1980년대 신자유주의 광풍의 한 축이었던 영국조차 대학문제만큼은 자유시장주의적 해결방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든다. 영국은 재정지원 평가를 위한 공개와 경쟁, 등록금 부과라는 시장주의적 요소를 도입했지만, 대학의 핵심가치는 공공성에 기반한다는 흔들림 없는 인식을 유지했다고 평가한다. 영국에는 실질적인 사립대학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과 일본은 분권적인 지역구조로, 한국의 수도권집중 같은 현상에는 자유로운 국가들이다. 대학 양극화, 서열화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숙주가 지역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적은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한국 사립대, 영리목적 짙은 사유재산 인식대학설립 준칙주의 충동질

또한, 한국 대부분 사립대학 지배구조는 미국의 영리목적 대학과 거의 일치해 대학을 사업체 또는 사유재산으로 인식해 보존과 증식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반면, 공공적인 성격이 강한 미국의 전통적인 사립대학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 정원자율화를 사유재산 증식의 기회로 삼았다는 점이다. 대학 문제에 자유시장주의적 방법을 사용한 미국과 일본 모두 실패를 겪게 된다는 사실도 간과했다. 미국은 영리목적 대학이라는 비정상적인 교육기관의 난립을 초래했고, 대학등록금이 폭등해 현재까지 평균적인 대학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원인이 됐다.

일본의 사례는 더욱 극단적이다. 1991년 대학설치 기준 간소화 이후 사립대가 난립하는 상황에서도 일본정부는 2000년대 초반까지 신규 분야에 대한 대응이유로 대학증설을 허용했다. 일본은 대학진학 인구가 1992205만 명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해 2004년에는 141만 명까지 감소했고 난립하던 사립대들은 편법을 동원해 정원을 충원하거나, 파산하거나, 폐교하는 혹독한 시간을 겪었다. 2004년 기준으로 일본 4년제 사립대 29%가 입학 정원 미달이었고 대학에 따라 정원미달이 전체 정원의 2030%에 이를 만큼 심각했다. 한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1997년 시행된 '대학설립 준칙주의'는 현재까지도 한국 대학사회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정확한 진단과 폭넓은 의견수렴 거치지 않고 외국대학 사례와 흐름을 무조건 수용한 과오를 저지른 현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포함돼 있다. 그것도 MB정부, 윤석열 정부에서 교육부장관을 맡았다.  

대학 설립요건을 완화한 이 조치는 부실대학들을 양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부작용은 현재까지도 한국 사회의 시한폭탄 중의 하나로 위험시 되고 있다.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후 설립된 사립대학 중 24개 대학은 설립한 지 불과 20년도 되지 않은 2015년까지 부실 대학에 지정되거나 다른 대학에 통폐합 또는 폐교됐다.

교육부는 이와 별도로 1990년대 개별대학의 정원확대에 유연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로 인해 199035만 명이던 입학정원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1996년 교육부가 대학 교육여건을 평가해 계열별 증원규모를 통보한 포괄승인제와 1997년부터 시행된 대학설립 준칙주의, 이 둘의 정책 시행결과 1995498000명이던 대학 입학정원은 준칙주의 시행 불과 5년만인 2002년에 656000명으로, 폭발적으로 158000(32%)이 증가했다. 20159월 펴낸 ‘5.31 교육개혁 실태진단' 보고서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후 199717개교, 199813개교가 설립되는 등 2014년까지 107개 대학이 설립됐다.

대학설립 준칙주의’, 지역정치인의 검은 거래수습책(?)

이러다보니 박근혜 정부는 집권 첫 해인 20138월에 대학설립 준칙주의전격 폐지하는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시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교육부가 지난 1997년부터 시행한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폐지해 대학신설을 억제하기로 한 것이 주요내용이다. 대학설립 준칙주의에서 교원, 건물 등 4가지 최소 기본요건만 충족하면 대학설립이 인가됐지만, 이들 설립요건이 크게 강화시키고 학사운영과 재정운영계획 등에 대한 심사가 엄격해져 대학신설이 어려워졌다. 이밖에 연구윤리를 강화해 학·석사·전문학사 학위도 부정취득시 취소할 근거도 마련했다.

1997년부터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도입된 배경에는 검은 내막설도 등장한다. 교지·교사·교원, 수익용기본재산 등 설립요건을 최소로도 갖추면 정부는 대학설립을 인가했다. 서류상 조건만 맞으면 대충 대학설립 승인을 내줬다. ‘대학설립 준칙주의1997년에 시행됐지만 전국 각 지역토호 세력들은 중앙정부 관료나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대학 하나 허가해 달라는 청탁을 정치자금성 금품을 제공하면서 수년간 해오다보니 지역 국회의원들이 받은 검은 돈 액수가 상상 외로 커져 청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교도소 담장을 걸어야 할 일이 여기저기 지역구에서 강한 민원으로 전달됐다는 후문도 들려왔다. 지역구 관리용과 적지 않은 지역 당협위원장 철창행 방패막이로 채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의혹의 소리도 들렸다.

당시 대학은 매년 두 번씩, 등록금 철마다 현금이 넘쳐나는 장사 잘되는 사업이었다. 이를 눈치 챈 지역의 토호세력, 돈깨나 있다는 자들이 '교육'이 목적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대학을 운영하기 위해 민원으로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로비했고, 이를 악용해 대학을 대거 설립했다는 주장이다. 준칙주의가 만들어진 결과로 부실대학이 대거 등장했다가 아니라 준칙주의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정치적 상황이 이미 조성돼 있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만들어진 대학들이 부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대학설립 준칙주의제정배경 낯낯이 밝혀 이정표 삼아야

대학설립 준칙주의1996년에 나온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보고서에서 불과 몇 년 후부터 대학 입학정원이 대입지원자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음에도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대학 입학정원 자율화를 시행됐다는 것을 단순히 교육부의 실책이라고 평가라고 단언하기에는 많은 의문이 든다. 지금부터 27년 전 졸속으로 추진된 대학설립 준칙주의제정 뒷배경을 공정상식을 주창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학설립 준칙주의제정 당시 제정위원으로 활동했던 연구위원이 교육부장관을 맡고 있으니 사건을 들춰내기에 얼마나 좋은 조건인가 싶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특검이라도 해서 잘못된 1997년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어떻게 저질렀는지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1997년 이후 설립된 대학 대부분은 폐교나 학자금대출제한대학에 걸린 부실대학들이었다. 
▲1997년 이후 설립된 대학 대부분은 폐교나 학자금대출제한대학에 걸린 부실대학들이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모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주호 KDI 박사는 노동시장과 고등교육 미스매칭, 취약한 취업의 질에 대한 기자 질문에 거품 현상이다. 부실대학 퇴출정책을 펴야 한다고 답변했다. 부실대학 대거 등장은 이주호 박사가 연구위원이자 제정위원으로 활동해 만든 1997년 대학설립 준칙주의로 인해서다. 역설적이라고 해야 할지, 과오에 대한 인정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다 이주호 박사는 2022년 윤석열 정부 교육부장관으로 취임하자마자 대학설립을 위해 갖춰야 하는 교사(건물), 교지(토지),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등 4대 요건기준을 전면 개편했다. 학교법인의 책무도 학령인구감소 시대에 어려운 재정여건상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상당부분 벗겨 버렸다.

'제2의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재가동되는 현 정부

시대적, 세계적 상황의 대학흐름이라고 잘못 인식해 대학설립 준칙주의라는 역사적 과오가 벌어졌다. ‘대학설립 준칙주의는 대학사회의 부도사태를 부른 국가차원의 큰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다. 이로 인한 폐해는 현재까지도 한국 대학사회를 꼼짝하지 못하게 만든다.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역사적 진실의 눈으로 되돌아 보고, 그에 대한 과오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정확한 규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윤석열 정부-이주호 교육부장관 체제에서 절제없이 동원되는 자유시장주의적 고등교육정책이 2의 대학설립 준칙주의처럼 파행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입안된 정책이 큰 문제를 야기한다해도 정책입안자들에게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IMF 외환위기 초래에도 영향을 끼쳤을 정도라고 비판받는 대학설립 준칙주의시행의 세부 추진사항을 제정한 제정위원 출신이 교육부장관을 두 번이나 맡게되는 일이 벌어진다.

▲윤석열 정부 이주호 교육부장관 체제는 '제2의 대학설립 준칙주의'라 불릴 정도로 대학규제를 대학법인 입장에서 완화하고 있다. 교수단체들은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폐기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이주호 교육부장관 체제는 '제2의 대학설립 준칙주의'라 불릴 정도로 대학규제를 대학법인 입장에서 완화하고 있다. 교수단체들은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폐기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결국 1996년에 시작한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대학정원 자율화는 부실대학의 양산과 지방사립대학의 위기, 대학정원의 수도권집중이라는 깊은 상처만 남기고 2003년 스톱됐다. 박근혜 정부는 급감하는 대학진학 인구를 고려해 20141,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총 16만 명의 대학정원을 3단계에 거쳐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박근혜 정부에서 세운 감축정원 목표가 19962002년사이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자율화로 증가한 정원인 158000명과 거의 일치한다. 1996년 신한국당의 신자유주의적 정원확대 정책에 2014년 새누리당이 단호한 파기를 선언했다.

현재 한국에게 대학은 시한폭탄 같이 보인다. 비수도권대학이 당면한 문제는 국가를 볼모로 한 문제다. 결코 비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교육부장관이라고, 대통령이라고 의견수렴 없이, 진보, 보수 진영과 관계 없이 전문가들의 충분한 조언청취 없이 단 한 건의 정책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유다. 대학 R&D예산을 누가 줄였냐는 것이다. 이는 국가미래를 누가 훼손시켰냐는 것과 같다.

현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집행의 일정범위내에서는 전문가 의견수렴을 법제화하지 않고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국가교육위원회 산하기구로 진영논리를 떠난 교육적 인사들을 위촉해 장관의 정책집행을 조언하고, 절차화 하는 작업이 시급하다세종시, 용산 등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흡사하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독선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발언이다. 국가정책 집행자에게 독선적이다라는 표현은 매우 위험하다라는 뜻과 동의어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결코 위험한 정책 집행자를 뽑은 적이 없다. <참조 : 허준 연세대 교수의 '대학의 과거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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