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선 KDI부원장의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보고서 전제

▲대학 수능시험 기준 ‘대학서열’ 상위권 대학(상위 20%)과 하위권 대학(하위20%) 졸업생 임금 격차가 1.5배나 벌어졌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월급 격차도 2배 이상 벌어져 대학서열이 임금과 일자리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40대 초반이 격차의 정점을 찍었다. 
▲대학 수능시험 기준 ‘대학서열’ 상위권 대학(상위 20%)과 하위권 대학(하위20%) 졸업생 임금 격차가 1.5배나 벌어졌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월급 격차도 2배 이상 벌어져 대학서열이 임금과 일자리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40대 초반이 격차의 정점을 찍었다. 

한국사회 위기 초래하는 '대학서열화' 방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KDI 고영선 부원장] 사업체 규모별로 파악하면 한국은 대규모 사업체(250인 이상)의 일자리 비율이 OECD에서 가장 낮다. 한국사회에서대기업 일자리좋은 일자리로 대변되는 상황에서 대기업 일자리 부족은 입시경쟁과열 사회적 이동성 저하 출산율 하락과 여성 고용률 정체 수도권 집중 심화 등을 초래하는 주요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업 규모화(scale-up)’를 저해하는 정책요인을 파악과 개선은 어떤 정책보다 필요하다.

사업체 규모별 일자리 현황

일반적으로 청년들은 중소기업 일자리보다 대기업 일자리를 선호한다. 대한상공회의소(2023)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취업하기 원하는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대기업은 64%, 공공부문은 44%를 차지했다.

반면, 대부분 일자리는 중소기업 일자리라는 점이다. <1>은 사업체 규모별 일자리 비중이다. 통계<-1>에 따르면 2021년의 경우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비중은 전체 종사자 기준으로 14%, 임금근로자 기준으로 18%에 불과했다. 반면, 10인 미만 사업체의 일자리 비중은 전체 종사자 기준으로 46%, 임금근로자 기준으로 31%에 달했다

청년선호 대기업 일자리 원하지만 실제 일자리는 대부분 중소기업

이러한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 OECD에서는 300인이 아닌 250인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한다. <그림 1>에 의하면 250인 이상 기업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OECD 최하위다. 이 비율이 한국은 14%인데 반해 독일은 41%, 스웨덴 44%, 영국 46%, 프랑스 47%, 미국 58%로 독일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추세로 보면 대기업 일자리는 크게 늘지 않았다. <그림 2>1993~2020년의 사업체 규모별 일자리 비율이다. 이에 따르면 1998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대규모 사업체 일자리가 줄어들고 그 후에 다시 증가했으나 그 추세가 뚜렷하지는 않았다.

 사업체 규모에 따라 노동조건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림 3>300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사업체 규모에 따른 임금격차를 나타낸다. 20225~9인 사업체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 54%에 불과하다. 비교적 큰 규모인 100~299인 사업체 임금도 71% 수준이다. 이 같은 임금격차는 1990년대초부터 꾸준히 격차가 벌어지다가 2015년께 이후에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큰 격차를 벌이고 있다. <1>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근로자는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이다.

임금 외의 다른 근로조건에 있어서도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다. 출산 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의 예를 살펴보면,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이러한 모성보호 관련 휴가·휴직을 제공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진다(근로기준법74조 제1,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19조 제1).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노동자는 대기업 노동자들이며, 소규모 기업의 노동자는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2>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출산 전후 휴가제도가 필요한 노동자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30%이다. 육아휴직제도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약 50%에 달했다. <1>에서 보듯이 임금노동자의 약 절반이 30인 미만 사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모성보호제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규모가 큰 사업체일수록 임금도 높고 근로조건도 양호

좋은 일자리의 부족과 대학 입시경쟁의 과열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기업 일자리가 부족함에 따라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유명 대학에 입학하려는 입시경쟁이 대표적인 예이다. 입시제도를 아무리 고쳐도 입시경쟁은 식을 줄 모른다. 문제는 입시제도에 있지 않고 대기업 일자리의 부족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림 4>는 대학서열의 임금 프리미엄을 추정한 결과이다. 추정을 위해 4년제 일반대학을 수능성적에 따라 5개 분위로 구분한 후, 각 분위 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임금을 연령에 따라 계산했다. 최저분위인 1분위와의 차이를 계산했다. 그림에서 1분위 대비 5분위의 임금 프리미엄이 40~44세 구간에서는 50%에 달한다. 이처럼 유명 대학 임금 프리미엄이 높으니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 치열한 입시경쟁이 벌어진다. 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은 임금뿐 아니라 정규직 취업, 대기업 취업, 장기근속 등에 있어서도 유리한 조건으로 나타난다.

입시경쟁은 사교육의 원인이 된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사교육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결국 좋은 일자리의 부족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또한 사회이동성(social mobility)도 제약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높을수록 사교육 지출도 크고 자녀의 학업성취도도 높은 경향을 나타낸다(민인식, 2022).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이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상위권 대학 졸업생과 하위권 대학 졸업생간 큰 임금격차 대학 입시경쟁 초래

좋은 일자리 부족과 낮은 출산율 낮은 여성 고용률

한국사회의 화두인 저출산 문제도 대기업 일자리의 부족과 관계가 깊다. 앞의 <2>에서 보듯이 중소기업에서는 모성보호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제도나 정책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집행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 일자리를 늘려 여성 근로자가 실제로 모성보호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함을 의미한다.

한편, 여성가족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했을 때 일자리의 질은 대체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3>. 예컨대 상용노동자 비율은 36.7%p 하락하고, 임시노동자 비율은 9.4%p 상승하며, 고용원 없이 일하는 자영업자 비중은 16.4%p 상승한다.

이처럼 경력단절 후 재취업할 때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여성 근로자는 출산을 미루고 계속 일하거나 출산하고 난 다음에는 재취업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출산율이 낮은 문제와 여성 고용률이 낮은 문제는 상당 부분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더불어 출산·육아와 무관하게 조건이 좋지 않은 일자리 자체가 여성의 퇴직을 유도하고 이들의 재취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2023, -26)에 따르면 경력단절 여성이 일을 그만둔 이유 중 임신(21.3%), 출산(19.8%), 육아(13.9%)55.0%를 차지했으나 노동조건도 26.1%나 차지했다. 노동조건의 중요성은 25~29(77.5%) 30~34(43.4%)에서 매우 높은 비중을 보였다. 열악한 노동조건은 젊은 여성들의 퇴직을 유도하는 주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 부족 모성보호제도 활용도가 낮으며, 여성들의 취업도 저조

좋은 일자리의 부족과 국가균형발전

한국사회가 당면한 또 다른 중요한 문제인 수도권 집중도 결국은 비수도권에서 대기업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 단위에서도 사업체 규모가 노동생산성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지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회귀분석식을 추정했다.

LPijt = β1SEijt+β2LEijt+γit+δjt+ijt. (1)

여기에서 LP는 노동생산성(종사자 1인당 2015년 불변가격, 백만원), SE2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 고용비중(%), LE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의 고용비중(%), γ는 시·도별 연도고정효과, δ는 업종별 연도고정효과를 나타낸다. 또 하첨자 i는 시·, j는 업종, t는 연도를 가리킨다.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β1β2인데, 만일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노동생산성이 높다면 β1<0 β2>0의 관계가 성립할 것으로 보인다. , SE가 높을수록 LP는 낮고, LE가 높을수록 LP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4>는 식 (1)의 회귀분석 결과이다. 표에서 (1)~(3)열은 16개 업종 전체에 대한 회귀분석 결과이며, (4)~(6)열은 10개 서비스업에 대한 회귀분석 결과이다. 서비스업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70%인 점을 감안해 서비스업에 대해 별도로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표에 따르면, 기대했던 것처럼 β1<0 β2>0의 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노동생산성은 높은 경향을 나타낸다. (3)열을 기준으로 할 때 SE1%p 하락하면 LP는 연간 84만원 증가한다. LE1%p 상승하면 LP41만원 증가한다. 예를 들어, SE 10%p 하락하는 대신 LE5%p 상승하고 그 중간인 20~299인 사업체의 고용비중도 5%p 상승했다면 LP1,044만원 증가한다.

이처럼 시·도 단위에서도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노동생산성이 높다면 큰 사업체가 많을수록 임금수준이 높고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도 적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수도권 집중이 지속되는 것은 결국 비수도권에 생산성이 높고 규모가 큰 사업체가 적은 것이 중요한 이유일 수 있다는 것을 <4>회귀분석 결과가 시사한다.

·도 단위에서도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노동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책적 시사점

사업체 규모는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 예를 들어 산업의 기술적 특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큰 자본투자와 기술투자가 필요한 제조업, 건설업, 정보통신업 등에서는 사업체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반대로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에서는 사업체 규모가 작을 수 있다.

경영자의 경영능력도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대규모 조직을 운영할 능력을 갖춘 경영자가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경제 전체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 외에 지역특성도 사업체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상품에 대한 수요도 크고 노동공급도 많아 대규모 사업체를 유지할 수 있지만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대규모 사업체를 유지하기 어렵다.

정보통신기술 발전도 사업체 규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oase(1937)가 주목한 바와 같이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여러 주체들 간의 거래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이 같이 거래비용이 높을 때는 기업들이 생산활동을 기업 내부에서 위계적(hierarchical)관계를 통해 수행하는 것이 유리한데, 이 경우 기업규모는 커지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정보통신기술 발달은 거래비용을 낮춰 생산활동의 외주화를 촉진할 수 있고 기업규모의 축소를 유도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로봇 등 자동화 기기의 도입도 종사자 수 기준의 기업규모를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정부가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정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많다. 중소기업에 대해 여러 가지 지원이 제공되는 반면 대기업에 대해 여러 가지 규제가 부과된다면, 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유인이 적어 규모를 키우지 않고 중소기업으로 남으려 한다.

기업 규모화(scale-up) 저해 정책요인 파악하고, 개선노력 필요

또한 중소기업 중에서도 생산성 낮은 기업이 도태돼야 생산성 높은 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Haltiwanger et al., 2013), 과도한 정책지원은 이러한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

한편, 대규모 사업체에 서는 노동조합의 결성이 쉬울 수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기업은 고용규모를 키우는 대신 핵심적이지 않은 사업을 하청기업에 외주화(outsourcing)를 시도한다. 이 경우 적대적이고 전투적인 노사관계는 기업규모의 확대를 막는 요인이 된다.

사업체 규모가 커야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정부는 기업의 규모화(scale-up)가 원활히 진행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무수히 많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중소벤처기업부, 2023), 이들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혹시 기업의 규모화를 저해하고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의 정책과 대기업 경제력 집중 관련 정책도 이런 측면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가능한 범위에서 이러한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은 사회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도한 입시경쟁을 줄이고 사회적 이동성을 제고하며,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을 높이고, 비수도권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개별 정책분야 각각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 문제 전반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규모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정책당국과 국민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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