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일 "진정 의사지망자 중심 의사선발방식 바꿔 제도구축해야"
안기현 "의대 아닌 이공계 선택해도 불리하지 않다"는 사회적 조건 만들어야
김인환 "특정학문 이외에도 사회 전체 아우르는 종합적 검토 필요"

▲의대정원 확대와 더불어 이공계 의대로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교육부 정책마련이 동시에 발표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의대정원 확대와 더불어 이공계 의대로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교육부 정책마련이 동시에 발표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획시리즈 - 의대증원, 해법을 모색한다 ①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 전국 대학 의대정원은 3,058명이다. 수능 응시생 중에서 상위 1%이내 인재들이 진학한다. 6일 복지부장관이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계획에 따라 2025년에는 2,000명이 늘어난 5,058명을 뽑는다. 이로써 합격권은 상위 1.6~1.7%이내로 확대될 조짐이다.

의대 합격권인데도 반도체 등 첨단학과로 진학한 소신파수험생들도 최근들어 생겨났다. 그러나 아직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미비하다. '의과대학'은 최상 서울대부터 마지막 의과대학까지 다 채우고 나서 이공계 지원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사회에 있어서 '의과대학'은 최상위 인재들을 빨아들리는 '블랙홀'처럼 돼 있다.

필수의료 취약지역과 인구고령화로 의료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의대정원을 확대해야만 하는 당위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앞에서도 제기했듯이 '의과대학'의 인재 싹쓸이는 필수의료 취약지역과 인구고령화로 의료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을 만회해야 하는 시급함만큼, 한국사회의 미래먹거리와 지속가능 국가경영을 위해서는 첨단디지털산업의 선도적 위치확보 또한 촌각을 다툰다.       


의대 정원확대, '지역의료인력 확충' '이공계 인재이탈방지'와 당면과제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U’s Line(유스라인)과 통화에서 정원을 늘린다고 바로 의사가 늘지 않는다. 2025학년도에 정원을 늘리면 6년 교육을 받은 뒤 2031년초 의사면허를 취득하게 된다. 2035년 수급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2031~20355년동안 15000명의 의사가 더 배출돼야 한다. 따라서 2025~2029년 정원확대의 가장 중요한 핵심기간이라고 밝혔다. 고위 관계자는 "5년간 15000명을 확보하려면 첫 해에 1000명 정도 늘려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숙의 끝에 2000명으로 잡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대적인 의사인력배출에 당연히 의대정원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의사인력이 사회 필요에 따라 늘어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지만 서로들 의대에 도전하겠다는 이과 전체의 '의대광풍'은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가 당면과제가 됐다. 의대가 중요하다면 이공계 다른 전공들도 사회니즈는 같은데 말이다.  

▲필수위료 취약지역은 대부분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는 지역인구감소로 인한 시장성 저하로 기인한다.(그래픽 : 한겨례신문) 비수도권지역 필수의료 취약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필수위료 취약지역은 대부분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는 지역인구감소로 인한 시장성 저하로 기인한다.(그래픽 : 한겨례신문) 비수도권지역 필수의료 취약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적성 고려하지 않는 '묻지마 의대선호' 범람 우려, 경쟁력하락 이어져  

수험생들이 적성을 떠나 '묻지마 이과선호' 경향도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정시모집에서 합격한 SKY대 합격자중 29.5%(1343)가 등록을 포기했다. 연세대의 경우 자연계열 수험생 중 47.5%가 등록을 포기했다. 반도체·컴퓨터 관련학과의 경우 최초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늘어난 의대정원 수치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SKY대학)·KAIST 등 자연계열 합격생 78.5%가 의대로 진학할 수 있는 수치라 성적상 피치 못하게 이공계를 선택했던 수험생들은 당연히 의대진학을 겨낭하는 수험목표를 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의대정원 확대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벼랑끝 위기에 몰린 지역 필수의료시스템 완비를 위해서는 의사배출 확충, 곧 의대정원 확대는 필수불가결하다. 의대정원 확대가 중차대한 의미와 함께 인재들의 이공계 회피, 이공계 다수 중도탈락 등 이공계 생태계 위협을 방치한다면 필수의료시스템 붕괴 이상의 국가적 난국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국가적으로나 대학의 학문적 목표로나 균형을 잃은 과다 인재양성은 사회적 혼란과 골칫덩어리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1만5000여명의 자연계열 우수학생이 평소 선호하는 이공계 진학을 결정해도 주어지는 사회적인 조건과 보장되는 미래여건이 의사직업 보다 결코 불리하지 않는 국가적이고, 종합적인 이공계 인재양성 계획수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증원되는 2,000명 규모는 의약학계열을 제외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 전체 선발인원 4882명의 41%에 해당한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한국에너지공과대(켄텍)와 같은 이공계 특수대학 정원내 모집인원인 1600명을 넘는 규모이기도 하다.

의과대학 합격범위가 확대되면 합격선 하락도 동반된다. 의약학계열 내에서도 진로변경 가능성도 높다. 치과대학, 한의대학에서 의대로, 약학대학에서 의대로 진로가 변경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치과대학, 한의대학, 약대 합격선이 하락하고 오롯이 의과대학에 진학하려는 치··(齒··藥) 전공자들의 중도탈락 증가도 우려된다.

교육부, 의대정원 확대는 '필수', 이공계 인재유치 유지 전략은 '선택'? 

보건복지부의 의대정원 규모확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안 교육부는 의대정원 증원으로 씽크홀처럼 생겨날 이공계 빈 자리에 대한 대책을 교육부도 같은 날 발표했어야 하지 않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부족의사 충원해야  하는기간이 5년이다.  
▲부족의사 충원해야  하는기간이 5년이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 국정이슈 보고서에서 의대집중은 특정분야에 인재가 집중돼 국가 인적자원 개발 및 국가경쟁력 제고에 역효과를 부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공계 또는 자연계에 진학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대학 졸업 후에 소득 수준을 의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높여서 의과대학 쏠림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의대 쏠림 완화, '이공계 인재유출 완화'를 위해서는 이공계로 진입했을 때 보장되는 심리적, 재정적 보상을 늘리는 확실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학계에 따르면 서울 최상위권 대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외국 박사후연구원(포닥) 과정을 거친 후 대기업 반도체부서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더라도 연봉 세후 1억 이상 수입은 어렵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에서는 의사수입은 2020년 기준으로 연평균 23천여만원으로 갭이 매우 크다.

아울러 평생 라이센스가 나오는 의·약학계열과는 달리 끊임없이 기술을 공부해야 하고, 은퇴후에 전공을 살린 재취업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이공계 및 타 학과 진학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된다. 

이준수 대기업 반도체 연구원"시스템상에 들어와서 일하다가 나갈 때가 되면 개인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장치산업과 기간산업은 전공을 살려서 개인 사업을 하기 어렵다. 대부분 50대 초반에 은퇴하는데 자신의 노후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엔지니어들이 은퇴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다. 인재를 양성한다든지 국가가 필요한 곳에서 일을 한다든지 기회를 국가차원에서 다양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내신 3등급 시대?"...직업에 맞는 사람 선발교육 시급

최세휴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회장(경북대 공과대학장)정부에서 반도체 전문 인력육성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만 우수 고급인력들은 오히려 의대 쪽으로 몰리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이 확대돼 조만간 서울대 공대는 내신 3등급도 들어갈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지금 같은 체제로는 이공계 이탈문제는 아무리 지역인재전형을 하더라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 선발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의사가 되는데 어느 정도 지적능력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공부 잘 하는 사람만이 의사가 될 필요는 없다. 직업에 맞는 사람을 선발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사회는 의대 정원확대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나 불거질 '이공계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초과학을 연구하기 위해 학교에 남거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선택하는 경우와 기업에 취직한 경우, 연봉의 절반 수준밖에 받지 못한다""얼마 남지 않을 기초과학도들의 처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환 U's Line부설 미래교육정책연구소장은 "이공계 지원 보다 의대 선택은 수 년을 앞두고 '장기적'인 계획에서 출발하는 경향이 강하다. 2025년부터 2000명이 확대충원돼 2029년까지 집중적으로 확대된다면 올해 중학교 1학년 학생들부터 직업관 교육을 체계적 진행이 중요하다. 자기주도적 적성발견에 초첨을 맞춘 교육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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