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 기획특집]교육부 고등교육정책에 대해 告한다 <1>
대학, 사회에서 어떤 역할존재인가가 중요...무방비 규제완화 '학교기능 흔들'
대학회생 능력 미달에 '규제완화'로 책임회피 짙어...대학회생 골든타임 10년도 채 안 남아

정책 대신 무개념 '규제완화' 일관...학교기능 약화, 법인수익용 기구전락

[U's Line 유스라인 기획특집팀] 윤석열 정부 들어 자율, 규제완화 명목의 시행령이 대거 개정되고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책임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윤 정부는 오히려 정부책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직진하고 있다. 시장주의자인 이주호 교육부장관의 이러한 자율과 경쟁의 미명아래 행해지는 무분별 규제완화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만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 정부의 자율, 규제완화 정책은 책임감 있게 리드해나가야 할 정부의 역할을 자율,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회피하거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해 나갈 정책입안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실토에 다름 아니다.

한국 고등교육 정책에 있어 2022년은 마치 ‘바겐 세일’같은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는 2022년 7월 ‘12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과제중 하나로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구축’을 하겠다는 추상적 계획을 밝혔다. 계획은 구체적일수록 도달확률이 높아지는데도 추상적인 목표를 잡아야 책임추궁도 추상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학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를 뭐 이리도 복잡다난하게 표현했는지 모를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완화를 도깨비방망이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지속적인 규제완화 일변도로 고등교육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완화를 도깨비방망이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지속적인 규제완화 일변도로 고등교육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윤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 발표에 이어 9월 ‘대학규제개선협의회’를 구성하고, 대대적인 규제완화 메시지를 던졌다. 12월에는 운영중인 대학에 적용하는 교지, 교사, 교원 및 수익용기본재산 요건을 대폭 완화는 내용의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2023년 6월 5일에는 국무회의에서 ‘사립학교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교육용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기준과 범위를 완화가 주요골자다.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은 2023년 9월 12일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9월 19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더해 국무조정실은 지방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도로 대학재산 처분(용도변경·활용 포함) 사전허가제를 사후보고제로 전환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시뮬레이션 없는 윤석열-이주호 체제 고등교육 정책   

윤 정부에서는 대학 규제완화 정책이 한국의 고등교육에 맞닥뜨린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나 되는 듯이 도처에서 동원되고 있다. 윤 정부에서 추진된 규제완화 정책의 상당 부분은 사립대학 재산운영 및 처분과 관련돼 있다. 윤 정부는 학생수감소로 인한 사립대학 재정부족 문제를 해소하고자 재산 활용을 높여 재정자립을 촉진해주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학령인구감소로 학생수가 줄고, 온라인수업 확대와 4차 산업혁명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대학이 갖춰야 하는 기본재산에 대해 논의할 필요는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교육여건의 어떤 부분을 조정하고, 어떤 부분을 추가할 것인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종합적인 검토가 아닌, 기존 규정을 완화하거나 없애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규정은 ‘불합리한 규제’로 몰아부쳐 그동안 악법으로 군림해오던 규정을 완화해 주면 대학은 자생력과 경쟁력이 생겨날 것이라는 논조로 정책입안을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주호 장관이 MB정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맡아 시행한 정책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보면 현재 시행되는 정책에 우려를 피할 수 없다.

2009년에 이주호 장관이 실시한 ‘자유전공학부’는 불과 몇 년 못 가서 대부분 대학이 폐지했다. 15년이 흐른 현재 이 장관은 20~25% 무전공 의무입학을 인센티브를 걸고 추진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바뀌지 않은 환경에서 똑같은 정책을 쓰겠다고 우겨대는 교육부장관의 행동은 참으로 교육적이지 않다. 특히, 규제완화가 법률 위임에 따라 제정된 ‘사립학교법 시행령’, ‘대학설립·운영규정’ 등 대통령령과 각종 규정 및 지침 개정을 통해 추진되면서 국회 논의과정이 모두 생략되고 있다.

규제완화 내용은 <그래픽 대학설립운영 4대요건 완화>과 같다. 윤 정부가 개정해주는 규제완화 시행령이면 위기를 맞은 한국의 대학에게 도움이 될 것이냐를 따져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난해 9월 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2022년 12월 발표 ‘대학규제개혁방안’ 중의 하나인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은 대학에 적용하는 교지, 교사, 교원 및 수익용기본재산 요건을 대폭 완화는 내용이 들었다.

교지·교사확보율 기준 완화로 대학이 갖춰야 할 교지·교사의 기준이 낮아졌다. 지금 기준대로 해도 정원이 크게 줄어들면 유휴교육용재산이 발생할텐데 기준마저 낮춰 유휴교육용재산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정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휴교육용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해 재정조달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교육에 직접 쓰여지지 않는 유휴교육용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도록 하고, 용도변경할 때 시가 상당액을 교비회계에 보전해야 했던 기존 방침도 없앴다.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 기준 폐지, 수익용기본재산 용도변경도 고삐 풀어 

교육부의 방침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와 운영에 대한 규정은 강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 기준마저 폐지했다. 수익용기본재산에 관한 기준을 폐지한 상태에서 수익용기본재산으로의 용도변경만 용이하게 해준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사학법인의 재산만 불려주는 셈이 된다.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 기준폐지는 그동안 사학법인들이 줄곧 요구했던 입장이다.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의무에서 벗어난 사학법인은 기부금 등 비정기적인 수입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며 오히려 법인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대학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뿐만 아니라 토지 등 저수익성 재산을 고수익성 재산으로 유도하는 정책도 의미를 잃게 된다.

학교간 유휴교육용기본재산을 주고 받을 때에도 교비회계 보전이 예외돼 일례로 2021년 동서학원 산하 동서대와 경남정보대학이 교육용 토지와 건물을 주고 받았다. 경남정보대학 재산가액이 더 비싸서 동서대 측에서 경남정보대학으로 차액만큼 보전했는데 앞으로는 유휴시설이라면 차액 보전없이 주고 받을 수 있다.

윤 정부의 규제완화방안이 ‘지방대학의 재정자립을 촉진’하고, ‘고등교육 생태계에 활력 제고’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정부의 규제방안이 종합적이지 못 하다는 지적은 지방대학 위기의 주요원인은 지역 인구감소에서 파생한다. 학생수감소로 늘어나는 유휴교육용시설을 수익용으로 전환해봐야 지역에서 수익이 창출될 만큼 활용성이 높아질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폐교된 대학 재산처리가 늦어지는 핵심적인 이유가 지역에서 대학 부지의 활용가능방안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재정부족을 호소하는 지방대학이 수익화를 목적으로 교비 등을 투자했다가 손해만 입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학 폐교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 될 우려가 크다.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용도변경하지 않더라도 수익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내용에는 학교법인이 적정비용을 부담한다면 교지에 수익용 기본재산 건물을 설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복합 운용’도 가능해져 명확한 구획구분이 가능하다면 건물 일부는 교육용, 일부는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운용하는 것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 경우 재원은 법인회계뿐만 아니라, 교비회계에서도 일부 투자가 가능하도록 해 대학존립을 위해서 강의실까지도 팔 수 있다는 논리다.

교비회계 다른 회계 전출-대여 무방비...법인 요구하던 사항 모두 풀어  

겸임교원 확대는 대학에서 비용절감만을 고려해 전임교원 충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우려가 매우 크다. 신분이 불안정한 비전임교원이 확대되고, 결국 교원과 학생 모두에게 교육‧연구 여건이 퇴보하는 결과가 초래될 위험은 더욱 커진다. 건강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듯이, 대학은 존립이 목적이 아니고, 그 대학에서 무엇을 하냐가 중요하다. 윤 정부에서 취해지는 규제완화 정책은 대학을 존립시키려는데만 혈안이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지내 수익용기본재산 설치 허용은 대학 내 상업화를 확대할 우려가 있으며 등록금을 지불하는 학생을 비롯해 대학구성원이 법인 수익사업의 주 대상이 됨으로써 이중으로 교육비를 부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교지 내 수익용기본재산 건물이 설치되는 것도 문제지만 설치되는 건물이 수익용인지 교육용인지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도 문제다. 건물의 일부는 교육용으로, 일부는 수익용으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으며, 건물은 수익용기본재산이므로 재원은 법인회계에 속하는 수입·재산에서 마련하되 일부를 교육용으로 활용하는 경우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재산에서도 일부 투자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이렇게 되면 교육 및 연구활동을 위한 교비회계와 그 외 회계 지출간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은 다른 회계로 전출·대여하거나 목적 외로 부정하게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법률조항도 무력화되기 쉽다. 이외에 학과·정원의 증원·증설기준 완화, 첨단분야 증원·증과 기준 완화는 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사립대학 70% 가량이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법정 기준에 미달하고, 수익률이 저조하며, 학교운영경비로 부담하지 않는 경우마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익용기본재산 요건을 완화하는 윤 정부 정책은 학교법인의 책무를 더욱 낮추게 하는 효과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9월 19일 시행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에 따라 수익용기본재산 확보기준이 ‘학교회계 운영수익총액’에서 ‘운영수익총액 중 등록금·수강료 수입액’으로 줄었다.

개정 된 수익용기본재산 기준적용, 수익용기본재산 15% 감소 

2023년 수익용 기본재산 기준 보유액을 추계해보면 <표-2>와 같다. 개정 전 기준대로라면 14조4,472억 원 상당을 보유해야 하지만(추계1), 개정 후 규정을 적용하면 12조 4,228억 원(추계2)으로, 기존 대비 86.0%로 감소한다. 여기에 수익용기본재산을 확보하지 않았더라도 ‘연간 등록금·수강료 수입액의 2.8% 이상’을 대학에 지원하면 충족한 것으로 인정할 경우 상당수 학교법인은 별도의 노력없이 수익용기본재산 법정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한국 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수익률이 저조한 이유는 재산구성에서 드러난다. 기본재산은 토지, 건물, 유가증권, 신탁예금, 기타재산으로 구분하는데, 사립대학 수익용기본재산 중 3분의2(59.9%) 가량이 토지다. 토지는 매매나 임대가 아니고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실제로 2022년 토지 평가액은 8조 6,185억 원인데,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은 619억 원으로 0.7%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다른 재산의 수익률은 건물 10.0%, 유가증권 3.3%, 기타재산 20.3%로 토지와 비교해 상당히 높다. 토지 수익률은 저금리 영향으로 수익률이 낮았던 신탁예금 수익률(1.1%)에도 못 미친다.

한편, 대학이 교육 목적으로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재산세 등을 면제한다. 하지만 △교육용으로 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수익사업에 사용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3년이 경과할 때까지 교육 용도로 직접 사용하지 않거나, △교육용도로 직접 사용한 기간이 2년 미만인 상태에서 매각·증여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면제된 취득세를 추징한다. 또한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부과해 왔다. 교육용으로 취득한 토지와 건물은 당초 목적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비회계에서 재산세, 취득세 등의 세금이 부당하게 지출되는 것을 막고, ‘부동산 투기 목적’이라는 의혹도 씻을 수 있다.

 

교육용기본재산 미사용 교비회계 재산세 납부...경희-고려대 등 14개 대학

하지만 교육부 감사결과를 살펴보면, 교육용 재산을 사용하지 않아 재산세 등을 부과한 사례는 다수다. 가장 많은 교육용 토지를 보유한 ▲경희대는 2014년에 경기도 연천군에 토지 45만㎡를 매입하고도 용도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이 토지를 포함해 교육목적으로 활용하지 않은 토지와 건물에 대해 2017~2019년 기간에 교비회계에서 재산세를 4,936만 원 납부했다. ▲고려대도 부동산 8건을 용도대로 활용하지 않아 교비회계에서 재산세 2억4,408만원을 납부했다. 연세대는 1996년에 매입한 경기도 하남시 소재 임야 등 교육용 토지와 건물을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아 2016~2018년에만 재산세를 4,706만 원 납부했다(법인회계에서 납부).

▲이화여대는 캠퍼스 설립 목적으로 1987년에 매입한 천안시 토지를 30년이 넘는 현재까지도 방치하고 있다. 2015년 교육부감사에서 이로 인해 재산세 1억 2,092만 원을 납부한 사실이 밝혀졌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신분상 조치와 함께 ‘교육용으로 활용하거나, 활용이 불가능할 경우 매각해 교비회계에 세입’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2023년 9월 말 현재 감사 조치사항 이행여부를 살펴본 결과,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등 대부분이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립대학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미사용 재산을 지속 보유하고, 교비로 재산세 등을 납부하고 있는 상황은 합리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의혹’이라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왔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사립대학 재정자립을 위한 자산 규제완화 정책의 성과를 기대했다면 정책추진에 앞서 현재 사립대학의 미사용 재산이 어느 정도이며, 이로 인한 교비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이런 상황에서 교육용 자산을 활용한 수익화 방안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 등에 대한 사전조사가 전제됐어야 했다. 이에 대한 사전조사 없이 교육용을 수익용으로 전환함으로써 사립대학 재정자립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교육부 책임을 학교의 무능력이나 노력부족으로 둔갑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기획특집 참여기자

박동출 선임기자 / 이경희 기자(교육부 1) / 문유숙 기자(대학출입) / 정다연 기자(교육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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