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곳중 3곳 적자"라는 주장에 감춰진 진실
등록금인상-누적적립금 증가로 이어지는 대학의 '흑자'는 정말 바람직한가

KEDI 연구보고서, 4년제 대학 4곳 중 3적자

대학의 한 해 회계년도가 마무리 져지는 2월만 되면 주요언론 중 몇몇은 "4년제 대학 00곳중 00곳이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등록금 동결 및 인하정책이 결산에 반영된 2012년 이후 적자대학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매년 같은 포맷의 보도를 한다.  

이는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사립대학 재정운용 실태분석연구보고서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교육개발원은 이 연구보고서에서 사립대학 수입 및 지출구조를 분석, 코로나 19로 인한 외국인 유학생 감소 등으로 재정난에 직면한 사립대학 재정운용 실태를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그 취지로 연구보고서는 사립대학 운영계산서를 통해 사립대학 운영수지 운영수지(운영수지 = 운영수익총계-운영비용합계(운영비용합계=비용총계-기본금대체액-당기운영차액) 변화 및 결손규모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297개였던 운영수지 흑자대학은 201552개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2018년 기준 36개로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운영수지 적자 대학의 경우 201244개에서 201589, 2018105개로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문보은 외,사립대학 재정운용 실태분석 : 재정여건 및 지출변화를 중심으로, 한국교육개발원, 2020, 194).

적자란 일반적으로 지출이 수입을 초과한 상태를 말한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에 비춰보면 계속되는 적자는 곧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립대학 4곳 중 3곳이 적자운영을 했다는 분석은 사회적으로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적자대학이란?

연구보고서가 말하는 소위 적자대학이란, 수입(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 전입 및 기부수입, 교육부대수입, 교육외수입)으로 지출(보수, 관리운영비, 연구학생경비, 교육외비용, 전출금)을 전액 부담하지 못한 대학을 말한다.

연구보고서가 주장한대로 실제로 적자대학은 증가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 교육개발원 분석방식에 맞춰 일반대학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2012흑자대학은 102, ‘적자대학은 45, 2018흑자대학은 41, ‘적자대학은 107교로 나왔다. 분석대상 대학 수의 차이로 숫자는 약간 다르지만 동일한 경향이다.

이른바 적자대학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 추진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적자현황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2012흑자였다가 2018적자로 돌아선 67개 일반대학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그 결과, 이들 대학의 수입총액은 3% 증가한 반면 운영비용은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장학금으로 정부지원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총액이 3%밖에 늘어나지 않은 것은 등록금수입, 전입금, 기부금수입이 모두 줄었기 때문이다. 운영비용이 15% 증가한 것은 국가장학금에 따른 장학금지출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보수, 관리운영비 지출이 모두 늘었기 때문이다.

임금 및 물가인상에 따른 자연증가분만 감안해도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수입의 증가가 지출의 증가를 쫓아가지 못했으므로 교육개발원은 적자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대학이 주요 수입원으로 지출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적자와 흑자의 두 얼굴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통상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적자가 발생하면 외부에서 돈을 끌어다 이를 메꾼다. 그렇다면 사립대학들은 적자를 어떻게 메꿨을까. 빚이 급증한 것도 아니다. 상당수 대학이 그간 쌓아둔 적립금을 활용했다. 2018적자대학 107교 중 72(67%)는 쌓아둔 적립금에서 꺼내 쓴 돈적립한 돈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대학수 차이로 교육개발원에서 말한 '적자'대학수(105)와 다소 차이가 있음).

이는 등록금이 동결되기 이전에는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천정부지로 등록금을 올리고 뻥튀기 예산편성으로 남은 돈을 적립하는 것은 사립대학 재정운영의 관행으로 굳어있었다. 학생들은 과다한 이월적립금 축적을 비판했고 제발 학생들을 위해 그 돈을 쓰라고 요구해왔다. 이제 대학들이 그 돈을 꺼내 쓰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아래 <>를 보면, 2012년 이후 4년제 사립대학의 누적적립금과 이월금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2년 대비 2018년 누적적립금은 2.7%(2,156억 원), 이월금은 43.7%(4935억 원)가 줄었다. 등록금수입 감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긴 변화라 해도 어찌됐든 과도하게 이월적립금을 쌓아오던 사학들의 행태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2012년~2018년 4년제 대학 누적적립금 및 이월금 현황
2012년~2018년 4년제 대학 누적적립금 및 이월금 현황

그런데 교육개발원도 밝혔듯이 적자가 시작된 2016년 이전까지 사립대학은 흑자였다. ‘흑자적자의 반대 개념으로 수입(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 전입 및 기부수입, 교육부대수입, 교육외수입)이 지출(보수, 관리운영비, 연구학생경비, 교육외비용, 전출금)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교육 및 연구활동을 하는 대학이 적자라는 사실은 분명 심각한 문제지만, 반대로 예산이 남아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도 문제다. 교육 및 연구활동에 추가 지출할 여력이 있음에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흑자대학은 남은 돈을 적립금 축적이나 건물 또는 시설물 신·증축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8년 결산 흑자대학 1위인 가톨릭대의 누적적립금 증가액은 증가액이 높은 순위로 전국대학 2(221억 원), ‘흑자대학 2위인 홍익대는 1(230억 원). 사립대학이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대학은 200억 원이 넘는 적립금을 축적한 것이다.

201831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고려대는 642억 원을 자산적 지출(토지, 건물, 구축물, 건설가계정)에 투자함으로써 자산적 지출 전국대학 1위를 기록했으며, ‘흑자대학 4위를 기록한 세종대는 357억 원의 자산적 지출로 전국대학 자산적 지출 3위를 기록했다.

돈이 남았다면 추경예산을 편성해서라도 교육 및 연구여건 개선을 위해 더 투자할 일이다. 이처럼 비용을 줄이고 수입을 늘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적자’, ‘흑자논리를 대학에 적용할 경우 적립금을 과다축적하고 무리하게 자산을 확대하는 대학을 재정운영을 잘 하는 대학으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사립대학 재정운용 개선과제의 전체 대학 요구도 결과 
▲사립대학 재정운용 개선과제의 전체 대학 요구도 결과 

합리적인 예산편성과 정부 지원 확대로 사립대 재정난 극복해야

현재 적자를 보고 있는 대학이 적립금을 인출해 사용하더라도 규모가 한정된 만큼 그 한계는 뚜렷하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 적립금 규모도 크지 않은 지방 사립대학이나 전문대학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다.

따라서 고등교육재정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간 대학구성원과 대학교육연구소는 사립대학의 질을 높이고 학생학부모의 학비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대학의 합리적인 예산편성과 정부의 대학재정지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전자와 관련해서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문제가 앞서 언급한 과도한 이월적립금 축적이다. 그러나 이월적립금만으로 대학재정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재정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교육개발원은 이번 연구보고서에서 사립대학 재정운영 개선방안의 최우선적 과제로 등록금 인상 제한 조치 개선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그나마 국가장학금과 정부의 등록금 동결 및 인하정책으로 제어되고 있는 대학등록금 인상 문제를 다시 촉발시킬 수 있는 위험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뿐만아니라 등록금 인상을 허용한다해도 그것이 교육의 질적 발전으로 꼭 이어질 것이란 보장이나 장치도 없다. 오히려 과도한 이월적립금 축적, 자산확대를 위한 과잉지출의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립대학 재정문제는 학생학부모의 학비부담을 낮추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확고히 뿌리내리는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고등교육정책은 국가의 어느 분야보다 덜 중요하지 않다. 남북 분단돼 있어 쓰여지는 천문학적인 국방비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라면, 다가올 미래 또한 우리들에게 어떻게 다가올 지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함은 똑같다. 총칼로 싸우지 않지만 4차산업혁명이라는 국가간 전쟁이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다. 총소리, 대포소리, 전투기소리가 나지 않을 뿐이다.  정부의 압력에서도 20개대 미만의 대학이 등록금인상을 결정했다. 그러나 개별대학 등록금인상도 현재 줄어드는 학령인구감소를 대입하면 머지 않아 쓸모없는 운영정책이 되고 만다.  

아무리 심각한 학령인구감소라도 살아남는 대학 

현,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정책 방향,  대학의 80% 가깝게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오너들 교육관, 부모가 가진 물욕적 관점의 교육지향, 빠르게 훼손되는 인간중심적 가치 등을 종합해 보면 한국의 대학은 흑자일 때만 존재할 가치가 있는 곳이 되고만다. 최근 수도권 S대학이  대교협 기관평가인증에서 유일하게 불인증을 받아 재평가에 들어갔다. S대학의 불인증사유는 '막대한 적립금 이월'로 지목됐다. 과다하게 예산을 편성해 적립금이 이월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아예 만들어 놓는다. 이 S대학은 몇 천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학교수업 부실 등으로 학생들이 등록금반환소송을 해 승소한 이력이 있기도 한 물욕적 대학이다. 이 정도면 교육보다 물욕이 앞선 가치라고 판단하는대학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고 본다. 

이 S대학은 분명 흑자대학이다. 재정이 튼실한 대학이기 때문에 학령인구감소에도 문닫지 않고 많은 수험생,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대학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까. 이 S대학이 흑자여서, 적립금이 많은 대학이여서 다른 대학과 무엇이 다른가 봤더니 형편없는 수업의 질로 학생들 등록금반환소송에서 져 등록금 일부를 반환해주는 대학이라는 것이 널리 퍼질수록 이 대학은 흑자도산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대학이 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적자대학'이 그립다.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냐고 늘 빠듯한 재정으로 운영되는 대학, 그러나 배출되는 학생들만큼은 나라의 동량으로 인정돼 서로들 데려가려가지 못해 발을 구르는 그런 대학, 학생들의 사회공동체적 가치관이 뚜렷해 지나친 개인주의, 이로인한 시장주의 확대가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담보하는 정책이라고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양성하는 사회적 가치의 대학이 한국사회에서 그립다.

이 대학이 혹여 '물질적 적자로 운영이 힘들어진다면 한 국가에서 고등교육정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아는 많은 시민들은 결코 그 대학을 적자로 사라지게 방치하지 않으리라 본다. 심각한 학령인구감소 상황에서 대학을 지켜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수치적 취업률이 높은 대학이 아니라, 조직에서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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