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정책 발표 후엔 늘 ‘거센 반발’ 꼬리표..."상황분석 없는 독선적 퍼포먼스" 지적
대학가 "4월 총선, 고등교육정책으로 여당 평가하겠다" 별러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서 교육부가 추진하는 무전공 모집에 대한 전국 인문대학장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속도조절 밝히면서도 추진 다시 한 번 기정사실화

[U's Line 유스라인 이경희 기자] 올해 고3 학생이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대학 무전공 입학을 확대하겠 다는 교육부가 추진관련 구체적인 방침은 올해 하반기에 결정하겠다고 일단 속도조절을 밝히면서도 추진은 다시 한 번 기정사실화하는 양수겸장 의중을 비쳤다. 교육부는 일보 후퇴이지 포기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말 이해가지 않는 일은 MB정부 이주호 교과부장관이 자유전공학부제를 실시했다가 부작용과 실패로 끝난 장본인인데 10여년이 흘러 똑같은 내용을 제시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인간은 학습효과를 통해 반성하고 발전한다. 이번 별안간 튀어나온 '무전공 의무입학'도 이주호 장관의 독단적인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10여년 전 실패를 씻겠다는 '리벤지(복수) 정책'일 수 있다.     

지난 24일 전국국·공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와 전국사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가 교육부의 무전공 입학생 확대방침은 기초학문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을 밝히며 대학현장에서 첫 선전포고가 터졌다.

학생 입장에서는 주도적 전공선택이 가능하고, 대학은 시대나 기술변화에 맞는 새로운 전공 도입이나 융합학문 전공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어필됐다.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첨단분야에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지만 한국 대학의 경직된 학사구조에서는 융합형 인재양성이 쉽지 않아 뒤쳐진 대학, 국가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무전공 취지 공감하나 현실적 난제로 '대혼란'

미래 인재양성이 거론될 때면 대다수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대한 충분한 탐색 기회나 시간도 없이 고교내신등급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에 맞춰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는 영혼 없는 대학진학은 반드시 문제로 제기돼 왔다. 무전공 입학으로 주도적 전공선택, ‘영혼없는 대학진학을 취사한다는 교육부의 취지를 알지만 이를 추진하려면 현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부작용 예상을 하지 못한다면 하지 않는만도 못한 일이 되곤 한다.

대학들도 무전공 선발확대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 서울대는 교육부 방침이 공개되기 전 지난해 유홍림 총장이 취임하면서 이미 중장기 발전계획에 입학 정원의 30%까지 무전공 선발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서울대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고 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단국대 등도 무전공 입학에 대비해 학사운영을 고민하던 차였다.

일선 대학현장의 인문대학장들이 지적한 기초학문 붕괴우려는 좁은 취업문을 상대적으로 뚫기 용이한 전공에 학생들이 과도하게 쏠리면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위기가 더욱 깊어진다는 실제 목격에서 출발한다. 전국 대학 인문대학장들은 이날 "대책 없는 무전공 도입은 기초학문의 붕괴를 가속할 것"이라며 "학생들은 적성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기보다 결국 시류에 따라 소수 인기학과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학의 현실이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게 할 경우 취업에 유리한 학과 등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몰려드는 학생을 감당하려면 학과에서 교수 등 교육 인프라가 준비돼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학사구조에서 갑자기 특정 학과의 교수진을 늘리거나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이미 계열·단과대 등 광역 단위 선발을 하는 곳은 많지만 무전공 선발은 서울대, KAIST 등에서만 실행해왔다.

몇 백명 인기학과 지도할 교수확보 '사실상 불가능'

예를들어 서울 주요대학이 매년 300여 명을 무전공 선발하고 입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할 경우 상당수가 AI나 반도체관련 학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정원이 50명인 학과에 극단적인 경우 정원의 23배나 되는 학생이 몰릴 가능성도 열려 있다. 반면, 학과별 정원제한을 둘 경우 원하는 세부전공으로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도 예견된다.

실제 무전공 선발은 2009학년도 대입에서 '자유전공학부'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가 사실상 실패했다. 막상 자유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컴퓨터공학과나 경영학과 같이 취업에 유리한 전공으로 쏠리는 취업 인기학과 인기몰이 문제점이 나타나 2010년대 중반 이후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점차 모집이 중단됐다. 대폭 늘어날 자유전공 신입생을 관리할 시스템 부족을 반면교사할 대목이다.

우려는 기초학문 붕괴만이 아니다. 당장 무전공 입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과의 인기학과 컴퓨터공학, 문과의 경영·경제학과 교수충원이 쉽지 않다. 몇 백명 정원이 될 인기학과는 14년째 동결된 20년차 교원임금이 대기업 과장급 수준 으론 만만치 않은데다가 무전공입학 대상 수도권대학 51개대, 국립대학에서 동시에 충원에 나선다면 인기학과 교수모셔오기는 전쟁을 방불케 할 것이 자명하다.

▲2009년에 신설된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했다가 학교 학부폐지가 발표되자 학생들은 폐지반대 시위를 벌이며 반발했다. 예상못한 부작용으로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던 대부분 대학들이 4년만에 폐지에 들어갔다. 자유전공학부에 반대하는 한국외대 학생들의 시위. 
▲2009년에 신설된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했다가 학교 학부폐지가 발표되자 학생들은 폐지반대 시위를 벌이며 반발했다. 예상못한 부작용으로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던 대부분 대학들이 4년만에 폐지에 들어갔다. 자유전공학부에 반대하는 한국외대 학생들의 시위. 

2009년 자유전공학부, 로스쿨 실시 부작용 반면교사

무전공 선발을 각 대학의 자발적 선택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다. 김인환 U’s Line(유스라인) 미래교육정책연구소장은 자유전공학부는 일반 학과·학부보다 심화 교양교육과정, 진로지도, 학생편중을 풀어가려면 훨씬 더 많은 지도편달이 필요하다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도입 당시 많은 대학이 폐지된 법대 정원을 자유전공학부로 운영했는데 서울대 이외에는 주요대학에서 거의 살아남지 못하고 폐지됐다고 권고했다.

또한 2009년에 많은 대학이 자유전공학부를 도입했다가 중단한 사례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당시에도 각 대학에서는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인기학과 쏠림현상이 과도하게 나타났다.
결국 대학교육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기초학문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교한 고등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부작용 예견하지 않고 하는 것은 누구나 한다. 면밀한 의견수렴을 통해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부장관 이주호 호()가 출항 이후 밝힌 대부분 고등교육 정책은 순조롭게 출발한 정책이 없다시피하다.
일단은 시행하고 보는 막가파식 교육행정이 주범이다. 아니면 보여주기식 전람회 행정주의 폐단일 수도 있다.

교육부장관 이주호 호()가 유념해야 할 것은 윤석열 정부체제에서 벌어지는 피곤함에다 교육부 정책의 늘 설왕설래에 대학가에서는 대통령이고, 장관이고 아마추어 갔다 놓으니 늘 시끄럽다. 프로가 와야 해라는 속내가 4월 총선에서 어떻게라도 반영된다는 발언이 주위에서 드글드글하다.

 

                             '무전공 입학' 교원충원 발목잡는 '교수임금 수준' 

                            서울 주요사립대 K대 20년차 교수, 기업체 15년차 과장수준 

.무전공입학 최대걸림돌은 교수임금이다.(그래픽 :동아일보)
.무전공입학 최대걸림돌은 교수임금이다.(그래픽 :동아일보)

무전공 의무입학을 추진하는 대학 입장에서 가장 큰 난제는 교원충원이다. 기존 자유전공학부를 실시를 반면교사해 보면 학생이 인기학과로 몰릴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교수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면과제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그 어려움 중에서도 대학교수들의 연봉으로는 양호한 교원을 모시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언급한다. 컴퓨터공학과 등 첨단학문의 경우 국내 최상위권 수준의 대학조차 교수충원에 애를 먹고 있다. 14년 가까이 동결된 대학등록금으로 교수처우는 열악한 수준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소재 한 상위권 사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인재는 구글, 엔비디아 등에서 한국 돈으로 연봉 3억 원에 스카웃해 가는데 연봉 1억 원 남짓인 대학에 오려는 실력자가 어디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공립·사립대 192곳의 조교수 평균연봉은 6385만 원이다. 이 중에서 국·공립 40개 대학의 평균 연봉은 8171만 원인데 사립 152개 대학의 경우 5943만 원으로 차이가 2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사립대 조교수 연봉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대졸신입사원 평균연봉(5356만 원)보다 조금 많은 정도이다. 서울소재 주요사립대 중 한 곳인 K20년차 K교수는 내 연봉이 세전 1억 원 조금 안 되는데, 기업의 15년차 과장급 사원과 비슷하더라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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