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계, "'카르텔' 확대해석 큰 우(遇)" 범해...학계"한국 R&D, 산유국의 석유"
'국가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주 본부장 후보설 회자에 "주시하겠다"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참여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9월5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회의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제공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참여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9월5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회의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 :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불특정 다수 이권 카르텔로 규정, R&D 과학기술계 예산삭감"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은 뜬금없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이권 카르텔 R&D는 제로베이스에서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는 말을 밑도 끝도 없이 던졌다과학기술계 R&D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지적 정도이겠지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난 그 지적의 실체는 R&D관계자나 그 해당업계에게는 불가항력적인  사건으로 다가왔다. 

당시 정부가 밝힌 R&D예산삭감에 대해 과학기술계 온라인 커뮤니티 김박사넷’, ‘한인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 등에 올라온 글에서 당시 놀란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놈의 카르텔” “카르텔로 연구비가 새고 남용된다면 정확하게 어떤 형태로 자행되고 있다라고 딱 지목해서 처벌하던가 해야지, 막연하게 아무 한테나 카르텔을 뒤집어 씌어 과학기술계 예산을 삭감하는 건 우매하다 못해 대한민국 과학기술계가 앞날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월 19일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안과 R&D 제도혁신 방안을 설명하는 주영창 혁신본부장(왼쪽)과 자연대학장 간담회에는 서울대, 강원대, 고려대, 경북대, 서울시립대, 경상국립대 등 총 6개 대학이 참석했다. 과기정통부는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안과 R&D 제도혁신 방안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연구 현장의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한 현장 소통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번 간담회도 이 같은 일환으로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19일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안과 R&D 제도혁신 방안을 설명하는 주영창 혁신본부장(왼쪽)과 자연대학장 간담회에는 서울대, 강원대, 고려대, 경북대, 서울시립대, 경상국립대 등 총 6개 대학이 참석했다. 과기정통부는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안과 R&D 제도혁신 방안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연구 현장의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한 현장 소통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번 간담회도 이 같은 일환으로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4 정부연구·개발예산안 25개정부출연연 연구원 1200명 감축가능

R&D 과학기술계를 뒤집어 놓은 윤 정부의 계획은 검찰 압수수색처럼 급작스럽게 과학기술 연구·예산조정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 직격타를 맞은 건 '이권 카르텔'과 거리차가 있어보이는 이공계 학부생, 박사과정 대학원 연구원, 국립·사립대 대학교수, 출연연 연구원들이다삭감된 출연연 주요사업비에서 연수직 연구원 1인당 인건비를 적용해 추산한 결과, 2024년도 정부연구·개발 예산안이 계획대로 확정되면 25개 정부 출연연은 연수직 연구원 1200여 명 감축될 수도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특히, 과기계에서는 카르텔 패거리에 속할 수 있는 사람보다 현실적으로 힘없는, 카르텔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예산삭감 피해는 청년층에 가장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K국립대 C교수는 예산삭감 타격의 도미노 구조는 연구비 삭감구조(연구비 삭감학생 인건비 삭감학생들, 진학 대신 취업으로 진로변경연구실 운영 어려움기초과학 연구역량 약화)상 결국 대학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없는 사태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고 제기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이런 영향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해 온다.

 세계최초 메탄발생감소 벼 개발, 보도자료 배포 하루전 70% 삭감   

문제가 커지자 한 발 물러 선 듯한 과기부혁신본부의 모습이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오히려 R&D예산 대폭 삭감파장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R&D예산감축 명분인 연구개발(R&D)이권 카르텔을 계속 과학기술계 전반의 문제로 규정하는 시각은 교정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그동안 연구를 해오던 많은 연구과제들이 쓰레기통 파지로 들어가고, 지금까지 소요된 적지 않은 연구비는 그냥 날린 셈이 됐다.

올해 R&D예산이 46000억원이나 삭감되면서 정부연구기관과 대학연구실에서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주부터 일방적으로 예산을 감축하라는 통보를 시작했다. 훌륭한 연구라고 보도자료까지 낸 연구예산도 70%나 깎였다농촌진흥청은 세계최초로 벼에서 메탄 발생을 줄였다며 청장까지 나서 대대적으로 알리며, 저탄소그린라이스사업에 대해 보도자료까지 배포준비를 했다. 그러나 자료배포 하루 전 관련 연구개발 예산을 70%나 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해당연구원들은 잘못된 연락체계에서 일어난 실수이겠지 했지만 사실이었다

저탄소그린라이스사업 연구과제 책임자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예산 70%가 삭감되면 예산 전체를 다 인건비로 써도 이미 뽑은 대학원생이나 연구원을 유지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는데 만약,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과기부 혁신본부에서 예산삭감을 했다면 전형적인 복지부동 단면"이라고 쏘아 붙였다. 저탄소그린라이스사업 연구과제 계획된 연구기간 5년 중 2년이 지났는데 사실상 연구를 멈추게 됐다. 이런 황당한 일은 정부 연구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농촌진흥청은 그린라이스사업연구과제로 세계 최초로 메탄발생을 크게 줄이는 벼품종을 개발했다는 보도자료를 바포하기 하루 전 예산 70%를 줄이라는 통보가 날라왔다. (사진 : 당시 보도자료)
▲농촌진흥청은 그린라이스사업연구과제로 세계 최초로 메탄발생을 크게 줄이는 벼품종을 개발했다는 보도자료를 바포하기 하루 전 예산 70%를 줄이라는 통보가 날라왔다. (사진 : 당시 보도자료)

P씨 정부연구기관 관계자는 예산을 끊어버린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데이터가 다 그냥 무의미한 데이터가 되는 거다.”그동안 쓴 예산도 그냥 날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카르텔이라고 막무가내로 규정을 해 절반을 넘긴 연구를 하루아침에 수돗물 단수하듯이 잘랐다"며 기가 차 했다. 연구원들은 "이 같은 최종결정은 대통령이 재가를 했겠지만 조언을 하는 참모들이 연구현장을 이렇게도 모르고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을 맡고 있다는데 비애감마저 느낀다"고 성토했다.

KAIST출신 대학생, 대학원 가려다 연구개발비 삭감에 취업  

과학자를 꿈꿨던 학생들은 꿈마저 접었다. 한 대학생은 과학기술원 나왔던 친구인데, 연구비 삭감으로 올해 대학원 안 가고 그냥 인턴이나 취업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나라의 동량을 키우는 일인데 이를 등한시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떡하려고 하는 지 걱정된다. 한국에게 R&D는 산유국의 석유"라고 비유했다.

정부는 젊은 연구자들을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현장 이야기는 많이 다르다. 오경수 기초연구연합 총무이사(중앙대 교수)올해 제안서를 내는 사람에게는 (예산) 선정폭이 넓을 수 있겠지만, 작년 그 이전에 연구비를 받아온 사람들은 오히려 연구비가 삭감 되는 것이라고 큰 한 숨을 쉬었다. 연구자들은 혼란은 이제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B씨 정부연구기관 관계자는 인트라넷(내부망) 같은 데서 연구자들은 이제 실감이 조금 느껴지는지 대응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얘기하는데, 늦었다.”며 자포자기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 전체 예산을 정하는 권한은 기획재정부에서 담당하고,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과학기술분야 R&D 예산심의·조정하거나 연구성과를 평가한다. 그 주무부처이다. 주영창 본부장의 ‘R&D예산과 이권 카르텔' 편견은 예산삭감 후 R&D관계자들의 첫 미팅 미디어데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주 본부장은 특정 중소기업을 대신해 사업계획서 등을 써주는 컨설팅 회사가 있었다든가,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에서 그것들로 생존했었다는 사례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따라서 R&D이권 카르텔과 관련해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안감축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3.4조원 규모 108개 사업을 통·폐합하고 상대평가를 통해 하위 20% 연구과제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단행, 비효율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 본부장이 제기한 극단적인 이권 카르텔 사례를 과학기술계 전반의 만연화된 악습으로 치부하는 큰 우()를 범했다는 것이 과학기술계 공통된 지적이다. 그러면서 과기부는 이권 카르텔에 대한 명확한 실체를 제시하지도 못 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과기부는 108개 사업 통폐합과 하위구조조정 관련해 중복사업을 감축했고, 완료된 사업들이 철수하면서 자연감소하는 부분이 존재해 줄였다고 밝혔다. 이 부분을 이권 카르텔로 규정해 사업통폐합을 했을거라는 인식이 과학기술계에서 발생할까봐 굳이 사업 통폐합이라고 해명했다

"대학에서도 R&D 예산삭감 영향 도미노처럼 쓰러져" 

대학에서도 R&D 예산삭감 영향은 도미노처럼 쓰러져 가고 있다. 교수가 진행중인 연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 석·박사 학생을 받지 못하고, ·박사 학생을 받지 못하는 연구실이 많아지면 기초과학 연구보다 취업으로 진로를 바꾸는 인재가 늘어난다. 설령, 연구원에 남는 인재가 있다 해도, 감축된 인원 때문에 추가업무가 많아지면 개인 연구 시간은 당연히 줄어든다. ‘예산을 삭감하면 카르텔이 해소된다는 과기정통부 주영창 본부장의 단순한 관점에서 나온 단순 해법에 과학기술계가 현실에서 고개를 떨구고마는 진짜 이유다.

R&D예산삭감으로 과학기술계가 큰 소용돌이에 빠뜨린  과기정통부 과학혁신본부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후보자로 나서기 위해 인사검증을 받고 있다는 설이 돌고 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주영창 과기정통부 혁신본부장 장관후보설

918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반년간 준비한 내년 예산안이 단 2개월 만에 원점 재검토됐다.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대폭적인 삭감조치였다며 반발 성명을 발표했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학 교수는 지난 9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행사 기자간담회에서 "R&D 예산삭감은 전반적으로 한국 과학기술계에 분명히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 다른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학 교수도 같은 자리에서 기초과학에 투자하면 100배 넘는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는 국가인데 기술에 투자하면서 경제 10위권 국가가 됐다고 언급했다. 한국에게 R&D가 가진 기능과 역할은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에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배추를 심으면 배추벌레가 꼬인다. 그렇다고 배추를 심지 않거나 절반만 심을 수는 없다. 배추벌레 꼬이지 않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진 농부다. 주영창 본부장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후보설이 도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옷이 지금은 맞지 않아 보인다. 주 본부장은 R&D예산삭감에서도, 장관후보자 수락 모두 상황파악이 부족해 보인다. 후보가 사실이라면 말이다.

R&D 예산삭감으로 연구원에서 일반 직장인으로 진로를 바꾸고, 수많은 연구원이나 석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은 연구지원비용이 대폭 감축돼 알바를 하지 않으면 대학원을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연구에 매진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훌륭한 인재양성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놓고보더라도 '이권 카르텔'로 묶어 대대적인 예산삭감조치를 단행한 것은 국가적으로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훨씬 더 크다.   

이 같은 R&D예산삭감 파행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만약, 과기부 장관후보로 나서기로 한 것이 사실이라면 진지하게 '상황파악'을 해보기를 권한다. R&D예산 대폭삭감도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주 본부장은 과학혁신본부의 장(長)이다. '혁신'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시행착오가 많다. 일시에, 한꺼번에, 시행해 성과를 내 혁신을 서두르면 더 큰 일이 벌어지곤 한다. 따라서 시장조사, 상황파악, 의견청취 등이 철저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본다. 특히,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국가적인 일일 경우에는 돌이키기 어려운 사태까지로도 확산된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등 9개 과학기술 관련 단체들은 이번 이른바 R&D 예산삭감의 난()으로 국가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를 출범시켰다. 연대회의는 카르텔언급에 대해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고, R&D예산도 원상회복하라는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주 본부장의 장관후보설은 말 그대로 설(說)이기 때문에 이들도 공식적인 입장을 자제하고 있는 듯하다.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이 언론지상을 통해 거론된다면 상황은 달라질지 싶다.

K대 교수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K대 교수는 "주 본부장은 많은 공부를 한 사람이다. 당연히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물이다. 그러나 상황판단이 너무 큰 문제를 야기한 경우이기 때문에 과학기술계를 위해서, 본인을 위해서도 과기부장관후보설로 끝나는 것이 시기적으로 옳다고 판단된다"며 "이 시기가 지나고, 주 본부장의 과학기술계에 대해 더 많은 상황을 알게 된다면 그 때가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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