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립대병원을 지역 필수의료의 중추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19일 충북대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부가 국립대병원을 지역 필수의료의 중추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19일 충북대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의대 정원확대 커질수록 의대 미보유대학 '뒷걸음질' 

[U's Line 유스라인 이경희 기자] 의대 광풍(狂風)이 정원확대 바람을 타고 의과대학 보유대학의 상한가가 이미 가파르다. 반면, 의대 미보유 대학은 반대급부 상황에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미 지난 2023학년도 입시에서 의대에 따른 지각변동은 현실로 나타났다. 의대 존재감이 자연계열 입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줘 의대 미보유 대학 같은 계열의 입결을 역전시키거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제외한 서울소재 주요대학 자연계열(·약학계열 제외) 가운데 의과대학을 보유한 대학(91.4)의 입학점수가 의과대학이 없는 대학(87.8)보다 평균 3.6점이나 높은 점수대를 기록했다. 평균점수에 대상이 된 의대 보유대학에는 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중앙대·경희대, 의대 미보유대학에는 서강대·서울시립대가 해당됐다. 서울시립대(87.3)는 의대가 개설된 건국대(87.7) 동국대(87.5)보다도 낮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원확대가 커지면 자연계열 영향도 더 커질 것으로예상된다.  
정원확대가 커지면 자연계열 영향도 더 커질 것으로예상된다.  

현재보다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나면 '의과대학 프리미엄'이 더 커진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현재 점수차보다도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의대 미보유 대학으로서 딱히 손 쓸 방법도 마땅하지 않다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 사회에서는 의과대학, 대학 종합병원의 유·무가 대학의 발전가능성을 담보하는 수단과 가치로 인식돼 왔던 터라 의대 정원확대는 한국 대학사회 큰 지각변동이자 후폭풍을 불러 일으킬만한 사건이다. 정원확대가 커지면 커질수록 후폭풍의 위력은 거세진다.

대학사회 "이공대마저 경쟁력 떨어지는 '한국외대', 난감할 듯" 예상

서울 주요대학 15곳 중 의과대학이 없는 서강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홍익대 등 4곳 대학 제외한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이화여대·건국대·동국대 등과 수 년내 대학순위가 바뀌어 수험생들이 입결순위로 읊조리는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숙순서도 바뀐다는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의대 정원확대로 인한 영향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서강대와 가톨릭대 통합거론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의대가 없는 서강대와 상대적으로 이공대가 취약한 가톨릭대가 국내외 대학경쟁력 강화 등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두 대학이 같은 가톨릭계이면서도 서강대 학교재단은 예수회, 가톨릭대는 천주교서울대교구로 다른 데다 동문과 재학생 등의 반발도 무시하기 어려워 실제 통합이 거론되더라도 난항이 예상된다. 200510월 손병두 총장 시절 서강대 측이 가톨릭대와 통폐합 방법을 물어왔다는 것을 교육부 관계자가 전하면서 알려졌다.

정부는 우선 정원 50명미만의 '미니의대'에 정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우선 정원 50명미만의 '미니의대'에 정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강대 측은 "손병두 총장이 취임한 뒤 기획처에서 서강대 발전계획을 세우는 차원에서 가톨릭대와 통합을 검토했다. 두 대학 모두 가톨릭계 대학으로서 신자들 사이에서 통합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천주교서울대교구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가톨릭대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소속으로 전국에 종합병원 8곳이 운영중이다.

의대 미보유 타격이 가장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외대는 이렇다할 특성화된 분야도 없고, 외국어 특수대학이라는 정체성도 글로벌 시대에 이미 많은 대학에서 외국어 학과를 개설하면서 1970년대에 구가했던 소수언어 특수가 사라진 상태다.

의대 보유 경남 K사립대, "한국외대, 우리대학 인수해달라" 요청 하기도 

그런데다 글로벌캠퍼스(용인) 입결이 서울수도권 주요대학들에 비해 너무 낮아 서울과 글로벌캠퍼스 이원화 정책 사실상 실패라는 지적이 학내·, 동문들로부터 자주 거론되면서 자연계가 몰려 있는 글로벌 캠퍼스에 중장기적 비전으로 재정투자를 하기에도 위험성이 따른다. 지난 2019년 한국외국어대는 부산·경남지역 K사립대로부터 우리 학교를 인수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A대학은 의과대학이 있는데도 재정난으로 학교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외대는 학교를 통째로 인수할 여력은 없다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과대학만을 떼어놓고 인수의향을 살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이 출마공약으로 의과대학 유치를 내걸은 바 있다.

한국외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세인 이공학계열이 15곳 주요대학들보다 뒤쳐져 일부 수험생들은 한국외대가 포함된 ···’ 대학서열이 바뀌어야 한다는 댓글을 올리고 있다. 어쨌든, 한국외대로서는 의대 정원확대로 건국대, 동국대의 빠른 약진이 예상돼 신뢰와 파격적인 대학발전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수 년내에 피할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대학가에서는 내놓고 있다.

김인환 U’s Line(유스라인) 미래교육정책연구소장은 의대 정원확대로 입학 가능성이 커지면서 10년 이상 의대 쏠림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주요대학중 의과대학 대 의과대학으로 나눠져 대학서열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의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뚜렷한 특성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의대 보유대학 중심으로 대학통합이 활발히 거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서울소재 의과대학 보유 A대학이 수도권내 B대학과 통합이야기가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한국 대학사회에서의 의과대학이 상징하는 주목도는 남다름을 확인하게 된다.

의대 보유유무가 대학순위(입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의대 정원이 많을수록 발전가능성은 더욱 커진다는 전망이 내포돼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 배분발표가 연말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의대 보유대학과 의대 신설을 계획하는 각 대학들의 경영진들은 TF를 구성해 필요정보수집과 다양한 루트를 접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3000명 확대되면 의대 없는 대학 3000명뒤로 밀리는 거 아니냐?" 

의대 정원확대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의대가 없는 대학의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서울소재 상위권 A대학 입학처장은 이공계 인재유치 자체가 어렵다. 의대 정원이 3000명 증원되면 우리 학교 입시결과가 3000등만큼 뒤로 밀린다는 의미 아니겠냐며 한숨을 몰아 쉬었다. B대학 관계자는 수험생뿐만 아니라 재학생 이탈도 예상된다입학 후 대학공부가 아니라 의대로의 방향전환에만 몰두하는 한국 대학인재들의 모습에 나라 미래에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학교간 도미노 이동으로 대학편입도 분주해 질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도이탈하는 재학생이 많아지면서 편입생을 받지 않던 상위권 대학들도 편입생 유치 정책을 동원할 것이라며 상위권 이공계를 중상위권 학생이, 중위권 이공계는 중하위권 학생이 채우는 등 꼬리를 무는 식으로 학생이 이동되면서 지방대 정원미달은 더 가속화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확대가 국가적인 당면과제이기에 두 말 할 필요 없지만 국가 미래차원에서는 의대로 쏠리는 이공계 인재부족 해결도 의대 정원확대보다 더 절대적이라고 제기했다

지난해 이른바 'SKY'대학 중도포기한 자퇴생 10명 중 8명은 자연계열 학생이며, 자연계열 자퇴생 1,874(서울대 341, 연세대 678, 고려대 855)은 의·약학계열로 새롭게 진학하기 위해 자퇴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중 자연계열 학생은 1,421명으로 전체 자퇴생의 75.8%였다. 인문계열 자퇴생(453)3배가 넘는 수준이다.

서울대 전체 자퇴생 341명 중 80.7%275명이 자연계열이었으며, 고려대 자연계열 자퇴생 비중은 76.4%(653), 연세대는 72.7%(493)였다. 대학 3곳 중 서울대의 자연계열 자퇴생 비중이 가장 컸다. 특히, 대학 3곳의 자연계열 자퇴생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자연계열 자퇴생은 지난 2020893명에서 20211,096, 20221,421명으로 3년 간 528명이 늘었다.

"의대정원 확대만큼이나 이공계 이탈선제관리&유치, 중요" 

이들 대학을 포함해 서울소재 대학 11곳으로 범위를 넓혀도 자연계열 학생들의 이탈 움직임은 뚜렷했다. 대학 11곳의 지난해 중도탈락자 5,518명 중 절반이 넘는 2,901명이 자연계열 학생이다. 지난해 자연계열 자퇴생이 늘어난 것은 대부분 의·약학계열 진학으로 빠져나간 인원으로 추정된다. 대학 3곳 인문계열 자퇴생도 이과로 전향해 의·약학계열에 진학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인문 자퇴생들은 문과침공으로 인문계열에 합격한 자연계열 학생인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문계열 자퇴생은 같은 기간 각각 444명에서 446, 453명으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의사인력 확충의 시급성을 감안해 2025학년도 정원은 기존 대학을 중심으로 우선 검토한다. 복지부가 교육부에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통보하면 교육부가 정원 배정 관련 후속 절차를 진행한 후 내년 상반기까지 대학별 정원 배정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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