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기 한신대 교수
노중기 한신대 교수

나치 유태인 학살 연상되는 '민주노총 죽이기' 

나치독일의 유태인 학살은 히틀러 한 사람만의 범죄가 아닌, 독일 국가와 사회 전체가 인종차별주의에 동조하는 구조적 악에 따른 범죄였다. 역사학자 마이클 베렌바움(Michael Berenbaum)국가(독일)의 정교한 관료제의 모든 부서가 학살 과정에 관여했다.

독일교회와 내무부는 유태인의 출생기록을 제공했고, 우체국은 추방과 시민권 박탈 명령을 배달했으며, 재무부는 유태인의 재산을 몰수했고, 독일 기업들은 유태인 노동자를 해고하고 유태인 주주들의 권리를 박탈했다.’라고 썼다. 이와 더불어 대학교들은 유태인 지원자들을 거부했고, 유태인 재학생들에게 학위를 수여하지 않았으며 유태인 교수들을 해고했다.”<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자료>

물론 대학은 유태인 학살을 이른바 과학(우생학)’으로 뒷받침하는 이론과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중요한 역할 또한 담당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100년 전 과거의 지나간 역사일 뿐인가? 나치 독일과 유태인을 지금 한국 사회와 민주노총으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오늘날 한국 사회는 민주노총에 대한 여론몰이에 그 어느 때보다 극성이다. 대통령을 필두로 (노동부) 장관, 국회의원 등 고위직 정치인은 물론 수많은 평범한 시민, 네티즌들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중동(朝中東) 종편으로 일컬어지는 수구 언론의 역할은 막대하다. 그렇지만 이른바 개혁성향의 언론도 특별한 예외는 아니다.

가장 먼저 노동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합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직무중심, 성과급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 강성 노조와 타협해 연공 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차별화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노동 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주의입니다. ‘노사 법치주의야말로 불필요한 쟁의와 갈등을 예방하고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길입니다.”<윤석열 대통령, ‘2023년 신년사중에서>

대통령부터 남발하는 '강성 귀족노조'는 무엇인가

대통령이 언급한 강성 귀족노조의 핵심은 노동조합 총연합단체 민주노총'을 가리키는 듯하다. 민주노총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이중노동시장 구조에서 특권을 누리고 불법행위를 일삼는 존재이므로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직 조합원 노동자는 영세사업장 비정규 노동자의 몫을 부당하게 빼앗아 착취하고 자신의 배를 불리므로 부당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덧씌어져 있다.

대기업 공공부문 노조는 모두 회계를 분식하며 불법과 부정, 폭력을 일삼는 폭력배로까지 규정됐다. 예컨대 대통령은 건폭’(건설노조 폭력배)이란 말을 만들어 유포했고 집권당은 화폭으로 화답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산하 노동조합은 올 한 해 경찰 검찰의 집요한 수사와 탄압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노동절(메이데이)에 이른바 노가다건설노동자 양회동이 분신자살로 항거해도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는다

그러므로 민주노총 소속 강성 귀족노조의 오랜 조합원이었고 위원장까지 지냈던 필자는 대표적인 귀족 노동자가 됐다. 억대 연봉을 받는 정규직이기도 하므로 확실한 것 같다. 또 노동사회학을 전공하고 있으므로 이는 필자에게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과연 민주노총과 현대자동차 등 소속 노조는, 대기업 공공부문의 정규직 노동자는 착취하고 억압하는 귀족일까? 전국교수노동조합강성 귀족노조인가? 정상적인 노조가 아니라 심지어 불법 좌경 폭력집단인가?

한편 교수집단, 대학 사회도 이 강성 귀족노조론의 주요 생산자이자 소비자임은 명백하다. 정치적 용도로 만들어진 그 용어에 과학의 허울을 씌우는 것이 100년 전과 마찬가지로 대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넘어선다. 우리 대학에서 그나마 개혁적 진보적인 교수, 특히 노동조합에 가입한 교수 중에서도 민주노총만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넘쳐나기 때문이다(굳이 지적하자면 특히 국공립대 교수 중에 많다). 그들에게 여러 복잡한 근거가 있을 테지만 넓은 의미의 강성 귀족노조론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달리 민주노총과 산하 노조들, 또 전국교수노조는 귀족도 아니며 강성도 아니다. 유태인이 대공황기 독일 사회와 경제를 병들게 한 주범이 아니었던 것과 같다. 우선 민주노총은 지난 20년 차별과 억압에 시달린 비정규노동자와 함께 싸웠고 이중노동시장을 철폐하기 위해 싸웠던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민주노총 조합원의 1/3, 40만 명은 비정규노동자들인 것은 그 노력과 고투의 결과이다.

비졍규직 도입-확대에 싸워온 유일한 조직 '민주노총'

또 윤대통령이 소속한 집권당과 보수 야당, 그리고 수구언론이 국가경쟁력’, ‘노동유연화를 외치며 비정규직을 도입, 확대한 지난 20년 이에 맞서 싸운 유일한 세력은 민주노총이었다. 잘난 정치인은 물론 여러 시민사회단체도 아니었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 곧 비정규직 확대 정책에 저항한 대가로 민주노총 위원장은 3년간 투옥되었고 수많은 노동자가 탄압받았다. 이는 촛불의 출발이기도 했다. 비정규노동을 착취해 엄청난 부당 이윤을 챙긴 재벌들 대신 민주노총을 귀족이라 부르는 전도된 현실은 100년 전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리고 1년 동안 계속된 범정부 차원의 탄압 공작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재정이나 회계는 너무나 깨끗하다는 것이 충분히 드러났다. 제대로 된 수사 결과 보도가 없으니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인 셈이다. 이를 수천억 개발 불로소득이나 50억 클럽, 그리고 재벌들의 부정과 비리가 넘쳐나는 모습과 대비해보라. 강남에 넘쳐나는 부동산 불로소득과 정치인의 부정한 축재는 늘 합법이며 정당한 능력의 발휘인 것과 비교된다.

불법 폭력 세력이란 비방은 더 터무니없다. 유태인이 아니라 나치가 불법 폭력 세력이었음을 우리는 이제 잘 안다. 전태일 이래 반세기가 넘게 군사독재와 국가권력의 반민주적 노동 탄압이야말로 진정한 불법 폭력이었다. 지금도 이 구도는 마찬가지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행태야말로 헌법적 권리인 노동기본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국가폭력, 곧 불법이다. 2013년 철도노동자의 합법 파업을 박근혜정부는 사법농단 등의 정치공작으로 불법으로 조작했다. 그 결과 수많은 노동자가 구속되고 해고되었지만 2017년 대법원은 그 파업이 합법임을 확인한 바가 있었다. 우리 노동운동은 이런 사례들로 점철돼 있다.

노동조합은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조직만은 아니다. 임금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약자인 비정규노동자, 중소·영세 하청노동자와 연대하는 조직이다. 또 반민주적 자본 및 국가권력과 맞서는 민주주의의 보루이기도 하다. 많은 교수 노동자가 사태를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민주노조는 민주의 무게를 견디면서 비정규노동자와 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노중기 교수는... 
  현, 한신대 사회학 교수
  현, 민주노총 정책자문위원 
  전,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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