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자본주의 첨병으로 내세운 ‘대학의 반격’...명문대ㆍ엘리트위주 공통점
김인환 소장 "‘대학’은 ‘대학’일 때 자기기능 발휘"...미국식 대학운영 한계봉착

미국식 엘리트위주 대학운영을 쫓아간 한국의 미래모습?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편집국장] 최근 강대국간 패권경쟁과 국제질서 재편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과학기술·사회·문화·정치·안보 등의 분야에 현저한 변화가 발생하는 가운데 세계 주요국가들의 대학에서 낯선 제도와 못 보던 현상이 벌어진다. 이 같은 변화는 국가와 대학의 깊은 상관관계를 확인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한국은 한 발 앞선 모습을 미국에서 찾았듯이 이번에도 유사한 파행이 나타났다. 대학 졸업장이 필수로 여겨지던 미국 자본주의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아니면 이 또한 자본주의가 필요로 하는 무엇이 미국의 대학을 변하게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극단적으로는 이제 미국 자본주의는 지금까지의 대학을 버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 사회는 미국의 자본주의를 맹신했다. 그러다보니 대학체제마저 엘리트 위주 미국방식 따라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많은 사람이 학위를 취득하러 간다면 십중팔구는 미국이었다. 보고 자란 게 미국이니 한국에 돌아와 관리자급이 되면 '선진적=미국'의 방정식으로 들이댄다.  

급기야, 첨단 자본주의 미국에서 대학 그 존재로서 역기능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미국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미국에서 나타나는 대학의 역기능은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미국사회가 대학을 버리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대학 예상 진학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고등교육에 대한 신뢰가 36%에 불과했다. 지난 201557%, 201848%에서 이어지는 감소 추세를 계속 잇고 있다. 이제 10명 중 3.6명만이 대학에 신뢰를 갖고, 진학에 관심이 있다는 의중이다.

미국사회에서는 이 같은 민심을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드는 학비 등 총비용이 크게 상승한 반면 대학 졸업장이 안정적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쉽게 말해 밑천은 많이 드는데 돌아오는 이익은 별반 없고 직장 취업도 어렵다는 불만이다

지난해 미국의 4년제 사립 및 공립대학 등록금은 1992년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미국 사립대학에 다니는 데 드는 1년간 총비용은 생활비를 포함해 연간 58000달러로 추산된다. 비용 충당을 위해 학비 대출을 받는 대학생이 늘어나 이들의 총부채 규모는 16000억 달러로 20075000억 달러 대비 3배 이상 커졌다.

대학 진학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실제로 대학 등록 학생수도 감소하는 추세가 현격하다. 2010년 미 전역 대학에 등록한 학부생 수가 1800만명이 넘었지만, 2021년에는 1550만명을 밑돌면서 무려 14%250만명 가량 급감했다. 2016년까지 고교 졸업자의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했지만, 최근 대학 진학률은 62%까지 감소했다. 더 감소할 거란 예측이다

영국·캐나다는 대학진학률 증가대학 등록금관건

반면, 영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는 대졸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청년들의 학사학위 취득률은 평균 20% 이상 증가했다. 영국의 학부생 수는 2016년에 비해 12% 증가했고, 미국은 같은 기간 8% 감소했다. 캐나다의 2·4년제 대학을 졸업자는 67%, 미국 보다 15% 포인트 가량 높다.

대학 진학에 대한 선호도가 갈리는 미국과 여타 선진국 간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대학 등록금이다. 캐나다와 일본의 공립대학 등록금은 연간 5000달러 정도이고, 프랑스 독일 덴마크 독일 등의 대학 등록금은 무료다. 영국의 대학정책은 타 유럽국가와 다르다. 오히려 미국과 유사하다. 영국도 미국 유사한 대학문제로 골머리를 썩는다. 미국식 대학운영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올 기세다.

미국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은 개인 평균 연봉과 비슷하다. 한 때 한국에서 자식 대학 가르치려고 소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했다 해서 붙은 우골탑(牛骨塔)’이 연상된다. 그러나 미국의 대학 등록금 수준은 소를 팔아도 안 된다. 4년 등록금과 생활비를 합하면 집을 충분히 산다. 미국의 학자금 대출빚이 현재 총금액 2조 달러로 미국의 모든 신용 카드빚의 2배나 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자녀들이 대학에 가는 비율, 엄밀히 말하면 이른바 '명문대'라는 불리는 대학진학은 가계소득과 밀접한 관계가 나타난다. 부모수입이 높을수록 자녀능력과 관계없이 명문대에 갈 비율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빈부격차와 인종차별 문제가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내용이 바로 '대학'이며 이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빈곤이 또다른 빈곤 만드는 미국의 대학

미국내 경제연구소는 대졸자 감소로 미국 경제는 2030년까지 120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가 경제적 손실의 피해 정도도 가계수입이 낮을수록 크게 나타난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는 사회적 현실이 빈곤의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기재로 작용한다. 빈곤이 또다른 빈곤을 만들어내고 있는 모순이 현실에서 목도되고 있다.

김승중 토론토대 교수(고고학)미국내에서 영웅은 대학을 낙제하고 자신의 창조력과 지능으로 성공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다. 열심히 공부해서 학계에서 명성을 떨치는 대학교수들은 좁은 견해의 괴짜로 치부된다. 미국 대학교수의 평균 연봉은 업계에 진출한 학사졸업 초봉만도 못하다. 그래서 오랜 시간 박사과정을 밟고 학계에 남아 교수직을 선택한다는 것을 직접 실천하지 못하는 자들이 가르친다(Those who can’t do, teach)‘라는 버나드 쇼의 비평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대학에는 반주지주의적 흐름이 강하게 흐르고 있고, 이 같은 미국이 전 세계 고등교육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현대사회의 가장 큰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미국내 교수는 미국 대학의 지독한 엘리트주의 강조기능이 유럽과는 다른 길로, 또는 대학 기능의 난맥상을 드러내게 한 결정적 이유라는 주장은 한국에게는 매우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대학서열화 수도권 쏠림현상 저출산 학령인구감소 도미노

미국 대학이 빈곤의 악순환을 고착화 한다면 한국의 대학은 학령인구감소로 많은 대학이 폐교할 것이라는 진단이 쏟아진다. 하지만 U’s Line(유스라인)부설 미래교육정책연구소 연구결과 학령인구감소보다 수도권중심의 '대학서열화'가 훨씬 더 광범위하게, 강력하게 지역위기와 학령인구감소를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방대학 위기에는 학령인구감소 보다 수도권 쏠림현상이 훨씬 더 광범위하다는 분석이다.

20229월기준 전남 광주시 인구 100만명 당 대학수는 11.9개로 대학당 학생수가 5690명으로 인구 100만명 당 대학수는 전국 평균보다 높고 대학당 학생수는 낮은 상태다. 반면, 서울의 경우 인구 100만 명 당 대학수는 5.1개로 대학당 학생수가 1933명으로 인구 100만 명 당 대학수는 전국 평균보다 낮고 대학당 학생 수는 2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미뤄봤을 때, 한국 지방대학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 보다 수도권중심의 대학서열화가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신입생 가운데 수도권 출신은 201961.8%. 202063.7%, 202163.4%, 202264.6%4개년 평균 63.4%의 학생이 수도권 출신이다. 전국 곳곳에 있는 의대도 201944,2%, 202046.5%, 202146.4%, 202246.3%로 평균 45.8%가 수도권 출신이다. 과반수를 넘거나 과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기울어진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 학생들의 우월한 입시결과는 세부전형에 따라 그 격차가 한층 더 심각해졌다. 서울대의 경우 수시전형에서 58%에서 59.5% 사이를 오고가던 수도권 출신비율이 정시 전형에서는 78.8%까지 치솟았다. 무려 10명 중 8명 가량이 수도권 출신으로, 정시전형은 수도권 전형이라 표현하는 게 적합하다.

김인환 U’s Line부설 미래교육정책연구소장은 대학서열화는 한국경제라는 혈관에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학령인구감소를 일으킨 주된 요인은 2세를 낳기 꺼려지는 요인이 작동해서다. 크게 작동할수록 저출산은 심각해져왔다. 대학이 이 나라를 배고픔에서 멀어지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제 한국은 대학 때문에 저출산으로 인한 공멸을 당하게 생긴 셈이다라면서 그동안 대학을 무지막지하게 자본주의 첨병으로 이용한 대가를 미국이나 한국이 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대학으로 볼 때 자기기능을 충분히 발휘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