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원리로 학과통폐합-인문사회계열 폐과, “자유로운 학문연구 없는 환경, 사회적 혁신도 없더라”
자율 따른 책임도 ‘성과’로, 수요자 선택정보 ‘성과’로 따지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신과 멀어

일본의 유명 국립대인 도쿄공업대학과 도쿄의과치과대학이 통합 협의를 정식으로 시작할 것을 지난해 발표했다. 일본에서 급격한 저출산 등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으로 대학간 통합은 있었지만 이공계와 의료계의 최상위원 대학들이 통합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진은 국립대인 도쿄공업대학과 도쿄의과치과대학 통합뉴스 NHK 보도 캡쳐.
일본의 유명 국립대인 도쿄공업대학과 도쿄의과치과대학이 통합 협의를 정식으로 시작할 것을 지난해 발표했다. 일본에서 급격한 저출산 등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으로 대학간 통합은 있었지만 이공계와 의료계의 최상위원 대학들이 통합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진은 국립대인 도쿄공업대학과 도쿄의과치과대학 통합뉴스 NHK 보도 캡쳐.

인문학자 우치다 다쓰루, "'도야마 플랜'의 참사" 맹비난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 한국의 교육부가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 있다. ‘글로컬대학 30’사업을 발표하면서 교육부장관의 앞뒤 없는 대학통합이 선정에 유리하다는 발언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서로 통합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게 만들었다. 심지어는 목원대와 배재대는 사립대간에도 통합전제를 밝히면서 사업에 올인 했다. 이 모두가 한국 대학들의 현실인 학령인구감소, 대학서열화로 인한 비수도권대학의 공동화(空洞化)’로 학교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공포가 엄습해 있기 때문이다. 대학통합이 도깨비 방망이나 되는 듯이 떠들어대는 한국 작금의 현실을 미리 겪은 일본의 사례는 글로컬대학 30’사업의 예감이 좋질 않다.

일본의 유명한 인문학자 우치다 다쓰루가 문부과학성의 실패를 일갈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저출생으로 학생수가 줄어들자 2004년부터 대학에 시장원리를 적용해 국·공립 대학을 통폐합하고 구조조정 경영성과에 따라 대학을 차등지원했다. 취업률을 비롯한 획일적 평가기준에 맞추느라 대학들은 취업이 부진한 인문사회계열에 매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여지 없는 한국의 글로컬대학 30’사업을 일본에서 하는 듯 할 정도로 판박이다.

2021년 1월에 도쿄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일본의 대학 입학 공통 테스트 모습/사진=요미우리신문 캡쳐) 일본의 대학입학자선발 대학입시센터시험(센터시험, 한국의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문부과학성 관할 독립 행정법인 대학입시센터(大学入試センター)가 재정 위기에 직면해 센터시험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21년 1월에 도쿄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일본의 대학 입학 공통 테스트 모습/사진=요미우리신문 캡쳐) 일본의 대학입학자선발 대학입시센터시험(센터시험, 한국의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문부과학성 관할 독립 행정법인 대학입시센터(大学入試センター)가 재정 위기에 직면해 센터시험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통합을 일본 대학현안에 주요처방으로 삼아 온 문부과학성에 대해 일본사회에는 대학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사회의 정신이 무너진다등 갖은 비판을 해댔지만 2015년에는 인문사회계열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했다.

최근들어 일본에서는 저학력국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자주 등장한다.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25명에 달하는 기초과학, 기술강국이지만 2000년대 이후 연구·개발 실적이 대학통합으로 크게 추락했다고 분석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2021년기준 일본 연구실적점수는 3185,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중국(16753)에 크게 못 미치는 5위에 머물렀다. 인구대비 박사학위 취득자도 주요 7개국 중 6위로 한국(3)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치다 다쓰루는 문부과학성의 대학구조개혁 도야마 플랜이 빚은 참사다. 자유로운 연구가 이뤄질 수 없는 환경에서 사회적 혁신을 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본의 상징적 이미지인 인재입국이미지가 크게 흔들려 국력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전공폐쇄 기초학문 더욱 위기 심화, '절름발이 대학', '절름발이 사회'

윤 정부 체제 교육부가 대학 기본조직을 학과·학부로 정의한 규정을 71년 만에 없애고 자율전공으로 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도 동전의 양면이다.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식의 분석없는 시행은 대학정책의 근간이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자율전공 수업' 은 창의성을 기반한 가치창조교육은  HW, SW를 지나 MW(Mind Ware)중심교육이라는 대세에 입각한 개혁적 시도이지만 실시하는 국가 대부분이 유럽국가나 미국의 실험식 대학들이다.

이들과 대한민국과 차이점은 직종간 큰 빈부격차, 대학간판 우열사회, 학문연구중심 대학정체성 취약 등이 현격하다는 것이다. 자율전공을 실시했다간 취업 특정인기학과로 쏠릴 우려가 매우 큰 사회구조와 성향을 띠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율전공은 취업인기학과 쏠림 이외에도 비수도권 대학의 비인기학과의 몰락으로 비수도권대학의 몰락에 가속도를 붙일 우려가 크다

지난 5월 30일 전북 전주시 그랜드힐스턴 호텔에서 열린 글로컬대학 공동신청 기자회견에서 김찬기 예수대 총장과 박진배 전주대 총장, 우병훈 전주비전대 총장 직무대행(왼쪽부터)이 ‘대학 통합’을 발표하면서 만세를 부르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전북 전주시 그랜드힐스턴 호텔에서 열린 글로컬대학 공동신청 기자회견에서 김찬기 예수대 총장과 박진배 전주대 총장, 우병훈 전주비전대 총장 직무대행(왼쪽부터)이 ‘대학 통합’을 발표하면서 만세를 부르고 있다.

비인기학과로 치부되는 기초학문은 더욱 위기가 심화돼 절름발이 대학, 절름발이 사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정학과 쏠림은 청년 고용시장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는 우려다. 교육부가 학령인구급감, 지역소멸, 대학서열화, 지방대학 존폐위기 등 고등교육 개혁난제를 헤쳐나가겠다는 가장 큰 무기이자 백그라운드는 시장주의(市場主義), 신자유주의 식 사고체계다. 이 같은 사고체계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여긴다. 애꿎은 청년들은 경쟁을 야기하는 시장주의에 치이고, 신자유주의에 밟혀 참혹한 백수시절을 보낸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검증이 다 된 실험이다.

라이즈사업(RISE), 일본 시행착오 "중앙정부 균형있게 지역대학 관리해야" 

윤석열-이주호 체제 교육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청사진만 나와 있지 가시화 되는 것이 없다. 있다면 목적지도 분명하지 않은 보물섬 지도를 꺼내든 것 같은 '글로컬대학 30' 사업만이 전부다. 어떤 때는 추진하는 교육부 스스로도 헷갈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책선이 뚜렷하지 않다.

글로컬대학 30‘사업으로 세계적인 지역대학을 만들겠다고 하더니 대학구조조정 정책으로 판명났다. 또한 라이즈사업(RISE)도 지자체에 지역대학 문제를 풀라는 것은 고등교육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수준인 지역 지자체에 도형의 기하학을 풀어보라는 식과 같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처지에서 지자체에 힘을 실어줬으나 지방대가 균형 있게 발전하기 위해선 교육부가 권한을 가지고, 지역별 대학들의 특성을 고려해 통합적으로 관리방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옆 나라에서 대학통합, 지자체로 권한이양 등에 대해 시행착오가 다 드러나 있다.  정책조율능력, 예상능력이 크게 빗나간다. 그 이유는 실행해보지 않고, 이론으로만 알고,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에 시장주의 얹혀지면 '성과', '비교' 무조건 달라붙어 

교육부에 주문한다. 단순해야 한다. 그래야 목적이 명확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스톱시킬 수 있다. 교육세계에 뜻있는 변화, 참된 발전은 좋은 학교 만들기로 귀결된다. 좋은 학교 만들기는 교육발전의 시작이자 끝이다. 오늘의 한국의 모든 학교의 실상을 두고 볼 때, 좋은 학교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준거틀인 교육역량참된 인간화둘 다 점수를 메기기 어려울 지경이다. '글로컬대학 30'도 결론은 비수도권대학의 '좋은 학교 만들기'다. 커뮤니케이션의 혼란속에 정책혼란이 야기된다.

현 정부가 모범답안처럼 끼고사는 시장주의, 신자유주의의 원리와 교육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서로 섞이기 어렵다. 신자유주의가 교육의 세계에서 일부 긍정적 기능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한국처럼  무분별하게, 광범위하게 적용될 경우 부정적인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하고 오래 간다. 그 폐해는 이미 교육현장에서 입증됐다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지난 MB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당시 채택한 자율경쟁미명하에 실시된 정책들 일제고사, 자사고 등 상당수의 시장주의 정책은 아직도 그 폐해가 따른다.

교육에 있어서 시장주의가 갖는 가장 큰 한계는 교육적이지 않아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훼방 놓는 것이다. 학교는 두말할 나위 없이 교육활동이 본연의 규범에 맞게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하고, 교육은 마땅히 개별 인간의 정신과 행동양식을 다듬고 심화하는 기능을 다하는 것임에 합의한다면 현재 진행되는 윤석열-이주호식 '학교 기업화'는  중단돼야 한다.

시장주의가 갖는 시장지향성이 교육 분야에 적용될 경우, 비록 그것이 다듬어져 적용된다고 해도, 교육계는 성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자율에 따른 책임도 성과로 따지게 되고, 수요자의 선택결과도 성과의 형태로 제시되고, 일한 사람과 기관에 대한 보상과 제재도 성과에 따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시장주의적 풍조의 교육계에서는 기관과 사람에 대한 평가와 이를 통한 비교의 경향이 교육적이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의 교육정책에서 '경쟁력'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아무 것도 없다". 그 이유는 경쟁력을 강조하는 시장주의, 신자유주의는 교육에 접근하거나 대입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학적 케미'가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이주호 장관이 부임한 지 조만간 1년이 된다. 지금 한국 대학에게 있어 1년은 10년 가치와 맞먹을 정도로 허투루 쓸 시간이 없다. 실험할 상황이 아니다. 

한 일을 굳이 찾아보라면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학교법인의 학교운영에 제한을 뒀던 빗장을 모두 풀었다. 최근 10년간 주요국가들의 고등교육 입법과 행정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시장주의, 신자유주의가 기반이 된 교육정책들이 지나치게 경제개념이 스며들어 정책효과 보다 사회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결과,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학교라는 기존 틀을 해체해 교수가 없는 수업, 교재가 없는 수업, 학비가 없는 교육기관 체제를 채택해 교육의 주체를 학생에서 시작해 학생으로 끝나는 방과후, 수업체제를 정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의 '에꼴 42'이다. 

교육부 국장 출신 "이주호, 100m 선수, 마라톤선수 같은 훈련 시키는 듯"

'글로컬대학 30'이든, 라이즈(RISE)이든 간에 '좋은 사람 만드는 학교 만들기'가 귀결이고, 연장선이 아니라면 이 사업들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대학통합으로 수십년간 일본사회가 일궈놓은 '연구의 밭'을 망쳐놓은데는 불과 20년이 걸리지 않았다고 통탄해 하는 인문학자의 주장을 스쳐 들으면 곤란하다. 한국 사회의 교육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닉하게도 교육부가 매우 비교육적이라는데 있다. 약 30여년전부터 지적돼 온 수도권 쏠림 문제가 여전히 상존하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주의식 교육개혁은 이 땅의 방식이 아니고, 해결능력이 되지 않음을 긴 시간 목도했다. 

한국 대학사회를 구조할 골든타임이 얼마남지 않았다. 교육부에서 정년퇴임한 한 국장출신의 한마디가 신경이 쓰인다. "이주호 장관은 다 자기가 하려고 한다. 그러면 확실히 끝내줘야 하는데, 벌리기는 다 벌려놓고 완성도가 결핍돼 있다. 이번 '글로컬대학 30'사업, 라이즈(RISE)사업도 지켜보면 알겠지만 한국 대학사회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치게 할 우려가 크다"며 "100m 선수, 마라톤선수는 같은 육상선수이지만 훈련방법이 다르다. 이유는 쓰는 근육과 운동반응, 폐활량 등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주호 방식은 100m, 마라톤이나 모두 같은 훈련을 시키고 있다는 느낌이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허병기 한국교원대 교수의 신자유주의와 교육세계의 변화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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