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보수당, 경제-교육 등 해법 탈출구 못 찾자 파행
내년 총선 민심 향배 돌아섰다 판단되자 무리수 속출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의 국제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폭 웡은 최근 학교 측을 상대로 6만 파운드(약 9천만 원)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2019년에 제기했다. 소송 액수에는 2년의 수업료와 생활비가 포함됐다. 공부를 위해 홍콩에서 2011년 영국으로 온 웡은 2013년 우등으로 졸업했음에도 일자리를 잡지 못했다며 학교 안내서에 나온 질 좋은 교육이나 취업 전망은 사기나 다름없다는 주장을 폈다.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의 국제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폭 웡은 최근 학교 측을 상대로 6만 파운드(약 9천만 원)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2019년에 제기했다. 소송 액수에는 2년의 수업료와 생활비가 포함됐다. 공부를 위해 홍콩에서 2011년 영국으로 온 웡은 2013년 우등으로 졸업했음에도 일자리를 잡지 못했다며 학교 안내서에 나온 질 좋은 교육이나 취업 전망은 사기나 다름없다는 주장을 폈다.

해당대학 졸업생 예상연봉, 대학평가에서 점수화 

[U's Line 유스라인 박선민 런던통신원] 영국 정부 리시 수낵 총리가 대학들이 학생유치를 위해 과포장된 선전으로 거짓 꿈(false dream)’을 팔고 있다는 혹독한 비판과 함께 대학 졸업장을 따도 변변한 직업을 갖기 힘든 상황인데 학위장사가 도를 넘었다며 부실학과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규정강화가 해당대학 졸업생 예상연봉(potential income)’을 대학평가에 반영하는 대학 구조조정 방안이라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내에선 수낵 총리가 내놓은 이같은 대학개혁안에 비판이 만만치 않다. 대학 교육의 질을 취업률과 연봉을 잣대로 평가할 수 있냐는 반발이다. 졸업 후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쓸모없는 학위'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중퇴비율, 전문직 취업률 등을 주로 평가해왔다. 여기에 졸업생 예상연봉을 더 추가하고, 일정 평가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해당학과 모집정원을 정부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에 대해 학부모측은 올바른 정보제공이다는 의견에 반해, 학계에서는 배움의 터전을 연봉으로 서열화 해 구조조정 하겠다는 발상으로는 현재 봉착한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국 대학의 구조조정 실행은 영국 교육부소관 이사회운영 고등교육 규제·정책 담당기관인 OFS(학생지원국)에서 진행한다. 사상 처음으로 '예상 연봉'을 평가지표에 포함해 영국의 모든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데, OFS의 평가결과로 해당대학의 정부지원금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OFS 대학평가는 신입생 80% 이상의 학업 유지, 75% 이상의 졸업(학위 이수), 60% 이상의 전문직 취업 또는 대학원 진학 등을 평가 지표로 삼는다. 여기에 새롭게 해당대학 졸업생 연봉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졸업생의 연봉이 대학·학과 평가에 도입되는 건 영국 역사상 처음이다

영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지난 17(현지시간) 정부통합사이트(GOV.UK)에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부실학과의 모집정원을 축소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방안을 공개했다. 주요기준은 졸업생 취업률과 예상연봉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골자다.

영국 대학생들 "대학진학 하지 않았으면 더 여유로왔을 것" 불만 

실제로 영국에서 대학교육에 대한 불만은 상당하다.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대학교육 과정관련 학생들의 불만건수가 최근 4년연속 계속 증폭돼 불만의 방증이 되고 있다. 영국 재정연구소(IFS)2020년 조사결과, 대학 졸업생 5명 중 1(매년 약 7만 명)대학에 가지 않았다면 경제적으로 더 여유로웠을 것이라는 후회를 한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대학교육 '가성비'를 곤두박질 치게 만들었다. 학비는 학비대로 내고 학교시설이나 장비는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영국 대학생들은 대학등록금 반환소송이나 기숙사비 납부 거부운동을 벌이고 있다.

2019년 영국 대학의 5년뒤 예상연봉을 경제단체에서 밝혔다. (2024년 졸업 예상연봉)
2019년 영국 대학의 5년뒤 예상연봉을 경제단체에서 밝혔다. (2024년 졸업 예상연봉)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대학개혁안 공개 전후 텔레그래프 등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가면 '괜찮은 직업'을 얻는 데 필요한 기술을 얻을 수 있다는 '거짓 꿈'을 팔아 학위 장사를 하고 있다"며 현행 대학교육을 질타했다. 그는 "많은 학생이 이 거짓 꿈에 속아 납세자 비용(정부 재정 지원)으로 고등교육 과정을 이수하고도 제대로 된 직장을 얻지 못하고 있다""'사기 학위'를 근절하고, 견습제(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직업교육)를 활성화해 학생들이 최상의 혜택을 얻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와 OFS는 최종학력과 고용데이터 연계로 '부실학과'를 걸러낸다는 계획이다. 개인학력 등 교육데이터와 고용데이터 연결 'LEO 데이터베이스'(longitudinal educational outcomes database)를 기초자료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LEO에서는 전공별 고용률과 졸업생 연봉을 확인할 수 있다.

수잔 랩워스 OFS 대표는 "모든 학생이 졸업 후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품질 교육을 기대할 자격이 있다""(그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OFS가 학생과 납세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대학들이 무계획적으로 개설한 '파운데이션(본과 시작전 예비과정)'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본래 파운데이션은 의학 등 특정분야에서 학부 시작 전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훈련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일부 대학은 경영학 등 다른 분야에도 파운데이션을 개설해 왔다. 이를 두고 대학수입을 늘리기 위한 편법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이처럼 ''을 빼 든 배경엔 현행 고등교육이 치솟는 학비에 비해 졸업생의 취업 등은 부진하다는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1997년까지 영국 대학에 다니는 자국 학생의 등록금은 '0'이었다. 이후 노동당소속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 재정낭비를 막고 대학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대학 등록금이 도입됐다.

그래픽 중앙일보
그래픽 중앙일보

영국 대학등록금은 상한액 기준으로 2006~20113000파운드(492만원), 2012~20169000파운드(1477만원), 2017~20239250파운드(1518만원)로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대학 졸업생은 평균 45000파운드(7388만원)의 부채를 안고 졸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의 학비·생활비 부담은 커졌지만, 졸업 후 고연봉의 일자리를 구하는 건 쉽지 않다. 영국 채용 웹사이트가 지난해 구직자들의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명문대(러셀그룹) 졸업생이 졸업 후 5년 정도가 지나야 연봉 3만 파운드(4925만원)에 도달했다. 영국 대졸자 초임 평균은 24291파운드(3988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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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학졸업생 불만이 내년 총선 향배?

보수당 집권이후, 대학운영 불만이 계속 폭증  

 

브렉시트로 유학생 감소. 대학 재정난에 '교육 질' 불만

영국은 2010년 이후부터 보수당 정부 시장화정책에 따라 대학지원 규모를 줄이고 있다. 10년 전 150억 파운드(24조원)에 달하던 지원금이 현재 47억 파운드(7700억원)로 줄었다. 이에 대학들은 주로 등록금을 올려 줄어든 수입을 메꾸려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인플레이션으로 에너지 요금, 교직원 급여를 포함한 운영 비용이 늘고 있다""학비는 올랐지만 교육의 질은 그에 상응해 향상되지 않고 (수업료의) 실질 가치를 잠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대학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대학을 힘들게 한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브렉시트 이전에는 EU 학생의 유입이 많았다. 자국 학생보다 2배 이상 등록금을 내는 해외 유학생이 영국 대학의 재정엔 상당한 도움을 줬다. 하지만 브렉시트에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해외 유학생마저 대폭 줄었다. 이로인한 대학재정의 어려움이 심각해졌다는 불만이다.

흔들리는 수낵 정부, '인플레이션 잡기' 총력

그래픽 중앙일보
그래픽 중앙일보

보수당 정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 대학 학비는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이후 보수당이 집권한 동안 약 3배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낵 총리는 개혁안을 밀어붙일 모양새다. 현재 영국은 생활비가 급등하는 가운데 보수당의 지지율이 노동당에 뒤지고 있어 수낵의 정치적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다. 수낵 정부는 올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을 절반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때문에 부실한 대학교육을 비판하는 한편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이 정당한 급여를 받고 경제부흥을 이끌어야 한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집권 '보수당' 책임론 커져…돌아선 표심, 내년 총선 향방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어려움은 집권당 영국 '보수당'과 수낵 총리의 리더십으로 바로 영향이 오고 있다. 특히 보수당은 2010년부터 14년째 정권을 쥐고 있는 만큼, 지금의 경제상황에 대한 책임론이 커질대로 커졌다. 영국이 유럽연합(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보수당이 주도했고, 그 결과 경기 먹구름이 더 짙어졌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최근에는 브렉시트에 앞장섰던 한 우파 정치인이 BBC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해 "보수당 정치인들이 잘못 관리해서 '브렉시트'는 실패했다. 경제적 혜택이 없었다"고 대놓고 인정했다뉴욕타임스는 "영국 보수당이 경제운영능력에 대한 명성을 크게 훼손했고, 회복하기 매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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