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 융합적 발상제고 위함인가", "대학구조조정 선제조치인가"
대학사회 "잇따른 시장주의 고등교육 정책, 국가미래 시장으로만 봐" 우려

모집광역화를 밀어부치는 교육부 이주호 장관. '글로컬대학 30'에 이어 대학구조조정 선제조치라는 분석과 비판이 잇따른다. 사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모집광역화를 밀어부치는 교육부 이주호 장관. '글로컬대학 30'에 이어 대학구조조정 선제조치라는 분석과 비판이 잇따른다. 사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모집 광역화제대로 검증은 됐는가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 '무()전공’, ‘학과 벽허물기이른바 모집 광역화가 광풍처럼 불고 있다. 대학자율을 신주단지 모시는 듯 발언하는 윤석열-이주호 교육체제가 신입생 '모집 광역화' 불이행 대학에 패널티까지 물게 하는 대학혁신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문제는 모집 광역화가 장점만 있지 않고, 단점이 계속 보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일률적인 도입을 강제하는 것은 장관 취임이후 독단적인 고등교육 정책으로 일관해 온 또다른 이주호의 시장주의 고등교육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교육부의 모집광역화 무언(無言)의 압력은 지난달에 발표된 글로컬대학 30’ 1차 관문을 통과한15곳 대학들의 혁신기획서(예비지정 신청서)에 그대로 나타났다. 전공이나 학과의 벽을 허물겠다는 혁신기획서를 제출한 대학들이 양호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제출된 혁신기획서 전체 94건을 분석한 결과 모든 대학이 학사구조 개편안을 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79%74(87개교)이 신입생 모집단계부터 무전공제나 모집단위 광역화를 실시하겠다고 제시했다.

이 가운데 보건·의료·예체능·사범계열을 제외하고 100% 무전공 모집을 내걸었던 혁신기획서는 25, 첨단융합대학이나 자율전공학부 등 정원 일부에서 무전공 모집을 제시한 신청서는 23건으로 대학수로는 55개교에 이른다. 이는 대학 신입생 모집인원 45000여명 규모에 해당하고, 전체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신청대학 학생수 23%가 바로 무전공 신입생 모집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은 이제 무전공선발확대, 전공·학과 대학이 학과나 학부의 한계를 뛰어넘어 '모집 광역화'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 모집 광역화강조라기보다 강압 수준

그렇다면, 대학사회에서 모집 광역화를 빠르게 수용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교육부의 강압 때문인가. 아니면 대학도 손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해 속도를 내는 것인가. 취재결과는 중장기적으론 매부 좋고 누이 좋고 식이었다

지난 3월 교육부는 ‘2023년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 수정안(이하 기본계획 수정안)’을 발표했고, 기본계획 수정안 중 평가영역에 '혁신계획'이 명시됐다. ‘혁신계획은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대학 교육혁신 추진전략을 평가하는 항목이다. 교육부의 기본계획 수정안에 명시된 혁신계획을 그대로 옮겨보면 사회수요에 맞게 학사운영과 학내관련 제도를 유연화·융합화하고 학생의 전공선택 및 진로지원 등을 내실화하려는 대학의 혁신의지를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부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모집광역화 혁신계획에 무려 80점을 배점 했다.  대학혁신은 '모집광역화'만 되면 다 되는 것인양 정책균형을 상실해 보인다.   
교육부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모집광역화 혁신계획에 무려 80점을 배점 했다.  대학혁신은 '모집광역화'만 되면 다 되는 것인양 정책균형을 상실해 보인다.   

서울소재 S대 기획팀 관계자는 올해처럼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혁신계획을 평가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예전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는 실적에 대한 평가를 비중있게 해왔다. 올해처럼 혁신계획 자체를 평가하겠다고 한 경우는 없던 상황이라며 의아했다.

대학혁신사업 주요 추진내용(예시)에서 전공 구분없는 모집광역화를 강조하고 있다.
대학혁신사업 주요 추진내용(예시)에서 전공 구분없는 모집광역화를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교육혁신전략 주요추진내용, 이 중 학생모집 단계에서는 전공 및 학과 등 구분 없는 모집지역 및 사회수요 등을 고려한 학과 및 계열 등 개편이 제시돼 있다. 재학초기 단계에서는 기초소양교육 활성화학생적성과 특성을 고려한 기초교육 및 전공탐색 지원을 집중하라고 제시됐다재학중 단계에는 학생의 실질적 전공 선택권 보장전공의 벽을 넘는 융합교육 운영이 거론돼 있다. 표현은 그럴듯하게 했지만 한 마디로 입학서부터 재학에 이르기까지 서둘러 모집광역화를 실시하라는 소리다

교육부의 이 정도 '모집 광역화' 강조는 강조라기보다는 강압 수준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 평가점수에 따라 일반재정지원액이 차등이 나기 때문에 재정에 늘 목말라하는 가난한 한국 대학으로서는 마다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현재 수도권 대부분 대학에서 모집단위 광역화 도입을 추진하는 큰 이유중 하나가 되고 있다.

돈으로 불이익, 일반재정지원 액수가 큰 영향

문제는 교육부가 '모집 광역화'에 따르지 않으면 마치 새로운 교육적 트랜드에 뒤밀린 듯한, 교육적이지 못한 분위기로 몰고가고 있는 행위가 매우 위험스럽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학생들의 의견수렴과 치명적인 단점보완은 거론되거나 이뤄지지 않은 채, 재정지원사업과 깊은 관련이 있다보니 서울소재 많은 대학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진행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터놓기도 한다.

서울소재 D대 관계자는 "학생 의견수렴 창구가 미비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대학측은  교육부의 촉박한 일정이 적지않은 이유였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학생들을 관련 논의에서 배제시키려고 한 것이 결코 아니다. 교육부 일정이 매우 촉박해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음을 학생들도 고려해주길 부탁한다고 털어놨다.

■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내용

▲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일부내용 
▲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일부내용 

발표된 '모집 광역화'안 추진경과에 따르면 광역화안 논의가 마무리돼야 하는 기간은 약 2개월이다. 광역화안 논의는 지난 512교육부 2023년 대학혁신지원사업 사업설명회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관련 보고서 제출마감일자는 지난 73. 2개월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마무리를 지으라고 했던 게 교육부가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내린 지침이다.

D대 관계자는 모집단위 광역화안 추진배경에 질의에 학령인구감소 미래지향적 융합인재양성 지속가능한 성장 혁신조치 교육부의 대학개혁정책을 언급했다. 또한, 대학본부측은 본교 모집단위 광역화안이 교육부의 대학개혁 방침에 일맥상통하며,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대학 재정지원사업 주요 평가항목에서 교육혁신 전략 연계융합형 인재양성 노력 등이 적지않은 무게로 등장한다. ‘연계·융합형’, ‘광역단위 모집화’, ‘무학과 선발’, ‘학과간 벽허물기등을 실행하지 않으면 대학혁신사업 일반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대놓고 겁박하는 수준이다.

이주호 "과거처럼 교육부 정책 만들어 내려보내는 짓 않겠다" 하더니

이주호 장관은 지난해 1118일 인터뷰에서 대학을 교육부 산하기관 취급 않고 수평적 파트너십을 만들겠다.”, 이어 이 장관은 과거처럼 교육부가 교육을 개혁하겠다면서 교육부가 정책 만들어 내려보내는 개혁은 하지 않겠다”, “근원적인 대학자율이 되려면 행·재정적인 방법동원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여럿 말을 중언부언 하고서도 대학 자율적 결정항목에 무엇보다 중요한 학제개편에 재정지원사업 평가를 앞세우는 구태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대학사회에서는 대학의 학과구조조정을 위한 선제조치라는 분석을 강하게 제기한다. 광역단위 모집화에 대해 대학의 전공이 학문자체보다는 인기위주로 선택될 수 있다는 우려를 대학사회는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서울소재 C대 교수는 전공개방제 모태인 광역단위 모집화(통합선발)는 시장논리로 무장한 기업이 돈이 안 되는 비인기학과를 자연도태시키는 방법으로 고안해낸 것이라며 맞춤형, 융합형 교육이 필요한 시대지만 정작 순수학문이 다 사라진 후에 융합은 누구하고 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또 그는 순수학문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의 경우 예기치 않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공학과가 사라지는 부작용도 생겨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H대 교수 역시 특정 학과에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공과대학이나 경영대학 등 최근 인기학과로 학생이 몰릴 수 있는 것에 대해 학내 제도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김인환 U’s Line부설 미래교육정책연구소장은 비인기학과가 강제 구조조정 당하고 있다. 광역화 선발을 한다면 취업에 유리하지 않은 학과는 살아남기 쉽지 않다면서 이후에 통합선발 학생들의 전공선택이 학과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쓰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언급했다. 김 소장은 윤석열-이주호고등교육 정책은 글로컬대학 30, RISE(라이즈), 모집 광역화 등등 모두 시장논리를 앞세우거나, 시대적 대세로 둔갑시키거나 해서 시장에서의 비인기학과 대학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대학 입장에서는 모집광역화가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 합류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올해 발표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학생모집에 대한 혁신계획 평가는 수도권 대학에서만 실행된다. 대학재정적자를 감안하면 비수도권 대학으로 확대는 시간문제다.  

융합적 사고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에 '무전공', '학과간 벽 허물기'를 서둘러 실행해야 한다는 이주호 장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융합적 사고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주제는 대학에게 남겨둬야 하는 게 전제조건이다. 융합적 사고력의 기반은 '유연성', '비계획성', '자주성'이 기본중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주호 장관은 가만히 있어주는 게 '대학의 융합적 사고력 고양'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주호 장관이 모르면, 참모들이나 자문할 위치에 있는 분들의 조언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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