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학생 유리해 질 것"이라는 전망우세

미국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잇따라 위헌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강제로 짜맞춘 다양성은 다양한 것이 아니다'라는 개념이 기반이 돼 미국사회의 특수성인 다양성도 다른 사람의 권리에 앞설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미국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잇따라 위헌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강제로 짜맞춘 다양성은 다양한 것이 아니다'라는 개념이 기반이 돼 미국사회의 특수성인 다양성도 다른 사람의 권리에 앞설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가장 미국스러운 제도가 위헌판결, "개인권리 보다 소수인종 우대 앞 설 수 없어"  

[뉴욕=U's Line 김성환 특파원] 미국 대법원이 대입에서 소수인종 우대정책 '어퍼머티브 액션'은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대학가가 대안을 모색중이라고 뉴욕타임스가 현지시간 2일 보도했다.

대입 지원자중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하며 겪은 어려움을 가산점 요소로 평가하는 이른바 '역경 점수'도 위헌으로 포함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이 내려진 지난달 2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위헌 결정을 비판하며 "자격을 갖춘 지원자 중 학생이 극복한 역경을 새로운 평가기준으로 고려하기를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미시간, 플로리다, 워싱턴, 애리조나, 네브래스카, 오클라호마, 뉴햄프셔, 아이다호 등 9개 주는 이미 공립대에서 소수인종 우대가 금지된 상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계층간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위헌 결정'으로 대입에서 소수인종의 불리함이 드러나 사회참여 기회가 소수인종들에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광범위한 사회적 파장도 같이 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의과대학협회 통계를 인용해 '의사의 자녀는 다른 또래보다 의사가 될 확률이 24배 더 높다'며 그 결과 흑인 의사 숫자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실제 미국의 흑인 인구는 13.6%이지만 의사 가운데 흑인 비율은 6%에 불과하다.

(출처 : 프리미엄 조선)
(출처 : 프리미엄 조선)

소수인종 우대정책 실제 수혜자는 '흑인-히스패닉계' 

노동자 가정 출신으로 UC데이비스 의대 입학처장을 맡고 있는 마크 헨더슨 박사는 "'역경 평가'를 통해 다양성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다""최근 신입생 133명 중 14%가 흑인, 30%는 히스패닉계였다"고 밝혔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도입한 어퍼머티브 액션은 인종, 성별, 종교, 장애 등의 이유로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우대조치를 제공함으로써 차별과 불이익을 시정하려는 정책이었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주로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혜택을 받아 '백인과 아시아계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1996년 백인 여성이자 만학도였던 그루터는 뒤늦게 법조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시간 대학교 로스쿨에 지원했으나, 떨어졌다.

그루터는 학부시절 성적과 로스쿨 능력 시험(LSAT)이 평균 이상이었는데도 소수인종 우대 정책으로 인해 낙방했다고 믿고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학 입학이 허락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백인이기 때문에 희망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어렵다면 이 또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인 것이었다.

대학측은 "인종은 입학자 선발 때 여러 고려 사항중의 하나일 뿐이며, 다양한 배경의 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은 국가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1심에서는 그루터가 이겼으나, 항소심은 대학의 손을 들어줬고 결국 연방대법원에서 마지막 승부가 벌어지게 됐다.

20년 전 이맘때 미 연방대법원은 54"미시간 대학교의 신입생 선발과정이 적법했다"고 결론 지었다.

흑인 대법관이 '어퍼머티브 액션'에 반대한 이유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출신 대법관인 클래런스 토마스는 이번에도 '위헌'에 한표를 행사했지만 20년 전 '그루터 대 미시간대' 사건에서도 그루터의 편을 들었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같은 예일대 출신이어도 백인 동문의 경우는 사회에서 높이 평가 받는 반면 흑인은 본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소수인종 우대 정책으로 입학했다는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시말해, 해당 정책이 선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마이너리티 엘리트에 대한 편견을 키워 장기적으로는 해당 인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을 펴 왔다.

토마스 대법관은 20년 전 미시간대 사건에서도 "억지로 짜맞춘 다양성은 현실을 왜곡한다"는 논리를 들며 흑인 인권운동가 프레드릭 더글러스의 1865년 연설을 인용하기도 했다.

당시 더글러스는 "미국인들은 언제나 우리 흑인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안달이다. 내 대답은 한결 같다. 아무 것도 해주지 말라. 우리에게 뭘 해주려고 하면 할수록 피해만 주게 되니 제발 아무 것도 해주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3년 연방대법원은 '그루터 대 미시간대' 사건에서 미시간대에 미소를 보냈지만, 3년 뒤 미시간주에서는 '어퍼머티브 액션'을 아예 퇴출시켰다.

미시간주는 주민 투표를 거쳐 주 헌법을 개정해 모든 공립 대학 기관이 지원자를 인종, 성별, 피부색, 민족, 출신 국가 등에 근거해서 차별하거나 선호할 수 없도록 못박았던 것이다20년전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한 미시간 주민들의 불만이 표출된 결과였다.

이처럼 세상은 변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 이제 '어퍼머티브 액션'이라는 미국의 유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캘리포니아 LA에 소재한 사립 교육·컨설팅기관 'A1 칼리지 프렙'의 이승준 국장은 "확실한 근거를 찾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한국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SAT 평균만 봐도 한국 학생들이 월등히 높은데, 아이비리그는 SAT 만점 아니면 도전도 못 할 정도로 아시아계에 문이 좁았다"고 말했다.

소수인종 우대정책으로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들에게 자리를 주다 보니 아시아계가 들어갈 자리는 상대적으로 더 좁아지고 그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한인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에서 1996년부터 주법으로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금지된 이후 한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졌다.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란?

한국말로 번역하면 재확인 조치정도로 직역될 수 있는 어퍼머티브 액션이라는 말의 어원은 남북전쟁에서 북부 군의 승리가 가져온 노예 해방으로 이제는 노예가 아닌 사람으로서 권리를 갖게 됐으나 실제로 100여년 동안은 미국사회에서 선조들과 같은 노예는 아니라 해도 흑백분리 교육 등 많은 영역에서는 차별을 받아온 현실에서 근거하고 있다.

즉 흑인들에게 100년전에 보장된 권리를 새삼스럽게 재확인시켜 준다는 취지로 ‘Affirmative’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인간으로서 보장되어야 권리가 오랫동안 상실되어왔으니 이를 보상해준다는 의미에서 우대를 해도 실제로는 차별이 아니라는 취지에서 널리 미국 사회에 통용돼 왔다.

그러나 대입 합격자들에게 인종별로 최소한의 비율을 할당해야 한다는 대입에서의 어퍼머티브 액션은 교육열이 뛰어난 한인, 아시아계 커뮤니티의 학생들에게는 실제로는 이지 이 아니다. 결국 흑인과 히스패닉계, 인디언 등 소수 인종 중에서도 일부만을 위한 잔치가 된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인해 역차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연방대법원이 불합리성이 있다는 측면을 인지하고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퍼머티브 액션은 전체 소수 인종이 아닌 일부 소수인종만을 우대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고 대입에서 '인종'은 더 이상 학생 선발 근거가 될 수 없으며 앞으로는 오로지 개개인 학생들의 실력만이 선발 기준이 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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