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학과 증원승인 ‘4차 산업혁명 시대주도 의미’…콘트롤가능 국립대 선택 기정사실화
지자체단체장 성과위주 선출직 속성, 안정적 거점국립대 선택 가능성 짙어

 ■ 2024학년 비수도권대 첨단학과 증원승인 현황  

▲비수도권대 중소규모 대학들은 '글로컬대학'사업으로 지역에서도 국립대위주 신대학서열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2024학년 첨단학과 정원증원에서 비수도권대학에서는 국립대 10곳, 사립대 2곳이 승인됐다. 첨단학과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을 쥔 학과이기 때문에 일반학과 증원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제기한다.
▲비수도권대 중소규모 대학들은 '글로컬대학'사업으로 지역에서도 국립대위주 신대학서열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2024학년 첨단학과 정원증원에서 비수도권대학에서는 국립대 10곳, 사립대 2곳이 승인됐다. 첨단학과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을 쥔 학과이기 때문에 일반학과 증원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제기한다.

"지역 중·소규모사립대, '시한부'…저출산 학령인구감소는 국가책임"

[U's Line 유스라인 이경희 기자] 한국 대학사회는 교육부가 비수도권대 회생방안이라고 내놓은 글로컬대학, 라이즈(RISE)사업으로 연일 야단법석이다. “누가 유리하니, 통합이 어떠느니 등등, 나와 있지도 않은 정답으로 내가 맞으니, 네가 틀리니하는 논쟁을 벌인다.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그렇다(거점)국립대 관계자가 요즘 자신이 속한 대학근황을 들려준다.

반면, 논쟁을 벌인다는 (거점)국립대와는 달리 부산·경남권의 재학생 수가 중규모가 채 되지 않는 사립대 S대학 기획처장은 우리 같은 대학이 글로컬대학에 지정될 가능성은 10%도 안 될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도전하는 이유는 뾰족이 다른 방법이 있질 않다. 이 것이라도 해보는 수 밖에라며 맥빠진 목소리로 답변했다.

전남권 C대 기획처장은 적지 않은 비수도권대에 놓여진 현실과 미래를 미뤄보면 딱 시한부인생이다. 그러나 지방대가 태어날 때부터 시한부가 아니었다. ‘학령인구감소라는 재앙 쓰나미 앞에서 그를 막을 힘도, 피하기에도 늦었다국가가 잘못해 온 많은 정책 탓으로 빚어진 심각한 저출산에 대해 반성의 소리 한 번 못들어 보지 못하고, 지방대가 혁신을 못해 이 지경이 된 것인양 글로컬대학사업에서 혁신성 평가가 100점 중 60점이다. 어처구니가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글로컬대학이 지방대 살린다는 정책이라면서 혁신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교육부 행태에 지역대학 회생방안이 아니라 지역대학 구조조정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8일 손팻말을 든 비수도권대학 총장들이 박순애 당시 교육부장관과 반도체학과 관련 간담회를 하기 위해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들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이우종 지역대학총장협의회장, 박맹수 전북지역 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지난해 7월 8일 손팻말을 든 비수도권대학 총장들이 박순애 당시 교육부장관과 반도체학과 관련 간담회를 하기 위해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들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이우종 지역대학총장협의회장, 박맹수 전북지역 대학총장협의회 회장.

"글로컬대학, 권역별 국립대 1곳 배정 기정사실화는 중소규모대학 죽이기"

요즘 지방대 풍경이 대조적이다. 덩치 큰 거점국립대와 특히, 재학생 수가 1만명 이하인 중소규모 사립대가 동시대 같은 국내 고등교육기관인데도 그 대학의 미래계획을 세우는 기획처 관계자들로부터 전해지는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비수도권대 사립대 관계자들은 위기의 지방대에게 주어진 회생의 골든타임이 몇 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우려속에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들 면면이 (거점)국립대에 유리하게끔 돼 있다는 소리와 함께 글로컬대학이 배정될 14곳 시·도 지자체에 (거점)국립대 1곳을 배정한다는 계획이 기정사실화로 얹혀지면서 중·소규모 사립대를 소멸시키려는 구조조정이 맞다는 격한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비수도권대 사립대들이 글로컬대학에서 (거점)국립대가 유리하다고 제기하는 방증은 지난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첨단학과 정원확대 계획'이라고 언급한다. 비수도권대학에서 정원증원이 승인난 대학은 12. 이 중 10곳이 (거점)국립대, 2곳이 사립대다. 사립대 2곳도 대규모 사립대다. 이들은 첨단학과 증원은 글로컬대학사업의 전초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증원승인이 교원확보나 실험·실습 기자재 보유여건 등이 심사기준이었듯이, 사립대보다 국립대 여건이 양호하기 때문에 당연히 성과를 내는데 수월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중소규모 비수도권대들은 지정발표 이후에는 글로컬대학()이라는 신()대학서열이 생겨 비수도권대학사이에서도양극화를 고민할 처지라고 우려한다.

"성과위주 선출직 자치단체장, 당연히 안정적 국립대 편향" 우려

지자체에 교육부의 행·재정권 이양으로 비수도권에서도 대형, 국립대학 위주의 육성방향으로 나갈 것에 비수도권대 중·소규모 사립대들 고민이 크다. 지자체단체장 입장은 성과를 내야하는 선출직이다. ·소규모 사립대에 배정해 모험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게다가 첨단학과 위주로 증원이 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비수도권대 중·소규모 사립대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비수도권대학들이 교육부의 수도권 정원증원 정책에 강한 비판을 가하는 이유에는 수도권대학의 반도체학과 등 첨단학과 지원현실을 모르고 수도권대학 = Good’이라는 함정에 빠져 무조건 수도권에서 첨단학과 인재양성을 하려는 경향이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수도권대학에 첨단학과 정원을 늘려도 충성스런(?) 학생들이 진학하기보다는 여기저기 학과를 저울질하다 마지못해 반도체학과를 선택한다고 제기한다. 재학중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실제로 드러났다.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고려대·서강대·연세대·한양대 반도체 계약학과 정시 추가합격 최종 공개자료를 분석한 결과, 4개 대학 해당학과에서 총 73명이 추가합격한 것으로 나타나 73명이 등록을 포기했음을 알 수 있다. 학교별로는 정시에서 11명을 모집한 고려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는 모집인원의 72.7% 수준인 8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10명을 모집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삼성전자)는 모집인원의 130.0%에 해당하는 13명이 등록을 취소했다.

두 대학의 경우 전년도보다 추가합격자 비율도 낮아졌다. 전년도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모집인원(22)168.2%에 해당하는 37,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모집인원(10)160.0%에 해당하는 16명이 등록을 포기했다올해 신설된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역시 전체 모집인원 10명의 80%8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마찬가지로 올해 처음 16명을 모집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는 무려 모집인원 대비 275.0%에 해당하는 44명이 빠져나갔다.

 ■  '글로컬대학'사업 지정절차   

교수연대회의는 성과위주 선출직 지자체단체장 속성상 '글로컬대학' 등에 안정적인 거점국립대를 선택해 지방대내에서도 '글로컬대학'이라는 신대학서열이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한다.(그래픽 :중앙일보)
▲교수연대회의는 성과위주 선출직 지자체단체장 속성상 '글로컬대학' 등에 안정적인 거점국립대를 선택해 지방대내에서도 '글로컬대학'이라는 신대학서열이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한다.(그래픽 :중앙일보)

국립대위주 글로컬대학, 지역 살리기가 아니라 '지역 고르기' 행위  

입시업계에서는 이들 반도체 계약학과의 등록포기자 상당수가 의약학 계열에 중복 합격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한다. 대기업 채용이 보장돼 있는데다, 정부의 반도체 인재육성 드라이브로 큰 기대까지 받았음에도 상위권 수험생들에게는 의약학 계열후보학과 신세다.

정부의 반도체 육성정책, 대기업 채용연계에도 의약학 계열에 밀리는 구도인데 대기업과 연계되지 않은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의 경우는 우수학생들의 유입은 매우 불투명해진다. 무조건 수도권이라는 인재육성 정책은 옳지 않다고 비수도권대학들은 지적한다.

더구나 반도체학과라는 특정학과가 대학에 개설된 경우는 한국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융합학과이기 때문에 여러 학과 전공자들을 선발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의 경우와 크게 다르다. 학계에서는 전공 융합으로 반도체학과가 나가야 전체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며 특정학과 위주의 반도체 인재양성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인환 U's Line부설 미래교육정책연구소장은 "비수도권대학을 회생시키겠다는 '글로컬대학', '라이즈'사업 등이 대형 거점국립대로 편향되는 것은 결코 지역사회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선택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소장은 "우리 몸이 동맥, 정맥 굵은 혈관만 가지고 살 수 없는 것처럼 대형 (거점)국립대와 중·소규모 대학의 역할을 세분화해 세계적 추세 강소대학 육성을 배제하고선 지방대의 회생, 지역소멸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비수도권대 경북권 D대학 총장은 "교육부장관은 '글로컬대학', '라이즈사업'에 장관직을 걸고 해야 할 것"이라면서 "비수도권 사립대학들이 '글로컬대학'에 도전하는 것은  학교를 건 매우 의미심장한 결단이 포함돼 있다. 대학이 이럴진대 교육부장관이 교육부가 내놓는 정책에 역작용이나 반대급부가 나타나면 장관직을 내려놓는 게 당연하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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