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시대 아버지의 모습은 권위로 똘똘 뭉쳤다. 대식구인 가족들이 먹고사는데 큰 문제없을 정도 돈을 가져다주면 세상 최고의 아버지로 군림했다. 그 외 모든 것들은 어머니의 몫이며, 책임으로 돌아왔다. 자식중 나가서 말썽이라도 피고 들어온 놈이라도 생기면 어머니와 그 자식은 아버지로부터 초죽음을 당하거나 반 제삿날이다. 이 때,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던지는 말이 있다. “아니, 집구석에서 애들이나 잘 보라고하는데도 그 것 하나 못하나. 밥 빌어 먹기가 얼마나 힘든지 한 번 나가서 돈 좀 벌어 볼테야!”라며 아버지 말이 법이라도 된 듯하게 만들어 준 그 돈이야기만 나오면 그 날 게임은 끝이다.

아직도 이 같은 아버지가 존재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쌍팔년도 때, 아버지가 아니고서야라고 끌끌 혀를 차지 않을까 싶다. 요즘 그런 쌍팔년도 아버지의 전형적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장면이 등장했다. 바로 세계 수준의 지방대로 육성시키겠다는 글로컬대학사업을 발표한 교육부의 행동거지를 보면 딱 쌍팔년도 때 아버지다. 한마디로 소통과 문제해결 보다는 권위적이며 지시형이다. 자신의 위엄과 위신에 도전을 하면 가차없이 징벌이 떨어지고 그 징벌은 아버지의 영역밖으로 쫓겨난다.  

최근 교육부는 세계적인 지역대학으로 성장시켜 지역대학의 여러 문제를 일시에 풀기 위해 연간 200억원씩, 5년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곤 비수도권대학의 국립대, 사립대에게 혁신적일수록 사업선정 가능성이 높다면서 수 개월내에 학교가 제출한 5장짜리 혁신보고서 평가와 본 결정까지 끝낼 것이라고 해 지금 비수도권 대학들은 이토록 짧은 시간에 혁신을 쥐어짜내기에 야단법석이다. 한 쪽에서는 수개월내에 대학간 통합을 마칠 수 있다면서 구성원들의 의견과 관계없이 밀어부치고 있다.  

학교운영에 학생등록금 의존율이 평균 70%인 한국 대학들인데다, 2022학년도 전국대학 217곳중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는 77, 올해 고등학교 3학년 수는 398000명으로 40만 명 선도 무너졌으니 학생충원율은 계속 떨어져만 간다. 그러니 대학들은 교육부가 던져 놓고 간 1000억원짜리 버따리를 받을 수 있는 짓이라면 할 짓, 못할 짓 다하겠다는 식으로 덤빈다. 교육부는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는 교육부가 혁신의 좋은 사례로 든 '국립대가 ·도립대 전환'을 해서라도 선정돼야 한다는 이해 못할 소리도 들려오고, 여러 국립대들이 구성원들과 의견소통 없이 우선 통합을 약속하자는 위험천만한 제안을 해놓고도 글로컬대학 30곳 대학에 들지 못 하면 어차피 학교문을 닫아야 하는 것은 매 한가지라는 반 협박성 멘트가 대학내 관용구가 됐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러 국립대학이 통합논의로 헤집어 졌는데도 글로컬대학사업추진에 아무런 보완대책이나 현장방문을 하지 않는 이 나라의 교육부는 도대체 어디에다 쓰는 물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 수준의 지역대학이 된다면 학내 구성원, 동문들과 아무런 의견교환 없이 타 대학과 통합을 총장이 결정하면 된다는 말인가. 세계적 수준의 지역대학 사업 글로컬대학을 발표한 한국의 교육부는 세계적 수준의 지역대학을 길러낼 능력은 있는 집단이 맞는가. 한국의 교육부 능력은 도대체 세계에서 랭킹 몇 위나 가는 교육행정조직인가. 한국의 교육부가 하라는대로 하면 정말 세계적 수준의 지역대학이 된다는 말인가.

한국에서 세계적 수준의 지역대학이 못 나오는 것이 한 대학당 1000억원을 지원해 줄 수 없어서가 아니라 교육에 대한 관점과 철학, 그 철학의 가치, 사회의 미래가치관 함량이 되지 않아 그런 세계적 수준의 지역대학이 나오지 못 한다는 생각을 교육부는 정녕 한 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는가

그 옛날 아버지처럼 돈만 가져다주면 됐지, 그 외 아버지로서 할 것이 뭐가 있냐는 쌍팔년도 가부장적 아버지 스타일로는 자기주도적 진로적성 발견, 학교에서 길러낼 창의력, 사회와 호흡하는 커리큘럼과 체험학습 등을 무엇보다 중요시 해야한다는 것을이해할 수도 없고, 그래서 세계적 수준의 지역대학을 이런 교육부 아래에서는 나올 수 없는지도 모른다.

 <박병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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