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몇 십조 쓰고도 해결 못한 '출산감소', 지자체와 지역주민에게 풀라는 말과 다르지 않아

지자체로 대학 행·재정권 이양, 환영, 우려 뒤엉켜 

[U's Line 유스라인] 교육부가 쥐고 있던 대학 행·재정권을 2025년까지 이양완료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환영우려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7개 비수도권역 총장협의회의 광주·전남권역 회장교인 장성택 전남대 총장은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에 발맞춘 지방대 활성화 방안으로 환영한다""지역과 지방대가 재정지원의 변화로 활성화되길 기대한다"면서 환영 의사를 밝혔다.

장 총장같이 환영의사를 표명하는 경우는 교육부가 대학 재정지원 사업예산 2조원 이상의 집행권한을 2025년부터 지방자치단체로 넘기게 되면 거점국립대 전남대 위상으로 당연히 재정지원이 어느 대학보다 우선 될 것이라는 내심 믿는 구석이 있는 경우다.

최근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고, 대학에 찔끔찔금 내려보내는 예산을 통으로 지자체 내려보내 지역대학과 논의해서 집행하겠다는 계획은 교육개혁에서 가히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라고 적극 환영했다. 김 도지사의 발언은 사장주의자가 교육을 접하면 돈이면 다 된다고 판단하는 전형 그대로다.

지자체간 불평등 초래...교육부, 대책마련 해야

K대학 한 관계자는 "규제를 푸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자체 지원 역시 대학으로서 환영할 일"이라고 하면서도 "지역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거나 지역내 소재대학이 다수인 경우 등등에 따라 지자체간 불평등은 자명하다. 이같은 처지를 해결할 방안을 정부는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기했다. 그는 행·재정권을 넘기면 중앙정부는 끝이다라는 모습이 엿보인다면서 불쾌해 했다. K대학 관계자는 재정을 지자체에 사용권을 주는 것은 환영, 하지만 지자체간 빈부차, 지원대상 대학수 등에 따라 불평등이 우려되니 그 부분은 교육당국이 해결하라는 의미다. 최근 전국교수연대에서 권한 이양 철회를 촉구한 내용에 들어있는 우려

시도·군 등 지자체가 지원해야 할 대학이 몇이냐에 따라 대학에 돌아오는 파이(pie)의 사이즈는 크게 달라진다. 또한, 소재 대학의 재정형편이 매우 안 좋은 경우라면 교육부에서 지자체로 행·재정권이 이양됐다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 한다는 속담처럼 지자체 입장에서 재정지원 성과가 날 대학, 재정지원을 해도 회생하기에는 힘든 대학을 구분하는 작업부터 서두를 수 밖에 없다.

또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큰 변수가 된다. 한 사례로 경기도·시 재정자립도를 보면 성남시가 62.2%로 최고다. 하지만 5곳 대학이 존재한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떨어지는 동두천시는 재정자립도가 13.1%에 불과하다. 대학은 2곳 밖에는 없다. 화성시(58.6%), 이천시(44.6%), 수원시(44.2%) 순이다. 화성시 경우는 거주인구증가가 전국에서 가장 빠른 지역이다. 숨어있는 우량주다. 각각 지역에는 4, 2, 6곳 대학이 있다. 최상의 그림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가 소재하는 대학도 적은 경우다. 게다가 국립대라면 더 이상완벽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대학사회에서는 그런 조합은 없다시피 한다.

"지역고등교육위원회, 대학평가 다시 등장하지 말란 법 없다"

이러다보면 교육부가 대학기본역량진단 대학평가를 더 이상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지자체, 지역대학, 지역 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지역고등교육위원회가 대학평가하자고 덤빌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재정은 한정된 상태이고, 서로 자신의 대학에 지원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우겨대고, 지자체 단체장과 친분을 내세우는 일이 불보듯이 뻔한 상황에서는 평가가 등장하지 않고서는 별 도리가 없다.

게다가 이같은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 지자체가 대학, 고등교육에 대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문외한'에게 논문을 쓰라고 교육부는 약 주고, 병도 주는 형국이다. 지자체에 대학담당 조직을 신설해야 하는 경우다. 막막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교육부도 이같은 상황이 예감됐는지 2025년 이양을 끝내기 전에 시범 지자체 5곳을 선정해 시행착오를 따져본다고는 말한다. 본격적으로 이양되는 시기는 2024년 부터가 될 계획이다. 시행착오가 1년안에 다 몰아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초기에는 큰 시행착오는 드러나지 않는다. 교육은 참으로 예민해 정교하지 않으면 민원이 들끓게 돼 있다

서울소재 주요대학 중 한 곳인 A대학 총장은 요즘 한국 대학사회 이런 상황을 가리켜 백약이 무효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는 게 너무 송구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현실이라며 안타까워 한다. A대 총장은 한국 대학사회에서 산·학협력분야에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런 경력을 가진 대가(大家)’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땐 다 이유가 있다.

현 상태는 '백약이 무효'라는 입지전적 대학총장

교육부가 지금처럼 대학에 대해 관리감독을 하든,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해서하든 한국 대학을 깊은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게 만드는 요인, ‘학령인구감소세향방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0년 뒤 2033년부터는 대입자원의 급감기로 들어간다. 2033년 대입자원은 32만명으로 예상된다. 입학정원 대비로는 7~8만명이 부족하다. 2034년부터 10년간은 대입자원이 급히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기간이다. 올해부터 20년 뒤, 2043년에는 17만명까지 떨어지고 만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현재 존재하는 대학수가 절반 보다 더 줄어야 하는 수치다. 10년 뒤, 20년 뒤 인구감소가 가장 심각한 곳은 이미 다 드러나 있다. 돈으로 학령인구를 살 수 없다.

전북 지자체 한 관계자는 "지역의 소규모 대학은 붕괴상황에 이르렀고, 다음 순서인 인구감소가 진행되는 지역의 경영부실 전문대, 4년제 대학의 턱밑까지 위협이 다가왔다. 그래도 형편이 나은 거점국립대마저 4명중 1명이 중도탈락을 하고 서울·수도권으로 올라가는 판국에 지방대에 재정을 듬뿍 지원해주겠다는 반 공약(空約)을 서슴없이 말하면서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잘 꾸려보라는 것은 책임회피이자 직무유기, 더 심하게는 욕을 안 먹고 정권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려 하는 배임이 아니냐""고등교육 전문성도 없는 지자체에 강제로 무리한 부담을 얹히는 것은 결코 해법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교육부 "지자체와 대학이 합심하면 잘 풀 수 있다" 희망고문 금물  

이 대목에서 행간을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일자리를 더욱 비좁게 만든다. 일자리가 없는 실업인구가 폭발할 우려가 크다.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 하지만 구제정책을 쓸 수 밖에 없다. 일을 하지 않아도 의식주는 해결해도록 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기본소득제도입은 불가피해진다. 세금을 내는 국민은 줄어들고, 기본소득제라는 사회복지의 지출은 당연히 확대되면 대학에 재정지원을 할 여유가 없다.

교육부가 지자체에 행·재정권을 이양하면서 희망고문을 하면 안 된다.지역과 대학이 잘 합심해서 하면 잘 될 수 있다.”는 식의 발언 말이다. 잘 합심하는 게 합심 안 하는 것보다 나쁠리 없다. 그러나 교육부의 희망고문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실기(失機)’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랏 돈으로 큰 구멍 난 학령인구감소를 메꿀 수 없다. 학령인구감소의 큰 구멍을 무엇으로 메꿀 수 있을지를 교육부, 대학 모두 고민하자고 하는 편이 솔직하고 현실을 직시한 대화법이다.

공공기관, 공무원들의 반(半)의무성 성인·평생교육의 제도적 활성화,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권역별 특성화 적용, 서울·수도권 인구분산 정책 등등에 대해 활발히 논의하는 것이 재정 얼마를 지방대에 지원해주겠다는 말 보다 훨씬 진실되다. 성인평생교육은 100세 시대에 평균 정년이 50세이다. 인생 이모작을 정부가 지원할 충분한 의미가 담겨 있다

"학령인구감소, 지자체 - 대학 합심해서 풀 수 있는 성질의 것 아냐"

지금 입장과 상황에서는 쓰러져가는 지역대학을 살리는 것이 당연히 옳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그럴지 모를 일이지만 빠른 속도의 세상변화는 대학에서 무엇을 가리킨다는 그 자체가 역부족인 때가 머지 않아온다. 대학 무용론(無用論)이 대두된다 할 수 있다. 대학진학의 니즈가 일부에 국한된다. 유명대학 졸업장 보다 잘 나가는 자격증이 훨씬 가치를 인정받는다.  과제를 풀어내는 능력검증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대학을 살리는 것이 맞다. 다만, 지자체에 행·재정권 이양을 정치적 유·불리로 계산하지 않기를 바란다. 교육은 정치와 거리차가 날수록 잘 크는 나무다.

2023년 한국 대학사회는 학령인구감소라는 절벽에 섰다.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잘 합심해서 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가가 발벗고 나서 몇 십조를 쓰고도 출산감소를 해결하지 못했지 않았던가. 그러면서 교육부는 지자체와 대학이 학령인구감소를 풀어보라고 하니 참으로 교육적이지 못한 어불성설이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잠깐 착각을 했던 것 같다고 고백한 뒤 같이 학령인구감소 극복방안을 찾아보자고 건네는 게 이 나라의 교육부가 지금 반드시 해야 할 말이다. 그나마 그게 가장 확실하게 지역대학을 버티게 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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