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 "윤 대통령, 자신과 생각이 다른 생각 청취가 지금 가장 필요해"
40년 교직 선생님들, 그래도 가장 덜 정파적이고 나라 미래들 키운 역군
훈장거부 교사와 서슴없이 대화해보겠다는 자세만으로도 큰 '플러스'

지난해 8월 퇴임한 이철기 동국대 교수가 훈장거부 포기이유서. (사진 : 이철기 교수 페이스북)
지난해 8월 퇴임한 이철기 동국대 교수가 정부포상 포기이유서. (사진 : 이철기 교수 페이스북)

현 정부 훈장거부, 교사부터 교육장까지 잇따라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편집국장] 올해 2월말 정년퇴직을 앞둔 교사들이 대통령 훈장을 거부하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교사, 교감, 교장, 교육장까지 다양하다. 공통점은 선생님들이시다. 33~40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보여준 교육관과 교사로서의 자세가 남달라 나라가 그 공로를 인정해 수여하는 훈장이다. 옛날 같았으면 가문의 영광도 이런 영광 없다면서 동네잔치라도 하고도 남을 일이지 싶다.

평생을 누구보다 바르게 살아왔다는 선생님들이 현, 대통령의 이름이 박힌 훈장을 받는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는 훈장거부 이유를 꺼내들었다. 여러 선생님들이 나라가 하사하는 훈장을 받기에 부담스럽고,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고 한 이유는 일맥상통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처신과 교육관이 크게 잘못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충남지역 한 교육장이 주는 작은 교육장상을 받고 감격한 중학교 A교장 선생님은 SNS"오늘 과분하게도 큰 상을 받았다"는 글을 올리며 기뻐했다. 그러던 A교장이 교육장상보다 더 권위가 있는 녹조근정훈장 대상자에 올라 공적서를 내야 했지만 그는 포기이유서를 냈다. A교장은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경우에서 본인의 잘못을 남 탓을 하는 적반하장식으로 일관해 왔다. 이를 비판하면, 비판한 사람을 법의 이름으로 공격해서 힘들게 만들고 있는데 이런 태도는 매우 잘못됐다. 학생들에게도 매우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훈장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처신, 자신 교육관과 너무 달라 서훈거부

A교장은 윤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사건, 10.29 참사대응, 최근 'UAE 적은 이란' 발언사건까지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해야 됨에도 방송사 국익손실, 측근 처벌무마로 몰아가는 모습은 자신이 평소 학생들에게 "정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쳐야 그 잘못이 가벼워지고, 덮으려고 꼼수를 부리면 일이 더 커지게 되고 더 큰 화로 돌아온다.”고 강조해 온 교육관과 정면으로 부딪히기 때문에 훈장 포기이유서를 썼다는 것이다.

A교장은 지난 2019년 공모를 통해 현재 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했다. 교장이 돼서도 교실에 들어가 줄곧 교과수업을 해왔고, 학생들과 MTB(산악자전거) 스포츠클럽을 만들어 지도교사를 해오는 등 학생에 대한 애정과 교육열이 남달랐다. 지난해 12A교장이 받은 교육장상에는 "학생중심 행복한 학교문화 조성에 힘써주셔서 ◯◯교육이 밝게 빛날 수 있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A교장에 이어 교사·교감·교육장의 훈장거부가 이어졌다. 경기도소재 공립 중학교에서는 정년퇴직 2명 모두가 훈장을 거부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1985년부터 사립·공립고교에서 국어교사로 38년간 교단에 서 왔던 B교사는 지난해 10월 교육청에 "말로는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면서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정부,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보듬지 못하고 무한 경쟁교육을 추구하는 지금 정부에서 주는 훈장을 단호히 거부합니다."라는 글귀가 포함된 A4용지 2장분량 훈장 포기이유서를 냈다.

학생을 무한경쟁교육으로 내몰려고 하는데, 어떻게 훈장을"

B교사는 "교육은 아이들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듬고 가야하는데 윤석열 정부가 귀족학교인 자사고(자율형사립고)를 늘리고 무한 경쟁교육으로 내몰려고 하는데, 어떻게 훈장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바른 교육을 하려는 교사들에게 징계를 주고 그들은 아예 훈장과 포상명단에서 제외하는 현실 속에서, 그들처럼 열심히 해오지 못한 내가 떳떳하게 훈장을 받기에는 너무 부끄럽다"는 훈장거부 이유를 꺼냈다.

B교사와 함께 훈장을 거부한 C교감은 "교육청에 내야 하는 훈장 포기이유서에는 별 말 쓰지 않았지만 속마음은 현재 교육상황과 나라 돌아가는 상황에 화도 나고 부끄러워서 훈장을 포기했다"면서 "내가 교직생활 말년에 학생인권과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남은 힘을 썼는데, 이런 걸 후퇴시키려는 정부가 주는 훈장을 받는다는 것은 내 자신한테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교육을 산업 인재공급처라는 대통령의 훈장거부

한 시도교육청 소속 지역교육지원청 교육장도 훈장을 거부했다. D교육장(장학관)'훈장 포기 이유'에 대해 "훈장 포기서에 적은대로 '내 자신이 공적이 별로 없어 자격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또한 "교육을 산업인재 공급처라고 말하는 대통령이 주는 훈장이란 점도 거부이유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100년을 내다보는 교육정책이 돼야 하는데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항상 크다. 부분과 부분을 연결하는 사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행()과 행 사이, 행간(行間)을 보는 천직이다. 학생들은 행과 텍스트만 보려 하지만 선생님이 행간을 보려하는 것은 거기에 순서가 있고, 맥락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학생이 지금 어디에 걸려 나가지 못하는 지를 선생님은 그래서 안다.

40년간 교직생활을 열심히 한 공로의 선생님들이 나라에서 가문의 영광인 큰 훈장을 내린다고 하는데 잇따라 거부를 한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부, 공약대로 공정과 상식을 존중하는 정부라면, 그 공약을 허투루 하지 않았다면 비굴하지 않고올 곧게 살아온 선생님들과 마주해 윤석열 정부가 주는 훈장이 그렇게도 부담스럽고,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이유를 서슴없이 말씀해 달라고 쫓아가야 한다.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면 윤석열 정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자세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듣는 일이다. 누구도 정치적 퍼포먼스 한다고 야유할 사람 없다. 진정으로 필요하기에 그렇다.선생님들을 대통령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대통령에게는 큰 플러스다. 또한, 옛말이지만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지 않았던가. 꼭 만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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