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인간세상 밝힌 '전기’, 탄소중립의 대안

이건영 대한전기학회장(광운대 교수)
이건영 대한전기학회장(광운대 교수)

지난해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박찬욱 감독,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이라는 무게감에 비해 흥행은 부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예 보지 않거나, 보게 되면 두 번 이상 관람하지 않은 사람은 없는 영화"라는 해석이 붙었다.

실제로 훨씬 더 많은 관람객을 동원한 흥행작들보다 ‘N차 관람객수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N차 관람객이 많은 영화들의 특징은 볼수록 그 의미가 새로워지는 장면과 여러 해석이 가능한 영화일 때 그렇다고 한다.

필자가 대한전기학회장이 될 결심을 한 이유도 계속 곱씹게 만드는 매력의 영화처럼 전기산업은 오랜 역사 동안 묵묵히 인간세상을 밝혀왔다. 그러다 화석에너지 과잉사용으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가 된 지구의 위기는 탄소중립이라는 극약처방을 불렀다. 그러면서 늘 인간들의 옆에 있었던 전기N차 관람객처럼 또 다시 대안으로 마주했다.

많은 시간·비용 전기인력양성 녹록치 않은 탄소중립

지구를 구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가 전기산업 인력양성 기관과 전기산업계에 종사하는 전기인에 달렸다고해도 틀리지 않다. 국내 전기공학의 내로라하는 전기인이 모인 대한전기학회는 올해로 창립 76주년을 맞이하는 15,000여명 회원을 가진 명실상부한 전기·전자계열의 대표학회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와 불편한 동거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을 병행하며 학회의 성장을 지속해 왔다. 특히 지난해 탄소중립 백서를 발간해 주요 기관에 배포한 바 있다. 백서에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산업 분야에서 해야 할 일과 기술개발이나 인력양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그 배경을 제기하면서 녹록치 않은 탄소중립의 길을 시사했다.

탄소중립은 그동안 인류가 누려온 문명의 혜택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비용이다. ‘바다코끼리의 비극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목격했듯이 무분별한 화석에너지 과잉사용에 따른 환경훼손의 비극은 코앞으로바짝 다가왔다.

대한전기학회, ‘전기공학교육 인력양성역점

전 세계가 지구환경 보존을 위해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고 연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정하고, 친환경 전기에너지 비중을 높였다. 이 시나리오에서 예측한 전력수요 증가량(1,250TWh, 2018년 대비 221.7230.7%)으로 기준할 때, 전기산업 분야의 인력수요 급증은 시급한 당면과제이기에 정책백서에서 전기기술 분야 인력양성을 재차 강조했다.

52대 대한전기학회 회장의 소임을 맡은 필자는 계묘년 한 해 동안 대한전기학회를 젊은 학회, 산학연이 상생하는 집단지성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회원들과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준비했다. 그 중 본 지면을 통해 함께 공유하고 싶은 사항은 우리 학회가 전기공학교육 인력양성에 힘쓰는 학회로 거듭나야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술교류에 역점을 두어온 학회의 일반적 운영방침에 대학교육만으로 부족한 실무교육에 발 벗고 나서는 학회가 되겠다는 의미이. 그러려면 당연히 부지런한 학회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발간된 교육통계자료에 따르면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졸업생이 3,745(공학계열 85,568명의 4.4%)에 불과하며, 취업률은 60.8%(공학계열 평균 64.3%)이고, 이중 약 40%가 연구직 및 공학 기술직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첫 직장 임금(월 평균)222.8만원으로 첫 직장에 대한 불만족이 36.9%에 이르고 있다(career.go.kr). , 부족한 인력배출과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에 대한 불만으로 전기산업 분야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대학, 전기산업 인력양성 시대적 사명에 답할 때 

대학들은 탄소중립에 따른 발등에 떨어진 불, 전기산업 인력양성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자문자답을 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대학은 다양한 학문분야 교육을 담당하고 있어 특정분야에 집중투자 하는데는 분명 어려움이 따른다. 정부사업(2022년 에너지인력양성사업 등) 참여를 통한 에너지기술 고급인력양성 등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 또한 세부적인 내용에서 전기산업 분야의 기초인력 양성과는 거리차가 크다. 이로 인해 취업난이라는 현실과는 달리 전기산업분야 현장에서는 구인난에 쩔쩔매고 있다.

그래서 우리 학회에서는 현재 각급 대학의 전기공학과 졸업생들이 전기산업 분야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인적 시스템(KYACC: Young Analysts and Competency Consultants)을 구축해 더 많은 인력이 전기산업 분야로 진출하고, 젊은 전기인의 구직문제-기업인의 구인문제가 학회에서 해결되도록 힘차게 도약하는 한해가 되도록 힘쓸 것이다. 대학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파악한 후 부족한 부분을 학회내 교육원에서 채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기공학 분야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필자가 대학교육을 해오면서 느꼈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학회장이 될 결심을 한 이유다. 본 기고를 보는 독자들 또한 우리 학회의 행보가 탄소중립을 위한 인력양성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일조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학회만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가 지구를 살리려는 결심을 단단히 할 때다.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