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이주호, 연일 ‘지방대 경쟁력강화 규제혁신’ 언급 권한이양 강조
민주당, "법개정 쉽지 않을 것"...상상으로 정치 하나?
몇몇 지자체, 최근 교육부 조직개편에 맞춰 대학관리 업무부처 신설
정교한 고등교육, 비전문가에 넘겨 지역경제 활성화 하라고 주문
지자체 단체장들, “산학협력으로 지역, 대학 살린다”는 근거없는 호언장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 5월 26일 서울협의회 대회의실에서 교육부와 비수도권 14개 시·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지역 발전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실무협의회를 개최했다. 사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제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 5월 26일 서울협의회 대회의실에서 교육부와 비수도권 14개 시·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지역 발전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실무협의회를 개최했다. 사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제공.

정책논의는 없고 잇따라 총리·장관, 교육혁신 립서비스만 무성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 지자체에 대학에 대한 권한을 이양해 지역균형발전을 지방대 경쟁력이 견인하도록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지역-대학 연계방안은 인수위 당시 수준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면서 중앙정부는 계속 립서비스식 독려를 하고, 몇몇 시·도 지자체는 이를 기정사실화 해 지자체 조직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말 따로, 몸 따로라는 대학가의 지적이다.

대학사회와 지자체가 권한이양에 대해 의견간극이 큰 상태에서 지자체가 치고 나가는 상황이 대학입장에서는 정작 답을 같이 풀어가야 할 파트너는 대학인데 중앙정부 입장만 따라나서는 모양새가 교육을 정치적으로 풀려는 정치꾼 지자체 모습이 벌써부터 엿보인다고 우려했다.

지역 시·도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의 조직개편이 발표되자 개편채비를 계획하던 지자체들은 보다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자체들은 대학 행·재정적 권한을 지자체로 넘기겠다는 중앙정부의 방안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입장이다. 최근 고등교육정책실이 '인재정책실'로 개편되는 등 교육부의 조직 개편안 발표도 지자체의 이양 작업에 탄력을 던진 모양새다. 

게다가 최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에 대한 교육부 권한을 과감하게 지자체에 넘기겠다. 앞으론 지역에 예산을 통으로 내려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는 정례브리핑에서 "교육부가 가진 고등교육 예산을 지자체와 파트너십이 연계될 수 있도록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건양대에서 열린 '산업과 연계한 지방대 경쟁력강화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내년 1월까지 지방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정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장단을 맞췄다

세종시, 11일자로 대학협력계 신설 확정

'지역대학 행·재정적 권한 지자체 이양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에 제안한 당사자인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역이 발전하고, 현재 닥친 위기를 지역대학이 넘어서려면 산·학협력이 강고하게 묶여야 한다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직 본격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 했다. 박 시장은 교육부가 지자체에 이양해 줄 권한, 이에 따른 재원을 어느 정도 넘겨줄 것인지가 협의의 핵심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지자체는 세종시다. 내년 11일자로 기획조정실 청년정책담당관 내 대학협력계를 신설한다. 해당부서는 고려대·홍익대 세종캠퍼스와 한국영상대 예산 등 주요권한을 넘겨 받는 업무를 주요업무로 설정했다.

또한 2024년 서울대, 충남대, 한밭대, 공주대 등 6개 대학이 입주하는 세종공동캠퍼스가 문을 열면 교육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방침에 맞춰 해당대학의 권한이양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조직개편을 추진중이다. 공동캠퍼스는 2차 입주까지 진행될 예정이라 본격적인 권한이양이 단행되면 대학-지역산업 연계에 세종시 책무가 막중해질 것으로 판단하면서 중장기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민주당, “무지와 무책임의 끝판왕 정책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이렇게 지역대학 권한이양에 한창 온도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정작 법개정의 키(Key)를 쥐고 있는 야당 더불어민주당 의 강도높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야당은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 개정에는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필요한 사안인데 사전에 어떤 논의전달도 없이 정부가 추진하는데에는 예산안 부수법안 지정과 같은 숨겨진 뭐가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정책추진에 여당의 숨은 꼼수가 있다", "사립대 관리감독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체제준비도 없이 포기하는 것인가", "14년 동안 등록금 동결로 대학재정은 극심한 가뭄이 든 상태라 할 수 있는데 지역간 격차 등 논의 없이 지자체에 맡기면 된다고 판단하는 정책이해에 대한 무지와 이양만하면 우리 책임은 끝이라고 판단하는 무책임의 끝판왕"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야당은 지자체 교육전문성, 대학관리역량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미련한 중앙정부와 꿀 먹은 벙어리 여당, 예산이 통으로 내려온다고 하니 덥썩 먹고보자는 지자체가 한 통속이 돼  앞을 한 치도 못보고 있다고 싸잡아 질타했다.

퇴출대상 대학, 지자체단체장에게는 유권자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앞으로 돌격같은 빠른 행보를 보이자 지역대학들도 반대급부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북소재 J대학 부총장은 “4년마다 선출직으로 뽑히는 지자체단체장에게 엉뚱한 권력이 주어지면 지역대학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단체장과 어떤 관계가 이뤄질지 안 봐도 알만한 추측이 나오지 않냐"지자체에 고등교육 관련 행·재정적 권한이양을 하겠다는데, 지자체가 고등교육 관련 정책을 그 분야에 경험이나 전문가가 없는 지자체에게 덜컹 맡겨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며 비판했다.

경북 경산소재 D대학 기획처장은 지역의 살 길이 대학과 지역의 산학연계라고 자치단체장들은 한결같이 주장하는데, 지역내 기업과 모든 대학이 산학협력을 할 수 있지 않다. 모든 대학을 다 키운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지역내 경쟁력 없는 대학은 어쩔 수 없이 퇴출해야 하는 상황에 달했다. 그런데 퇴출대상이지만 이들은 지자체단체장에게는 유권자다. 4년마다 치러지는 선거로 인해 중장기 계획이 절대적인 대학교육 정책이 안정성과 연속성에 크게 훼손돼 중도에 대수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북 J대학 총장은 "지자체가 정교한 고등교육 정책을 맡을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무리하게 권한이양을 서두르는 것은 지자체와 지역대학을 싸고 있는 대학위기 속에서 각자도생하라는 뜻 밖에는 없다고 본다각계 의견수렴과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주최 지방대육성법 공청회, 아직도 인수위 국정과제발표 수준

강원 춘천 H대학 관계자는 지역대학의 살 길은 지역기업과의 산학협력만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방법이 동원돼야 하는데도 교육 비전문가들인 지자체에게 대학을 덜렁 주면서 잘 살려보라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인 게, 모든 지역이 다 산학협력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산학협력이 되려면 대학보다도 지역기업이 목표와 재원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역과 대학이 맞물리는 곳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산업체를 비롯한 각종 사회·문화시설의 수도권 쏠림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방대학이 지역 산업발전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크다. 단적으로 2020년 지방 사립대학 학생 1인당 산학협력수익은 47만 원으로 수도권 114만 원의 41%에 불과하다. 지방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방대학이 배출한 인재와 생산한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는 한 지방대학이 지역 산업 발전의 허브로서 성과를 내겠다는 것은 희망하는 청사진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 교육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거쳐야 할 공청회 등 다수의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교육부장관, 총리가 지자체 대학 권한이양 헛바람을 넣고 다니는데 정책의 선후를 모르는 철부지 짓이라고 맹비난 했다. 정부가 말하는대로 지자체 권한이양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안시 한 관계자는 "최근 지방대육성법 개정과 관련해 교육부에서 지자체의 의견수렴 자리에 참석했는데, 인수위에서 이야기한 국정과제 수준에 멈쳐있다는 걸 느꼈다""중앙정부 관계자들이 요란을 떠니까 지자체들은 조직·인력 및 별도의 출연기관의 필요성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하고들 있지만 예산과 권한이 내려온다는 말에 앞뒤 안 가리고 무작정 달려들고 보는  모습에서 이제는 재정만이 아니라 교육까지 망쳐지는 지역대학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역대학 위기 정점에서 대학 권한이양 시점 재고해야"  

                    지자체 대학권한 이양 대해 홍 회장 "지역위기에서 각자도생?"
              '산학협력하면 죽었던 대학이 살아난다'는 식 지자체 선전 옳지 않아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경북대 총장)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경북대 총장)"지자체 시·도 지사의 친소관계에 따라 대학정책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 재정이 어려운 대학들은 시장이나 도지사의 정치적 우군, 학교문제에서는 영원한 이 될 수밖에 없다""4년마다 총장이나 간부들이 지자체장 캠프에 들어가서 선거운동에 동원되는 일도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걱정했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성향·출신 등에 따라 각종 정책들이 뒤집어지고, 사라진 일이 비일비재 한 상황을 떠올려보면 단체장의 영향력이 큰 만큼 소위 줄세우기를 통해 대학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우려가 매우 높다는 홍 회장의 지적은 설득력이 크다.

홍 회장은 "재정난이 심각한 대학의 교수가 지역에서 각계 인사가 모여 꾸리겠다는 지역고등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면 자신이 속한 대학을 방어하느라 결국 위원회는 편파성과 공정성에 시비가 걸려 자기기능을 못할 우려가 크다. 학과개편 등 구조조정 같은 민감한 문제에 해당하는 대학의 모든 관계자는 선거에서 훼방꾼이 될 수 밖에 없다""지역사회에서 위원장이 특정대학에 문닫으라는 공문을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학령인구감소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자체에 대학 권한을 넘기려는 것은 당연히 책임전가로 비춰질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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