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수학 이외 국어마저 이과에게 유리...대혼란 문과 참사 우려
교차지원 의사표명 27.5%…전년대비 8.5% 증가, 이과간 경쟁치열” 예상
수능 최저학력 못 맞춘 2·3등급 중위권 지난해보다 적은 비율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일 오전 울산 중구 학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대학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일 오전 울산 중구 학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대학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올해 정시 이과 중·상위권 수험생들 손에 달렸다"

[U's Line 유스라인 문유숙 기자] 이과의 문과 침공화력(火力)이 지난해보다 훨씬 강해져 2023학년도 입시판도가 대지각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교차지원으로 대학간판을 올리려 한 선택에 후회막급하다는 뉴스, 취업 잘 되는 첨단산업 학과가 이과에 속해 있기 때문에 소신껏 이과에 남을 것이라는 예측 등등이 엉켜 2023학년도 입시가 이과 상위권 수험생들 손에 달렸다는 자조 섞인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교차되는 전망은 수능점수 구성에서 드러난다. 올해 수능에서 중요성이 더욱 커진 수학 1등급 학생 중 93%가 이과생으로 분석됐다. 최근 종로학원이 수험생 4908명을 조사한 결과 상위권 학생의 27.5%가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지원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19%에서 크게 높아졌다. 상위권은 국어·수학탐구 영역점수 합이 270점 이상 수험생 뜻한다.

교차지원 의사를 표명한 경우를 점수대별로 보면 270점대 수험생의 교차지원 의사가 32.0%로 가장 높았고, 260점대(28.3%), 280점대(27.5%)가 나타났다. 260~280점대 이과 수험생들이 노리는 상위권대 인문·사회계열의 문과 수험생들은 문과 수험생과의 경쟁이 아니라 이과생들과 한판승부를 해야 하는 초비상에 걸렸다.지난해 경희대 인문계열 합격자 60%가 이과생이고, 건국대 공과대학 합격권이면 고려대 문과 합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시가의 설명이다.   

수학 영역 1등급 수험생 93.45%, 미적분-기하 선택 

올해 수능에서 국어 만점(표준점수 최고점)134점이지만 수학 만점은 지난해 147점에서 2점 내려갔지만 145점으로 11점 더 높다. 그러나 국어 표점의 최고점은 134점으로 지난해 149점보다 15점이나 하락했다. 올해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간 표준점수 최고점(만점) 차이가 벌어지면서 수학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이과생이 더욱 유리하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서울중등진학연구회가 87개 고등학교 26000명의 수능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 중 93.45%가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이나 기하를 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 응시자는 6.55%에 불과했다.

11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3 정시 합격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 학부모들이 배치 참고표를 보며 입시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3 정시 합격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 학부모들이 배치 참고표를 보며 입시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해 입시에서도 서울대 인문·사회·예술 계열 정시합격자 486명 중 44.4%216명이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과목인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과생이 국어에서 <언어와 매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국어와 수학 모두 이과생의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과학탐구 응시자 가운데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비율은 지난해 35.8%에서 올해 44.4%로 증가했다. 지난해 국어 1등급 가운데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비율은 70.88%이었는데, 올해는 85.58%15%p 가까이 올라 국어에서도 선택과목별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출처 : U's Line부설 미래교육정책연구소
출처 : U's Line부설 미래교육정책연구소

올해 수능 국어의 <화법과 작문> 응시자 64.9%, <언어와 매체> 응시자 35.1%로 집계됐다. 화법에 비해 언어의 표점 최고점이 높게 나타나자 지난해 보다 <언어와 매체> 응시율이 5.1%p 늘었다. 수학 선택과목에서는 <확률과 통계> 48.2%, <미적분> 45.4%, <기하> 6.4%로 나타났다. 인문계 수험생이 주로 응시하는 <확률과 통계> 선택비율은 지난해 51.7%보다 3.5%p 감소했다. 반면, <미적분> 선택은 39.7%에서 45.4%로 크게 늘었다.

특히, 사탐 응시자 중 <미적분> 응시자가 11392명으로 지난해보다 3015명 늘었다. <확률과 통계> 응시자보다 <미적분> 응시자의 고득점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확률과 통계> 응시자가 불리했다. 인문계 수험생들이 유·불리 기준으로 미적분 응시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잘 나가는 이과 선택해 이과간 경쟁치열전망

한편, ‘문과침공이 지난해 보다 더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입시 전문가들은 이과생들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과탐 응시생 비율의 47.2%에서 50.9%로 증가(4284)했는데, 이는 대학 진학의 목적에 취업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최근 AI, 빅데이터 등 잘나가는 첨단산업 관련 학과가 자연계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과 출신이 이과를 가려는 분위기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과의 과탐 응시자가 늘어난 것은 취업-첨단산업 학과진학을 목표로 한 이과생들의 순증가로 해석한다.

대학가에서는 올해 입시가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올해는 교차지원에 선택과목 변수까지 있어 어느 성적대가 합격할지 예측이 안 된다정시가 너무 복잡해져서 복불복입시가 됐다고 불평했다.

교육당국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과목 선택에 따라 유불리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과목별 유불리점수 정보공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전문가들은 현행 선택과목 제도를 유지하는 한 유불리를 상쇄하기 어렵다고 본다.

전년대비 비로미터 2·3 등급비율 감소수능최저미달자 다수 예상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중위권 대이동(大移動)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수능 영어에서 2·3등급 비율이 지난해보다 많이 줄었는데 이들이 최저 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한 중위권 수험생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탐구영역에서 대학별 변환표준점수도 반드시 확인해 볼 대목이다. 수시이월로 인해 재조정된 정시모집 인원과 변환표준점수는 원서접수 시작일 직전에 각 대학에서 발표하는 게 관례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탐구영역은 선택과목의 난이도에 따라 유·불리 문제가 있어 대학별로 탐구영역 변환표준점수에 따른 점수변화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해에는 연세대 162, 고려대 219명이 수시에서 이월, 상위권 인원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연세대의 최다수시이월은 융합인문사회과학부로 모집요강에서 11명 모집을 밝혔지만 실제선발인원은 32명으로 21명이 이월됐다. 이어 경제가 94명 모집에서 14명 이월로 108명을 모집했다.

지난해 고려대 수시이월은 연세대와 달리 2019학년부터 2년연속 감소하다가 올해 다시 확대된 양상이다. 고려대에서는 자연계열 최고 선호모집단위인 의대에서 2명의 수시이월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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